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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이혜온 기자

재개발 아파트 불나면 속수무책

재개발 아파트 불나면 속수무책
입력 2007-04-26 21:44 | 수정 2007-04-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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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진 앵커: 요즘 전망 좋은 고지대에 재개발되는 아파트들이 참 많습니다.

    지하주차장을 없애고 조경시설을 꾸며놓아서 보기에는 좋은데 불이 날 경우에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화재에 무방비인 재개발 아파트들을 점검해 봅니다. 이혜온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재개발 아파트 20층에서 불길이 솟아오릅니다. 아파트 옆면에 세운 사다리차에서 물을 뿌려보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불길을 전혀 잡지 못합니다.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아파트 34평이 모두 타고 말았습니다.

    ● 주민 : "요기다 놓고 사다리차가 물을 쐈어요. 사이드 쪽에 뿌리다 보니까 직접적으로 물을 못 쏜 부분이 있고요."

    사다리차를 옆면에 세워둔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아파트 뒤쪽은 조경 시설이 있어 아예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또 아파트 앞쪽은 경사가 너무 심해 사다리차를 세울 수 없었던 겁니다.

    다른 재개발 아파트들은 고층화재에 안전한 지 살펴봤습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아파트 뒤편 경사로에 차를 세우고 사다리를 올려봤습니다. 금세 빨간 경보등이 켜집니다. 사다리차가 균형을 잡지 못했다는 신호입니다.

    지면이 5도 이상 경사가 있는 곳에선 사다리차가 뒤집어질 위험이 있어 작동을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급하면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지만 이땐 평소보다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립니다.

    ● 이주성 (서울 성북소방서 소방장) : "경사로가 있으면 수동으로 수평도 맞춰야하고, 전개하는데 위험성도 내포하기 때문에 평상시 저희가 위험성을 안고 훈련을 하진 않죠."

    최근 아파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꾸미는 조경시설도 불을 끄는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사다리차는 건물에서 15미터는 떨어져 있어야 안정된 각도를 유지하며 높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경시설 때문에 차를 건물에 바짝 붙이다 보니 사다리가 올라 갈수록 차가 넘어질 위험이 있어 사다리를 높이 올리지 못하는 겁니다.

    그나마 사다리차가 들어설 수 있는 아파트는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또 다른 재개발 아파트 단지. 사다리차가 아파트에 접근조차 못하고 멈춰 서 버립니다. 아파트 바로 앞에 소방차 전용 주차 공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경 시설 때문에 아예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처럼 사다리차가 들어갈 수 없다 해도 법적으론 문제 될 게 없습니다.

    고층 아파트에 스프링쿨러 같은 소방 설비는 반드시 설치하도록 돼있지만 사다리차 주차 공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 박태일 (서울 관악소방서 안전교육팀장) : "주차 공간에 대해서는 법으로 정한 게 없습니다. 그래서 건축 당시부터 저희가 사전에 조율하거나 지도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전망이 좋은 높은 지대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재개발 아파트들. 하지만 고층에서 불이 나면 불 끄는데 꼭 필요한 사다리차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습니다.

    MBC뉴스 이혜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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