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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루사]강릉 기록적폭우 수중도시로변해 정전속 공포의밤[박성준]

[태풍루사]강릉 기록적폭우 수중도시로변해 정전속 공포의밤[박성준]
입력 2002-09-01 | 수정 200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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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기록적 폭우 수중도시로 변해 정전속 공포의 밤]

    ● 앵커: 갑작스럽게 수해를 당했던 강릉과 속초, 삼척 일대 주민들은 어젯밤을 뜬눈으로 지샜습니다.

    어둠 속에 유령도시처럼 변한 밤사이 영동지역의 모습을 박성준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 기자: 강릉에 어제 동안 쏟아 부은 비의 양은 7살 어린이의 이만 합니다.

    바닷물까지 역류하면서 단숨에 수중도시로 변했습니다.

    밤이 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계곡물 같이 빠른 물살이 도심을 가로질러 강처럼 흘렀습니다.

    차를 버려야할 이 운전자는 차창 밖으로 다리를 내놓고 곡예하듯 귀중품을 챙깁니다.

    방금 주인이 버리고 간 자동차에서는 아직도 비상등이 깜박입니다.

    집 옥상에 고립된 주민은 계속해서 손전등을 깜박이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물이 대문 안으로 빨려들어 갑니다.

    담을 무너뜨릴 것처럼 거센 물살이 밀어닥치자 주인은 열고 물길을 터줍니다.

    역류한 물이 가게 안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집니다.

    경찰차도 길 중간에서 발이 묶였습니다.

    정전 때문에 어두워진 시내 중심가 도로가 을씨년스럽습니다.

    쓰러져 꺾인 전신주에서는 누전이 발생해 연기가 솟습니다.

    감전사고가 염려됩니다.

    담장 높이까지 차오른 물은 튜브 없이는 다니기 힘든 상황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보트로 옮겨 태웁니다.

    마을 사람들까지 나서 줄을 당겼고 무사히 구조된 할아버지의 입에서는 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구조대원의 등에 업히자 어둠 속에서 5시간이나 참았던 눈물이 흘러나옵니다.

    아이들의 생사를 모르는 어머니도 서럽습니다.

    ● 수재민: 물이 치올라 2층 꼭대기까지 올라왔대요.

    더 이상 어떻게 못하겠대요.

    ● 기자: 비옷과 간단한 옷가지만 챙긴 가족들은 피난민처럼 걸어서 대피소로 모여들었습니다.

    깊은 물길 속을 빠져나올 때 탔던 튜브를 끼고 있는 모습이 처량해 보입니다.

    수재민이 수용된 인근 학교에는 장판 말고는 준비된 구호물품이 없어 피곤한 몸을 책상 위에 눕혔습니다.

    ● 인터뷰: 아침에는 눈물나는데 지금은 눈물도 안 나요.

    ● 기자: 물이 삽시간에 덮치는 바람에 가게 안에는 그대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싶은 가게 주인들은 밤새 물을 퍼냈습니다.

    ● 인터뷰: 이런 상황이니까 물이 줄 때까지나 계속 퍼내야 될 거 아닙니까?

    ● 기자: 전기와 전화가 들어오지 않는 칠흑 속의 밤은 말 그대로 악몽이었습니다.

    MBC뉴스 박성준입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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