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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역사잃은 고도]퇴계 이율곡 집터에 모텔 건축[조승원]

[역사잃은 고도]퇴계 이율곡 집터에 모텔 건축[조승원]
입력 2002-11-29 | 수정 200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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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적지에 모텔]

    ● 앵커: 수도 서울이 거의 팽개치고 있는 역사 문화 유적들, 연속 보도입니다.

    지난 85년부터 서울시는 유적지나 유명 인물의 집터에 표석을 세워왔습니다.

    서울시내 이런 표석이 270여 개나 되는데, 그러나 표석만 세워놓으면 뭐합니까?

    이율곡 선생이 살았던 집터에는 지금 모텔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조승원 기자입니다.

    ● 기자: 순조의 장녀인 명원공주가 살았던 죽동궁터입니다.

    단란주점과 음식점 간판 바로 옆, 계단 벽면 후미진 곳에 표석 하나 달랑 서 있습니다.

    ● 인터뷰: 눈에 잘 띄지 않아요.

    일반인들이 오며 가며 봐도.

    ● 기자: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을 지냈던 유성룡 선생의 집터는 현재 주유소가 들어서 있습니다.

    행인들은 이 표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유 선 님의 집터가 묻혀버린 것처럼 버려진 듯이 무심코 지나다가 생각하지만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 기자: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11번지 지하 2층, 지상 8층짜리 고급 모텔이 생길 예정입니다.

    공사장 바로 앞에는 표석 하나가 포장에 덮여 있습니다.

    포장을 벗겨봤습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 이율곡 선생이 살았던 곳이라고 돼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율곡 선생께 죄를 지은 심정이라고 토로합니다.

    ● 인근 주민: 그 분이 사시던 곳에다 여관을 만든다고 그래 가지고 상당히 암담했고 또 황당하게 생각을 해서.

    ● 기자: 모텔을 짓도록 허가를 내준 공무원조차도 민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 구청 공무원: 우리들도 이것은 심지어 '5천 원짜리 지폐에다 율곡 이이 초상화보다 모텔을 그려야하지 않느냐' 그런 얘기까지 했죠.

    ● 기자: 역사적 장소에 표석을 세우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표석 하나 세워놓고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뉴타운과 강북 개발에 쏟는 관심의 백 분의 일이라도 돌릴 수는 없는 것인지, 홀로 외롭게 서 있는 표석들이 묻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승원입니다.

    (조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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