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게 없어요"]
● 앵커: 이번 산불의 피해는 엄청나지만 특히 집과 가재도구가 모두 잿더미가 되어 버린 산동네마을 주민의 고통은 보기에도 안쓰럽습니다.
이재민 마을을 박범수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 기자: 집채만한 불길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잡아먹을 듯이 타올랐습니다.
불길은 강풍을 타고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면서 이산 저산으로 옮겨 붙었습니다.
산 아래 마을들이 산불의 먹이가 됐습니다.
태양도 검은 연기에 가려 빛을 잃었습니다.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강릉시 사천마을을 찾았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던 집은 폐허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검게 그을린 공책의 주인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볍씨는 못쓰게 됐고, 씨감자는 불길에 익어버렸습니다.
● 최수영(59, 강릉시 사천면): 파종을 못하면 농민은 죽어가고 산다는 목적 자체가 없어지는 거죠.
● 기자: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농부들입니다.
집을 살 돈이 없어 산 근처에 보금자리를 만든 게 화근이었습니다.
● 김영호(63, 동해시 북삼동): 나 지금 술로 삽니다.
지금 속이 상해서…
● 기자: 주택가를 덮친 산불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에 탄 집들 중에는 영세민들의 판잣집이 많습니다.
● 이재민: 연기가 있어 가지고 조금이라도 건지려고 해도 건질 수가 있어야지. 들어가지 못하겠던데요.
● 기자: 갑자기 닥친 재난은 이런 이재민들을 1,000명이나 만들었습니다.
더 이상 잃어버릴 가난도 없는 이들은 마을회관이나 학교에 마련된 임시 수용소에서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MBC 뉴스 박범수입니다.
(bspark@mbc.co.kr)
(박범수 기자)
뉴스데스크
산속 마을 주민 산불 피해 더 컸다[박범수]
산속 마을 주민 산불 피해 더 컸다[박범수]
입력 2000-04-14 |
수정 200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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