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에 전깃불]
● 앵커: 올해 처음 전기가 들어온 서해안 낙도의 주민들에게 신사년은 특별한 한 해였습니다.
목포 박영훈 기자가 그 섬, 외병도에 다녀왔습니다.
● 기자: 목포에서 뱃길로 3시간 반 거리에 있는 전남 진도군 외병도입니다.
18가구 34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이 마을에 지난여름 처음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등잔이 한쪽으로 밀려나고 전기 믹서기로 멧돌도 할 일을 잃었습니다.
대신 냉장고와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들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 박형식(외병도 이장): 9시 넘으면 촛불 켜고 있다가 잠자야 돼요.
그런 실정이었는데 지금 전기가 들어와서 아주 편리하게 쓰고 있어요.
● 기자: 수세식 화장실에 아궁이 대신 전기보일러도 등장했습니다.
시설을 갖추지 못한 이 마을 절반 이상의 가구는 아직도 이처럼 군불을 때고 있습니다.
겨울철 마땅한 소일거가 없던 아낙네들에게 한 데 모여 텔레비전을 보는 재미도 생겼습니다.
● 이심단: 나 80 평생을 살도록 전기가 이렇게 들어와서 보고 싶은 텔레비전도 원 없이 보고 냉장고에다 반찬 넣어놓고 맛있게 먹고, 안 죽고 오래오래 살면 좋겠어요.
● 기자: 외딴섬 주민들에게 21세기에 처음 만난 전기는 그 어느 것보다 오래 기억될 변화였습니다.
(박영훈 기자)
뉴스데스크
전남 진도군 외병도 전깃불 들어오는 날[박영훈]
전남 진도군 외병도 전깃불 들어오는 날[박영훈]
입력 2001-12-29 |
수정 200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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