[집중취재][10대 낙태 한해 40만건, 유흥가 환경 심각]
● 앵커: 지난 이틀에 걸쳐서 MBC뉴스데스크는 10대들의 낙태 문제를 조명해 봤습니다.
10대들의 낙태가 한 해 40만 건에 이른다고 하니까 이제 철없는 그들의 문제로 국한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합니다.
이들은 어떻게 해서 이 지경에 이르렀고, 또 이들을 위한 대책은 없는지 박용찬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여고 2년 김 모 양: 임신한 지 다섯 달째 알게 되었어요.
● 기자: 어떻게 5개월이 지나도록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극단적인 경우지만 10대들은 이처럼 성에 대해 대체로 무지합니다.
● 여고 3년: 성교육 충분했나?
아니요.
성교육 시간에 뭘 배우나?
피임, 생리, 배란기 같은 거…
● 기자: 규정된 학교 성교육 수업은 불과 10시간, 그나마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최정윤(낙태반대운동연합 간사): 생물학적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아주 인격적으로 성에 대해서 가르치고 생명의 차원에서 생명을 존중하도록 정의에 대해서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기자: 더욱이 유흥가의 화려한 네온사인은 학교 주변을 조여들며 이들의 무지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 여고 3년: 애기 갖으면 어떻게 할래요?
애기 떼야죠.
어떻게?
다시 돈 벌어 떼야죠.
● 기자: 이처럼 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재간도 없지만 미혼모를 받아줄 장치마저 전무한 실정입니다.
● 이미경(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우리나라에 미혼모 시설이 10개 미만인 걸로 알고 있거든요.
내가 어리지만 이 아이를 키우겠다라고 결심을 했을 때 이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그런 제도적인 장치가 많이 필요하다고 보죠.
● 기자: 그래서 10대 낙태에 대한 논쟁은 뾰족한 대안없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 배정원(내일여성센터 실장): 학교도 못 다니고 매장당하는 그런 분위기인데 그런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아기를 가졌다고 낙태를 하지 않아야 된다고 얘기를 하면 너무 아이들한테 잔인한 게 아닌가 생각들어요.
● 이재호(청소년순결운동본부 실장): 애기한테도 인권이 있는 거고 인격이 있는 거고 살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고 힘이 약하고 저항을 못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짓밟아도 된다는…
● 기자: 이같은 논쟁은 그러나 여전히 공론화되지 못한 채 일부 시민단체들만의 공방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 60년대 한 해 1만 건에 불과하던 10대들의 낙태는 무려 40만 건을 육박하고 있습니다.
철없는 그들만의 문제로 외면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10대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 여고 2년생: 말할 수 없었어요, 죽고 싶어요.
● 기자: MBC뉴스 박용찬입니다.
(박용찬 기자)
뉴스데스크
[집중취재]10대 낙태 한해 40만건, 유흥가 환경 심각[박용찬]
[집중취재]10대 낙태 한해 40만건, 유흥가 환경 심각[박용찬]
입력 1999-11-14 |
수정 199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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