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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북한 다녀온 가족들 상봉의 감격 얘기꽃 피워[최장원,도건협]

북한 다녀온 가족들 상봉의 감격 얘기꽃 피워[최장원,도건협]
입력 2000-08-18 | 수정 200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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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봉감격 얘기꽃]

    ● 앵커: 북에 가서 가족을 만나고 돌아온 남쪽의 이산가족들은 다시 헤어진 아쉬움을 달래면서 이제 식구들과 북에 다녀온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큰 딸을 만나고 돌아온 김장녀 할머니 댁에 취재기자가 나가있습니다.

    최장원 기자 전해 주시죠.

    ● 기자: 네, 김 할머니 가족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지금은 한자리에 둘러앉아서 할머니가 북한에 다녀온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오늘 김 할머니 집은 식구가 한 사람 더 늘어난 것처럼 떠들썩합니다.

    4살 때 헤어진 큰딸 이영월 씨 소식을 식구들과 나누며 얘기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북한에서 보내온 선물꾸러미를 열어보고 사진도 1장씩 돌려봤습니다.

    큰언니가 선물로 보내 준 인삼꿀을 한 입씩 맛보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김 할머니는 큰딸이 북한에서 결혼도 하고, 아들, 딸을 둘씩이나 낳아서 잘 살고 있더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가족들은 할머니가 큰딸을 만나고 오시더니 더 젊어지고 웃음도 많아지셨다면서 좋아했습니다.

    할머니의 선물꾸러미 속에는 아픈 사연이 담긴 편지도 있었습니다.

    눈물이 날 뿐이다, 어서 통일이 돼서 다같이 만나자,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언니고 누나의 편지지만 읽어내려가는 동안 동생들의 얼굴은 굳어졌습니다.

    김 할머니는 3박 4일의 시간이 왜 그렇게 빨리도 지나갔는지 꿈만 같았다며 아쉬워했습니다.

    하지만 식구들 모두가 다시 만나는 날이 곧 올 것이라면서 사진 속에 있는 큰 딸의 얼굴을 쓰다듬었습니다.

    계속해서 대구의 도건협 기자 전해 주십시오.

    ● 기자: 대구입니다.

    이곳 김창환 할아버지 집에는 김 할아버지 부부와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한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지낸 3박 4일의 일정을 TV를 통해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봤지만 할아버지의 말씀으로 직접 듣는 50년 만의 한풀이는 또 다른 감동입니다.

    평안남도 대동군 출신인 김 할아버지는 이번에 아내와 세 자녀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50년 전 전쟁통에 잠시 피신했다가 흘려버린 세월을 평양에서 다시 살려냈던 것입니다.

    할아버지 이번에 할머니 평양에서 만나고 오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 김창환 (84, 북측 아내와 두 자녀 상봉): 가서 평양에서 만난 결과는 다른 거 아니고 그 할머니가 나이봐서는 상당히 늙었어요.

    또 그 가정의 생활도 어려운지 모르지만 그 살아가는 생활에서 그 아들을 보고 내가 말을 했습니다.

    어머니를 잘 보양하라고 그러고 마음에 늘 언제든지 어머니를 잘 공경하라 나 그거 너 보고 말한다, 하고 왔는데 모르겠어요.

    ● 기자: 평양에서 만나고 온 아쉬움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안으로만 응어리졌던 할아버지의 아픔은 가족들도 이번에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이번에 큰아드님이 할아버님 보내시고 난 다음에 걱정을 많이 하셨다면서요?

    ● 김영필 (김창환 씨 장남): 워낙 연세가 높고 해서 혹시 건강에 이상이 있을까 봐 많이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히 건강하게 돌아오셔서 감사하고요, 우선 이번 아버님 일로 그저 막연하게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분단과 통일문제에 대해서 우리 가족의 문제로 다시 돌아오니까 그 통일의 문제 그리고 핏줄은 이렇게 갈라져서 살 수가 없다고 하는 걸 뼈저리게 우리가 함께 체험했습니다.

    ● 기자: 50년 만에 한풀이 기회가 다른 이산가족들에게도 쥐어졌으면 또 다음에는 좀더 오래, 자주 있었으면 김 할아버지는 평양에서의 3박 4일을 떠올리며 간절한 소망을 작은 소리로 읊조렸습니다.

    지금까지 대구에서 MBC 뉴스 도건협입니다.

    (최장원 도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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