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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꽃게들, 어민들 한숨 "푹"

사라진 꽃게들, 어민들 한숨 "푹"
입력 2007-05-16 21:51 | 수정 2007-05-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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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꽃게 황금어장 연평도 근해에 꽃게가 사라졌습니다.

    꽃게가 잡히지 않아 어민마다 빚더미에 앉게 됐는데 현장을 강현섭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새벽 6시 서해 연평도 앞바다. 우리 어선들이 한껏 기대에 부푼 채 올 들어 처음 꽃게를 잡으러 바다에 나갑니다.

    한 달 전 쳐놓은 그물을 당겨봅니다. 하지만 기대는 잠시뿐. 꽃게보다 쓰레기가 많습니다.

    300미터 그물을 끌어올려 잡은 꽃게입니다. 채 한 바구니도 나오지 않습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40 바구니 이상 나왔던 것은 이젠 옛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다른 배라고 나을 건 없습니다.

    ● 기자 : 꽃게잡이?

    ● 어민 : "꽃게잡이가 어떠냐고! 없어서 다 끝내야 돼"

    ● 기자 : 그래요. 예전에 비해서 어때요?

    ● 어민 : "아주 전혀 없어요"

    해마다 줄어든 꽃게 수확량. 한해 2천 톤 이상 잡히던 게가 이젠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꽃게가 왜 이렇게 줄어들었는지 연평도 바닷속을 들어가 봤습니다.

    꽃게가 지천으로 깔렸던 바다 밑바닥에 가시거리 10센티미터도 되지 않을 정도로 흙먼지가 쌓여 있습니다.

    암반 위에는 흙먼지가 쌓였고 모래사장 위에는 두꺼운 먼지층이 겹을 이루고 있습니다.

    손으로 바닥을 훑자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나고 소라껍데기와 죽은 해초가 널려 있습니다.

    ● 최중기 교수/인하대 해양학과 : "식물 플랑크톤이 탁도 때문에 제대로 살 수 없고 먹이가 되는 생물도 제대로 살 수 없게 되죠 "

    이처럼 꽃게 어장이 황폐화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꽃게 어장 근처에서 중국 어선 20여 척이 오성홍기를 내걸고 조업 중입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중국 어선들은 몰래 우리 어장으로 넘어옵니다. 해경 특공대가 출동하자 10분도 안 돼 영해를 침범한 중국 배가 보입니다.

    ● 인터뷰 : "기다려.. 서...나와"

    북위 37도 41분 228초. 우리 영해입니다. 어선에는 꽃게를 싹쓸이하려는 촘촘한 그물과 3일치의 식량이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 어선들이 우리 꽃게 어장에 와서 불법 조업을 하는 바람에 꽃게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또, 몇년 전부터 북한에서 모래를 채취하면서 흙먼지가 꽃게 어장으로 흘러들어 어장을 망치고 있습니다.

    ● 김재식 / 연평도 어민회장 : "황해도 해주에 있는 모래를 지금 한국에서 채취하고 있거든요. 거기서 채취해서 발생하는 흙먼지 유입이 심각한 원인"

    여기다가 꽃게를 잡고 나서 바닷속에 버린 그물 등 어구들이 수십 년 방치되면서 꽃게 서식처를 오염시켰습니다.

    ● 연인자 수산연구관/ 서해수산연구소 : "버려진 상태에서 처음에는 고기가 들어갔다가 그 고기를 먹기 위해 다시 들어가고 결국에는 고기의 무덤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

    결국, 꽃게가 사라지면서 연평도 식당에서 꽃게탕 먹기도 어려울 정도가 됐습니다.

    ● 김진화 / 식당주인 : "꽃게탕이 없어요, 꽃게가 어디 있어야 꽃게탕을 하죠"

    어민들의 생활도 어려워졌습니다. 대부분 빚을 내 배를 수리하거나 배를 새로 장만했지만 꽃게가 잡히지 않으면서 빚더미를 안게 됐습니다.

    ● 어민 : "가족들 친인척 돈까지 쓰게 되고 있는거죠.. 사채 이자는 미룰 수 있잖아요 사정을 봐서 그러나 나라돈은 미룰 수가 없잖아요"

    연평도 120가구의 가구당 빚이 평균 2억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꽃게가 사라지면서 어민들 대부분이 꽃게잡이를 포기해 부두에는 빈 어선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빚은 늘어가고 벌이는 없자 어민들이 점차 고향을 등지면서 빈집이 계속 늘어 마을 역시 꽃게 어장처럼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강연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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