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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의 외국]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 동포들의 애환[현영준]

[한국 속의 외국]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 동포들의 애환[현영준]
입력 2006-04-13 | 수정 200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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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속의 외국] 서울 속 옌볜]

    ● 앵커: 7, 80대 기름때에 찌든 노동자들의 안식처였던 서울 가리봉동.

    지금은 그 시절 가리봉 쪽방을 중국 동포들이 물려받고 있습니다.

    연속기획, 한국 속의 외국.

    오늘은 완전한 한국인도, 완전한 이방인도 아닌 중국동포들의 애환을 현영준 기자가 담았습니다.

    ● 기자: 저녁 어스름, 네온사인에 하나둘 불이 켜지자 거리에는 최신 중국 가요 흐르고 고된 일과를 마친 중국 동포들이 모여듭니다.

    식당에서는 저녁 손님 맞이 준비가 한창입니다.

    김치와 찌개도 싫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고향 요리가 그리웠던 사람들이 자리를 메웠습니다.

    식당 안은 중국말과 조선족 말투가 뒤섞여 연변에 온 듯한 착각이 듭니다.

    어렵게 찾아온 한국에서 받은 설움에, 또 가족들 생각에 38도짜리 길림술 한 병 금세 비웁니다.

    ● 기자: 무슨 일 하시면서 돈 버세요?

    ● 서영철(28세, 중국 랴오닝성): 지금은 돈 버는 것도 크게 없어요.

    일하고 돈 못 받고…

    교포들이 얼마나 속상해요.

    ● 기자: 중국식 분식점과 식료품 가게에도 저녁을 준비하려는 손님들이 모여들고 중국 CCTV의 아나운서도 낯설지 않습니다.

    객지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고향 노래 부르며 위안을 삼는 풍경도 이제는 일상이 됐습니다.

    구로공단이 사라진 이후 공장 노동자들 대신 가리봉동에 들어온 조선족 동포는 대략 5000명.

    동포들이 이곳에 정착한 이유는 싼 방값 때문입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은 겨우 다리 뻗고 누울 정도지만 보증금 없이 한 달 10만원에 방세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입니다.

    ● 김영희(가명, 48세): 돈 벌러온 사람이 방 좋은 거 잡고 번듯하게 화려하게 해 놓고 살려면 돈이 들어야 하니까…

    ● 기자: 조선족 동포들에게 이곳은 고향 음식에서 취업정보까지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는 제2의 고향이 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조선족 관련 범죄가 늘고 있고 또 이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오해가 생기면서 조선족의 거리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 김용필(중국 동포신문 편집국장): 선입관이라고 할까요, 그런 편견을 보는 그런 동포들을 좀 이 공동체를 형성하면 범죄의 온상이 된다라든가…

    ● 기자: 그나마 이런 걱정도 오래 가지는 못할 듯합니다.

    구로구가 앞으로 이 지역을 첨단상업지구로 재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이 거리의 운명도 비자에 묶인 중국동포들처럼 시한부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MBC뉴스 현영준입니다.

    (현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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