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반도 괴로워요" 꽃샘추위 속 '에너지 빈곤층'

◀ＡＮＣ▶

전기요금 못 내면 전기 끊어집니다.

이 추위에 얼마나 서럽겠습니까?

또 전기 끊어야 하는 한전 직원들 마음은 오죽할까요?

한전 사장님! 정말 딱한 분들만 날 풀릴 때까지 유예해주는 방법은 없을까요?

양효걸 기자입니다.

◀ＶＣＲ▶

꽃샘추위가 한창이던 지난 3일.

전기와 가스가 모두 끊긴
수원의 한 다세대주택 지하에서
아버지가 딸을 위해
촛불을 켜고 외출했다 불이 났습니다.

◀ＳＹＮ▶ 이웃주민
"전기 가스가 다 끊겨 있었어.
어두우니까 촛불을 켜놓고 있다가…."

이처럼 난방비와 전기료가
전체소득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가구는
전국에 120만, 이른바
'에너지빈곤층'입니다.

한전 단전반이 한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전력 공급선을 뽑아내자,
365일 돌아가던 주방의 숨이 멎었습니다.

갈수록 치솟는 물가에 불경기가 겹치면서
3개월 이상 전기료가 체납된 겁니다.

동절기 유예기간이 끝난 이번 달부터는
가정집에 대해서도 전기 제한조치가
시작됐습니다.

◀ＳＹＮ▶ 차상래
"불이 안 들어온다고 해요,
우리 딸이 이상하다 왜 안 들어오지….
다른 곳도 좀 켜보라고 했더니
다른 곳도 안 들어온다고 해요."

형광등 한 개와 소형 냉장고 하나,
TV를 켤 수 있는 전력만 공급됩니다.

체납가정을 방문하는 한전 직원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ＳＹＮ▶ 안찬홍/한전 직원
"제한공급을 하고 나면 저녁에 집에 가서
잠을 자더라도 마음이 항상 안 편하다
이겁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일을
안 할 수도 없는 거고…."

유난히 추웠던 지난 1월 한 달,
전기료 체납가구는 38만여 가구,
액수는 1백억 원이 넘습니다.

MBC뉴스 양효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