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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플러스] 중국 자본 '제주 공습'…야프섬의 오늘

[뉴스플러스] 중국 자본 '제주 공습'…야프섬의 오늘
입력 2013-04-03 20:35 | 수정 2013-04-0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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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C▶

    제주도에 최근 중국인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습다.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지만 혹시 난개발로 천혜의 자연과 고유한 전통이 훼손되지는 않을까 우려도 있습니다.

    ◀ANC▶

    중국 자본에 잠식당한 야푸섬의 오늘을 통해서 제주의 미래를 미리 그려보려고 합니다. 먼저 염규현 기자가 제주의 현재 상황 취재했습니다.

    ◀VCR▶

    제주 국제공항.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입니다.

    ◀SYN▶ 랑시나
    "화장품이랑 마스크팩 같은 것들을 사고 싶어서 한국에서 이런 제품들이 유명하고, 좋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한국에 왔어요)."

    비자 면제로, 제주도를 찾는 중국 관광객은 지난 5년간 6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주도 현지 상인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중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상점에 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INT▶ 백지연/과일가게 상인
    "같이 패키지로 몰려다녀서 같이 거기만 가고하니깐 저희같은 소상공인은 아직까지는 그런 걸 못 느끼고요. 피부에 와 닿질 않아요."

    숙박도, 중국인이 사들인 호텔을 이용합니다.

    ◀SYN▶
    "일반인은 거의 없고요. 관광객은 중국인들만.."

    ◀SYN▶ 호텔 관계자
    "중국인이 (호텔을) 산 걸로 알고 있어요. 중국풍으로 바꿨어요. 금색하고 빨간색을 많이 썼어요. (중국인들이) 선호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아예 집을 사들이기도 합니다.

    제주 산간에 짓고있는 이 고급 콘도들은 모두 중국인에게 분양됐습니다.

    벽난로와 수영장까지 갖춘 초호화 저택들입니다.

    ◀SYN▶ 리조트 관계자
    "공사중인 것의 약 70%가 분양이 되었다고 얘기 들었습니다. 거의 중국인들.."

    5년간 5억 원만 투자하면 영주권을 주는, 이른바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시행된 뒤, 중국인 보유토지가 폭증해, 5년 새 90배 이상 늘었고, 대규모 부동산 투자 9건 중 7건도 100% 중국자본입니다.

    ◀SYN▶ 한영조/제주경실련 사무처장
    "중국인들의 집단 거주지역이 이제 형성되게 되겠죠. 외국인들에게 영주권 판매목적으로 지어지고 있다는 거죠. 바로 이건 집장사라고 밖엔 볼 수 없다."

    오는 7월 착공 예정인 한 리조트 부지, 역시 중국인이 사들인 땅입니다.

    그런데 한라산 천연보호지구와 불과 7백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개발중인 지역 상당수가, 유네스코 지정 천연자연 전이지대와 겹칩니다. 난개발로 인한 자연 훼손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INT▶ 김태일 교수/제주대 건축학과
    "한 쪽 부서에서는 막 보존하려고 하고, 한 쪽에서는 그걸 또 파헤쳐서 개발하려고 하는 게 제가 볼 때는 좀 문제가 있다."

    이처럼 중국 투자로 인한 잡음은 비단 우리섬 제주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남태평양의 한 작은 섬나라는 성급하게 중국 자본의 투자를 유치했다가 오히려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마이크로네시아 연방국의 가장 작은 섬, 야프 섬입니다.

    최근 이곳에 중국자본의 리조트 개발계획이 세워지면서, 이 작은 섬나라가 온통 갈등에 휩싸였습니다.]

    인구 9천명, 울릉도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15세기 돌로 만든 돈을, 5백년 넘게 써올 정도로 전통을 소중히 여겨온 작은 섬나라입니다.

    그런 이 곳에, 2년 전 한 중국업체가 리조트 개발계획을 들고 오면서, 조용하던 섬이 들썩였습니다.

    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호텔과 골프장 3개 코스에 카지노까지.

    경제규모가 10배나 늘고 일자리는 인구 수 이상으로 생긴다는 솔깃한 제안을, 섬 정부가 덜컥 수용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겁니다.

    리조트 객실만 무려 4천개. 섬 인구가 다 잘 수 정도의 대규모입니다.

    ◀INT▶ 티미나파크로/야프섬 주민
    "그들이 와서 이 땅에 그렇게 큰 개발을 하면..그들이 모든 걸 다 망가뜨린다면...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대규모 개발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그동안 지켜온 자연과 전통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특히 일자리마저, 중국어를 할 줄 알아야만 준다는 계약 초안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우려는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INT▶ 니콜라스/야프 시민을 걱정하는 모임
    "도로도 병원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계약서에 보면 그런 약속은 하나도 없어요. 그냥 말만 한 거에요."

    섬 정부가 뒤늦게 중국업체에 개발 계획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지만 업체측은 개발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INT▶ 중국개발업체 ETG
    "아무것도 할 말이 없습니다. 여기 사무실이에요. 당장 나가세요."

    이 때문에, 외국 자본을 유치할 때는 건전한 자본인지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고 당초 목적대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지 사후감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주도도 외국 자본의 건전성을 검증하겠다는 대책을 뒤늦게 내놨지만, 여전히 유치 실적에 목메고 있습니다.

    ◀SYN▶ 전 자문위원
    "실적이 없으면 공무원을 들들 볶거든요? 건수만 많으면 된다는데 구별하는 작업을 하겠어요?"

    특별자치도라서, 중앙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SYN▶ 강경식 제주도의원
    "대부분의 권한이 도지사에 위임돼 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난개발로 흐를 위험이아주 높거든요."

    제주도에도 야프섬 같은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MBC뉴스 염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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