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김경호 기자

졸음 운전과의 싸움

졸음 운전과의 싸움
입력 2007-01-24 21:45 | 수정 2007-01-24 23:49
재생목록
    ● 앵커: 버스운전기사가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을 하다가 얼마 전 큰 사고를 냈었는데 버스 승객들의 소중한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 운전기사들의 무리한 운행실태, 그러나 하나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실제 아찔한 순간들이 많습니다. 하루 15시간 운전, 그래서 늘 졸음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 한 고속버스 기사의 하루를 김경호 기자가 쭉 지켜봤습니다.

    ● 기자: 아침 7시, 속초행 고속버스가 경기도 광명을 떠납니다. 오늘 운전은 운전경력 25년 된 55살 이기복 씨가 맡았습니다.

    버스가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승객들은 하나둘씩 스르르 눈을 감습니다. 운전기사 이 씨도 졸음과 힘겨운 싸움을 시작합니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지만 눈을 깜빡거리며 졸음을 쫓아 보내려 안간힘을 씁니다. 이렇게 졸음과 전쟁을 벌이다 보면 아찔한 순간도 많습니다.

    ● 이기복: 지금 가는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모르고 멍하게 갈 때가 있어요. 제 차선을 지키지 못할 수 있는 그런 현상이 온다고요. 차선을 물고 간다든가...

    ● 기자: 이렇게 두 시간을 달려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휴식시간은 15분. 승객들은 화장실도 가고 간단히 몸도 풀며 휴식을 취하지만 정작 쉬어야 할 이 씨는 쉴 수가 없습니다. 재빨리 아침식사를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에 쫓기며 허겁지겁 식사를 합니다.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이 곧바로 운전석에 오르면 겨우 시간이 맞습니다.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강릉을 거쳐 목적지 속초에 도착합니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5시간 정도 걸려 정오가 다 되었습니다.

    ● 이기복: 속초까지 긴 시간 참고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두고 내리시는 물건 없이 안녕히 가십시오.

    ● 기자: 버스 안을 정리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가 싶더니 1시 20분, 다시 버스가 출발합니다.

    서울로 되돌아오는 길. 갔던 길을 되짚어 5시간을 달리다 보면 어느덧 날이 저뭅니다. 이번에는 손수 버스 구석구석을 돌며 쓰레기를 치우고 걸레질까지 합니다.

    저녁 7시, 이쯤 되면 집으로 돌아가 푹 쉬면 딱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 씨는 다시 운전대를 잡습니다.

    또다시 속초로 출발. 깜깜한 밤길을 달리다 보면 온몸에 피로가 몰려옵니다. 간간이 들려오는 버스 사고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실제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 버스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운행속도가 들쭉날쭉한 버스는 십중팔구 졸음운전이라는 겁니다.

    ● 이기복: 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들을 보면요, 가다가 속도가 시속 80km로 가고 90km로 가고 그런 차들을 보면 기사들이 대부분 졸음운전 한다고 보면 되죠.

    ● 기자: 밤길을 달려 속초에 도착하니 벌써 자정이 다 돼 갑니다.

    이 씨의 하루 운전시간을 재봤습니다. 광명에서 속초까지 하루 3차례, 꼬박 15시간을 운전했고 운행거리는 1000km에 육박합니다. 세차를 마치고 자정을 넘어 숙소로 향하는 길.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넘긴 게 기적만 같습니다.

    ● 이기복: 하루하루 나가서 하루만 무사하면 감사하게 생각해요.

    ● 기자: 다음날,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아침 7시. 이 씨는 어김없이 운전석에 앉습니다. 그리고 다시 15시간의 기나긴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이 씨의 월급은 심야수당까지 합쳐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이 씨는 운전을 천직으로 알고 있지만 살인적인 근무여건 때문에 혹시나 대형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뿐입니다. MBC뉴스 김경호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