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송 오찬장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창[최일구]

[감동의 한마당]

● 앵커: 오늘 낮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우리 측 대표단을 위해서 고별 오찬을 마련했습니다.

정겨운 오찬사와 답사가 오갔고 특히 점심을 마친 뒤에는 모두가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습니다.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습니다.

최일구 기자입니다.

● 기자: 김정일 위원장이 주최한 남측 대표단 환송 오찬이 낮 12시부터 백화원 영빈관 1호각에서 시작됐습니다.

오찬에 앞서 김 대통령 내외와 김정일 위원장은 나란히 서서 남측 대표단의 인사를 받은뒤 잠시 휴식을 취하며 환담했습니다.

12시 20분, 양 정상과 이희호 여사가 남북 대책단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오찬장에 입장했습니다.

동방예의지국을 강조해온 김 위원장은 헤드테이블에 앉으면서 김 대통령의 의자가 팔걸이가 없는 것임을 발견하고 의전장에게 팔걸이의자로 바꿀 것을 지시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팔걸이의자 갖고 와요.

● 기자: 북측 조명록 총정치국장과 우리측 임동원 특보가 잇따라 오찬사와 답사를 하는 동안 김 대통령은 눈을 감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오찬사에 이은 건배가 끝나자 김정일 위원장은 어제 밤 만찬장에 있은 건배 장면을 주제로 거침없는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 김대중 대통령·김정일 국방위원장: 나는 4번에 나눠 마셨어요.

사실 대통령께서는 연로하셨는데 대통령 술 마시는 거와는 전혀(다르게) 역시 김정일은 술 실력이 나타났다고… 다 좋은 일입니다.

● 기자: 김 위원장은 포도주의 맛을 본 뒤 헤드테이블의 임동원 특보에게도 포도주를 권했습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 나는 포도주밖에… 원래 이건 축배잔이고 저는 포도주로 하겠습니다.

국정원 원장에게도 좋은 포도주가 있는데…

● 기자: 김 위원장은 또 오늘 오전 평양의 닭공장을 다녀온 이기호 경제수석에게 공장방문 소감을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 닭공장 가보셨어요? 어땠어요? 잘 되어 있어요?

네, 시설이 잘되어 있고…

● 기자: 그러나 김 위원장이 듣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고 이 수석의 추가 답변을 듣자 흡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 나는 다른 데하고 대비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나라 많이 다녀본 여러분들이 볼 때 어느 수준이되겠는가…

제가 본 바로는 연간 100만 마리 생산능력이 있는 대규모 시설이다.

1,500평인데 저것도 대규모예요?

네, 대규모예요.

● 기자: 김 위원장은 남측 기업인들이 남북 경제협력을 위해 술 한 잔씩을 권해 줄 것을 제의하자 도토리산 삼주를 일일이 따라주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만찬에서처럼 포도주 잔을 단숨에 비었습니다.

김위원장은 좌중을 주도하면서 구 정치인들처럼 하지 말자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짐으로써 고별오찬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습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 과거 구정치인들이 한탄하고 후회하게끔 합시다.

● 김대중 대통령: 민족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서 건배합시다.

● 기자: 환송 오찬의 분위기는 오찬이 끝날 무렵 박지원 문광부 장관의 제의로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면서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MBC뉴스 최일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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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