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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하는 주민들‥두통, 구토, 실명

신음하는 주민들‥두통, 구토, 실명
입력 2008-02-19 21:47 | 수정 2008-02-1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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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그런데 발암물질도 문제지만 지금 당장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들도 심각합니다.

    두통에 어지럼, 피부질환, 특히 눈에 이상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유충환 기자입니다.



    70일 전 충남 태안 해변.

    ● 이인열 (77세) : "어지럽고 골도 아퍼, 기름 냄새 맡으니까. 저기는 막 퍼 부었어, 저쪽에. 어떻게 우린, 어떻게 살아.."

    두 달이 넘은 지금.

    태안에는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하루 7시간씩 거의 매일 기름 제거 작업을 했던 문옥희 할머니.

    언제부터인가 멀쩡하던 두 눈이 따끔 거리더니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얼마전 한 쪽 눈을 실명했습니다.

    ● 문옥희 (77세) : "여기(작업장) 다닌 후부터 아주 까마득 하지. 아주 안 보여 여기(작업장) 다닌 후 부터"

    문 할머니는 지금까지 400 시간이 넘도록 원유의 강한 휘발 성분에 눈이 그대로 노출돼 왔습니다.

    ● 문옥희 (77세) : "가렵고, 시리고, 따끔거리고.."

    이 지역 안과는 지난 두 달 동안 문 할머니 같은 눈 질환 환자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 윤영대 (안과 전문의) : "각막 질환이나 결막 손상, 염증이 있는 결막염 환자 늘어.."

    정낙천 할머니는 장갑조차 끼지않은 맨 손으로 기름을 퍼날랐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손톱이 모두 물러져 버린 겁니다.

    ● 정낙천 (68세) : "이런데가 욱씬 욱씬해.. 손가락이.. 그러다 보니까 손톱이 다 빠져 나오잖아요"

    정 할머니 역시 눈에 이상이 생겨 말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 정낙천 (68세) : "눈도 뻐근하니, 모래 든 것 같고.."

    기름 범벅이 됐던 해변 바로 옆의 만리포 해수욕장 보건진료소.

    여기를 찾는 사람 대부분이 두통과 구토, 어지러움, 그리고 피부 질환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 만리포 보건진료소 관계자 : "두통도 있고, 소화 불량, 어쩌다 한 번 씩 피부에 뭐 난 분들도 있고"

    태안군이 자체 조사한 결과 지난달까지 무려 5만이 넘는 주민이 이런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습니다.

    ● 주민 : "머리가 아프더라고, 눈물이 막 나서 이런데가 다 터지고.."

    ● 주민 : "메스껍고 토할 것 같아요. 멀미하는 식으로.."

    ● 주민 : "따갑죠. 따가워서 밤새 긁는다니까요"

    ● 김생임 : "힘이 없고, 어지럽고, 이렇게 드라마만 봐도 어질어질 해요"

    이런 증상은 벤젠과 톨루엔 같은 원유의 휘발성 유기화합 물질을 계속해서 들이마셨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전문가는 진단합니다.

    ● 윤간우 (녹색병원 산업의학과장) : "원유의 독성은 두통, 구토 등 급성 질환 유발.. 장기적으로는 백혈병.."

    그런데 지금 주민들에게 지급 되는 약이라곤 진통제가 고작입니다.

    생계가 막막해진 주민들은 오늘도 아픈 몸을 이끌고 기름 작업장에 나가고 있습니다.

    기름과의 사투가 시작된지 벌써 두 달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어쩌면 주민들의 진짜 고통은 지금부터 시작일 지도 모릅니다.

    MBC 뉴스 유충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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