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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현원섭 기자

6.25 참전 소녀병을 아시나요

6.25 참전 소녀병을 아시나요
입력 2008-06-24 21:47 | 수정 2008-06-2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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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C▶

    한국 전쟁 당시에 십대 소녀들이 군복무를 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할머니가 된 소녀병들이 57년 만에 자신들이 사연을 들고 나왔습니다.

    현원섭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VCR▶

    빛바랜 흑백사진 속, 군복차림의 앳된 소녀.

    지금은 일흔다섯 살 백발이 된 문인순
    할머니는 해병 4기, 해병대 상병 출신입니다.

    북한군이 낙동강 전선을 위협하던
    1950년 8월 군대에 강제 징집됐습니다.

    그 때 그녀의 나이는 만 열 일곱,
    제주여중 2학년이었습니다.

    ◀SYN▶문인순(75살)/ 제주도 제주시 용담동
    "학도호국단 간부들은 전부 해병대 가라는
    거예요. 해병대 가라! 간부들은 전부 가라!"

    진해로 이송된 문 할머니와 또래의
    소녀들은 성인 남자 병사들과 똑같이
    군사훈련을 받았습니다.

    ◀SYN▶문인순
    "각개훈련, 총검술, 그 다음에 사격. 만나면
    무조건 쏘아 죽이라는 것.."

    그리고 이듬 해 5월까지
    해군사령부 소속 사병으로 복무했습니다.

    평양 출신인 74살 이인숙 할머니.
    한국 전쟁이 나자 제주도까지 피난을
    갔습니다.

    50년 8월 어느 날, 수용소에 숨어 있던
    그녀를 국군 징집관이 끌어냈다고 말합니다.

    ◀SYN▶이인숙(74살)/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무서워서 숨었거든요..어디서 피난 왔냐고
    그래서 우리는 고향은 평양이지만 서울서 피난
    왔다고 그랬더니 그럼 빨리 고향 가려면 군에
    입대하라 그러더라고.."

    이 할머니는 "소녀병 시절 1년이 자신의
    인생을 크게 바꿔 놨다"고 말합니다.

    ◀SYN▶이인숙
    "(입대) 안 했으면 학교 갔죠.
    어떻게 해서라도 학교 가고 그 시기를 안 놓쳐서..
    완전히 바뀌었죠. 진짜 너무 불행했어요."

    6.25 때 어린 나이로 참전한 사람들의
    모임인 <소년병 전우회>는 소녀병 가운데 현재
    16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소녀병과 관련된 기록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데다 정부는 강제 징집 사실도 인정
    하지 않고 있습니다.

    ◀SYN▶국방부 관계자
    "그 당시 전시 상황이고 뭐 특수한 상황에
    있고 그리고 그분들이 지원한 걸로 보고 있기
    때문에.."

    소녀병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정부로서는 부담입니다.

    ◀SYN▶정부 관계자
    "미성년자를 참전시킨 것은 국제협정 위반이고
    그렇게 시킨 사람은 전범 재판을 받아야 할
    대상이 되니까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거죠."

    할머니가 된 소녀병들은 올해 초
    UN 인권위원회에 탄원서를 내고 자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호소했습니다,

    ◀SYN▶이인숙
    "57년 동안을 묻혀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57년 동안에 그 보상을 어떻게 하겠느냐..
    그러니까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정부는 뒤늦게 실태조사와 함께 충혼탑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을 지원병으로 규정하면서
    근본적인 요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SYN▶유영옥 교수/ 경기대 국제대학장
    "국가는 그들에게 다른 유공자와 비슷하게
    똑같은 대우를 해줘야 하고, 두 번째는 그들에게
    정말 국가가 잘못했다는 사과를 해야죠."

    어린 나이에 군복을 입고 전쟁터에
    나서야 했던 소녀병사들은 지금 대부분
    70대 중후반의 노인들입니다.

    이들의 잃어버린 세월, 50년간 철저히
    외면당했던 설움을 정부가 보상할 수 있는
    시한 역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MBC뉴스 현원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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