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IT 강국으로 가는 길'

◀ＡＮＣ▶

이처럼 IT 강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로부터 원인 진단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길을 들어봅니다.

◀ＶＣＲ▶

IT 하면
세계는 한국을 주목합니다.

세계 1위의 통신 인프라,
세계 선두를 지키는 반도체 시장까지,
참 부러움을 살 만합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볼까요?

"우리는 과연 진정한 인터넷 강국입니까?"

제 생각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1> 먼저 인터넷 인프라를 구성하는 장비들이
대부분 외국산입니다.

국내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외국 회사들에게 좋은 일만 하고 있는 거죠.

<2> 콘텐츠 분야도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미국에 가보면
도시마다 그곳에 정착하는 방법이
책으로 나와 있습니다.

관공서 위치, 집 구하는 방법,
물건 싸게 사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들이 망라돼 있지요.

이렇게 풍부한 콘텐츠들이
인터넷과 결합하니까
경쟁력이 커지는 겁니다.

우린 그런 기록 문화가
아주 미흡하지 않습니까?

<3> 인터넷의 사용 행태도 문제입니다.

인터넷 사용 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주변에 보면 채팅이나 음란물,
동영상 교환에 몰두하는 이들이
너무 많지 않아요?

창조보다는 소비에 편중되고 있습니다.

<4> 정보 보호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해킹 때문에 우리나라 자체도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도 다른 나라에게 폐를 끼치는
국가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이 같은 총체적 난국은
인터넷망을 깔고 운영하는 데만 투자를 하고
본질적인 부분은 등한시한 데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식정보산업을
제대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 우선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불법복제가 만연하면
산업 자체가 발전할 수가 없거든요.

<2> 또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 환경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발주를 할 때 예산절감에만 얽매이면
대기업이 출혈경쟁을 하고,
그 손실은 중소업체로 전가되는 것입니다.

<3> 이를 바로 잡으려는 정책과 제도도
절실히 요구되는데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빌 게이츠가 와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IT 종사자들의 얘기는
그만큼 인터넷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말로는
지식정보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일선현장에서는 오히려 축소시키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책 수립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