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흔적 ]
● 앵커: 계속해서 이산가족 만남 소식입니다.
북녘 땅에 아들과 딸을 둔 어느 노모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언젠가는 자식이 돌아올 것을 굳게 믿고 자식을 위해서 한 웅큼의 백발을 유품으로 남겨두었습니다.
머리카락으로라도 어머니의 마음을 느껴보라는 뜻에서였는데 오늘 남녘땅을 밟은 아들은 어머니의 유품을 안고 오열했습니다.
최형문 기자입니다.
● 기자: 6·25 때 헤어진 아들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며 그 애타는 모정을 한 권의 시집으로 남긴 유영택 할머니.
끝내 아들을 보지 못하고 지난 94년 세상을 떠난 유 할머니는 그 아들이 오거든 주라며 흰 보자기에 싼 유품을 남겼습니다.
한지에 곱게 싼 한 웅큼의 백발.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붓으로 쓴 편지.
그리고 며느리에게 줄 쌍가락지와 어머니 의 손때가 묻은 이런 저런 물건들.
어머니는 생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도 아들을 잊지 못했습니다.
● 이석춘 (넷째 아들): 주로 형님이나 누나나 이러한 분들에 계신 한의 노래, 헤어짐과 기다림의 몸부림.
● 기자: 서울공대 재학 중 전쟁의 와중에서 헤어진 유 할머니의 아들은 이석균 씨.
이번 제2차 이산가족 방남단에는 그의 이름도 끼어 있습니다.
유 할머니는 아들 석균 씨가 글쓰기를 좋아하던 어머니에게 사다 준 노트를 아들의 분신인양 평생을 곁에 두고 지냈습니다.
● 이석오 (막내 아들): 소식을 모르니까 그때부터 어머니가 이제 평생 한스러운 일기를 보면 그 얘기밖에 없는 거예요, 이제.
● 기자: 오늘 그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계시지 않습니다.
50년 긴 세월을 돌아 찾아온 아들은 어머님의 유품을 받아들고 속으로 울음을 삼켰습니다.
어머니가 남긴 유품들.
그러나 그것이 어머니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의 유품을 받아든 북에서 온 아들의 손은 소리 없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MBC 뉴스 최형문입니다.
(최형문 기자)
뉴스데스크
남쪽의 어머니의 유품 북쪽의 아들에게 전달[최형문]
남쪽의 어머니의 유품 북쪽의 아들에게 전달[최형문]
입력 2000-11-30 |
수정 200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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