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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납북 동진호 선원 아들 만난 모정[정일윤]

[취재수첩]납북 동진호 선원 아들 만난 모정[정일윤]
입력 2000-12-04 | 수정 200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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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납북 동진호 선원 아들 만난 모정]

    ● 앵커: 이번 이산가족 상봉 때 평양에 가서 13년 전 동진호와 함께 납북된 아들을 만나고 돌아온 김삼례 할머니는 이제 마음이 편하다고 말합니다.

    김삼례 할머니의 요 며칠 행적은 분단 시대 한 기구한 어머니의 심사를 넘어선 그 무엇을 읽게 합니다.

    정일윤 기자입니다.

    ● 기자: 지난 29일 이산가족 상봉단이 평양으로 떠나기 전날밤 본사 기자가 김삼례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집요한 기자의 질문에 되돌아온 것은 대부분 몰라요라는 단답입니다.

    ● 김삼례 (73살): 몰라요, 나는 몇 년도인지도.

    ● 기자: 그러나 아들이 자진 월북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단호합니다.

    ● 김삼례(73살): 그걸 몰라서 물어봐요.

    어떤 놈이 거기를 넘어가요.

    ● 기자: 혹시 잘못 말했다가 남쪽에 있는 손주, 손녀에게 화라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리가 본능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틀 뒤 평양 고려호텔.

    옷고름을 매주는 새며느리가 대견스러우면서도 살림살이가 걱정입니다.

    ● 김삼례(73살): 이건 또 돈을 얼마나 줬냐.

    ● 기자: 생각지도 않았던 손주까지 봤지만 다시 아버지없이 자라는 남쪽 손주가 걱정입니다.

    ● 김삼례(73살): 현문아, 텔레비전 보냐?

    너 텔레비전 봐라, 아버지 본다.

    니네 아버지하고 같이 있으니까, 사진 찍으니 텔레비전 봐라.

    ● 기자: 12시 오찬장.

    이제 잘 살고 있음을 한사코 강조하는 새 며느리 마음도 헤아려야 합니다.

    ● 김삼례(73살): 아들보다도 며느리하고 손자가 더 좋죠.

    어머니.

    ● 기자: 평양 기자의 유도 질문에는 남쪽에서와는 다른 대답으로 받아 넘깁니다.

    ● 평양타임스 기자: 나쁜 소식 돌았는데 남쪽 있을 때 믿으셨습니까?

    ● 기자: 남쪽으로 돌아온지 이틀이 지난 오늘 김 할머니는 이제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합니다.

    ● 김삼례(73살): 못 볼 적에는 죽었을까봐 걱정이지만 이제는 보고 와서 아무 일 없어요.

    ● 기자: 그러면서도 황망히 카메라를 피하는 고등학교 1학년짜리 손주가 걱정입니다.

    ● 김삼례(73살): 걔가 지금 사춘기라 자꾸 드나들고 그러니까 더 속상해서요.

    ● 기자: 김삼례 할머니의 요며칠 행적은 분단시대 기구한 한 어머니의 복잡한 심사를 농축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일윤입니다.

    (정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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