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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박종욱 기자

[현장M출동] 폭염, 빈곤층에 더 큰 고통‥"서럽다"

[현장M출동] 폭염, 빈곤층에 더 큰 고통‥"서럽다"
입력 2012-07-27 21:36 | 수정 2012-07-2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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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C▶

    폭염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빈곤층에 집중돼 있다고 합니다.

    찜통처럼 달궈진 좁은 방에서 근근이 여름을 나고 있는 분들이 참 많은데요.

    더위조차 다르게 맞을 수밖에 없는 이 참담한 현실을 박종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VCR▶

    가파른 산을 타고, 빽빽이 집들이 자리잡은 부산 감천마을.

    조금이나마 뙤약볕을 가려보겠다며 할머니가 발을 끌고 힘겹게 계단을 오릅니다.

    ◀SYN▶ 최은주(69세)
    "안 좋아요. 집도 습기가 차 가지고. 슬레이트 집이라..."

    겨우 한 사람 누울 수 있는 작은 방, 선풍기를 켜보지만 뜨거운 바람만 나옵니다.

    막걸리 한 잔을 놓고 할아버지는 더위를 피하는 요령을 자랑하지만,

    ◀SYN▶ 이광섭
    "오늘 구포를 두 번이나 다녀왔어. 더워 가지고 버스 타면 좀 낫잖아요."

    돌아오는 건 핀잔뿐입니다.

    ◀SYN▶ 할머니
    "차비 갖고 얼음 사다 먹고 앉아 있는 게 낫겠다."

    해가 저물고, 폐지를 찾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바빠집니다.

    ◀SYN▶
    "박스 있습니까?"

    빈 상자를 모아주는 동네 가게 아저씨는 할머니의 든든한 후원자.

    ◀SYN▶ 임복연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말은 안 해도 얼마나 고마운지..."

    할아버지와 한달을 꼬박 같이 일해 모을 수 있는 돈은 10만원 안팎.

    ◀SYN▶ 이낙연
    "이거 안 하면 손주들 학용품은 사줄 수가 없는데...안 할 수가 없지. (몸이 아파서) 안 해야 하는데..."

    어두워져도 쉽게 식지 않는 열기.

    노부부는 마당에 앉아 연신 부채질만 할 뿐입니다.

    다시 밝아온 아침. 젊은 사람들은 일터로 떠나고, 마을에 남은 노인들은 또다시 폭염과의 싸움을 시작합니다.

    여름 태양은 누구에게나 뜨겁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느냐 일텐데요.

    지난 2003년 유럽 최악의 폭염으로 7만여 명이 사망하고, 프랑스 파리에서만 4천여 명이 숨졌을 당시, 그 피해는 도시에 혼자 사는 저소득층 노인에게 집중됐습니다.

    서울 도심의 한 쪽방입니다.

    방 크기는 가로 세로 5.1m. 이 비좁은 방에 창문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환기가 안 되는 집이 10집 중 4집이었습니다.

    쪽방 안의 온도는 바깥 온도(28.3도)보다 3-4도 더 높았습니다.

    환기가 안되다 보니 아침(31.1)이나 낮(31.9)이나 온도 차이가 없어 24시간 내내 숨이 턱턱 막힙니다.

    쪽방이 더 더운 이유, 우선 구조상 문제가 있었습니다.

    ◀SYN▶ 안병옥 소장/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아주 적은 방들이 밀집 돼 있어 통풍이 거의 안 되는 구조입니다. 밖에 있는 사람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여기에 외부적 요인도 있습니다.

    인근 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어콘의 열기와 자동차 배기가스, 그리고 50도를 넘는 아스팔트 복사열.

    이런 인공열들이 빌딩숲을 맴돌다 열기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쪽방촌에 머물게 된다는 겁니다.

    ◀SYN▶ 엄홍일
    "힘들지 뭐, 할 수 없잖아, 죽지는 못 하고..."

    특히 우리나라는 폭염에도 찜통같은 비닐하우스에서 일해야만 하는 농민들이 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시 빈민, 지역 농민, 이런 경제적 약자들의 폭염 사망은 그래서 '사회적 죽음'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사회적 계층에 따라 폭염에도 온도 차이가 있는 현실,

    이들에 대한 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기도 합니다.

    MBC뉴스 박종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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