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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남상호 기자

[뉴스플러스] 한국 맥주, 맛 없는 이유는?

[뉴스플러스] 한국 맥주, 맛 없는 이유는?
입력 2013-04-30 20:32 | 수정 2013-05-0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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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C▶

    한국 맥주, 뭔가 부족하다는 아쉬움 많이 느끼시죠. 맥주마다 개성도 별로 없고 다양한 외국 맥주들과 비교하면 금방 차이가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두 회사가 양분하고 있는 독과점 체제가 문제인데 혹시 어디선가 이 맥주회사들을 감싸주고 있는 건 아닐까요?

    오늘 뉴스플러스에서 그 궁금증 취재했습니다.

    ◀VCR▶

    우리나라 성인 1명이 1년에 마시는 맥주는 100병.

    소주보다 더 많이 마시는 대중주입니다.

    싹튼 보리, 맥아 180kg을 빻아 따뜻한 물에 섞고 당분을 추출하기 위해 물 온도를 두 단계에 걸쳐 높입니다.

    ◀SYN▶ 송훈/독일 브루마이스터 (맥주 장인)
    "맥주 각각의 색이 다 다르게 나오고요. 그만큼 맛, 향이 상당히 다르게 나옵니다."

    여러차례 여과를 거쳐 맥아 찌꺼기를 걸러내고 나면 식혜처럼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달콤한 보리즙이 남습니다.

    쌉쌀한 맛과 특유의 향을 더해주는 홉을 넣고 펄펄 끓여 농도를 맞춥니다.

    9시간에 걸쳐 얻은 1000리터의 갈색 보리즙이 소용돌이통을 빠져나가 발효조로 들어갑니다.

    효모와 함께 3주 뒤 맥주가 탄생합니다.

    이런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하우스 맥주집은 2천년대 초반 규제가 풀리면서 150곳까지 늘어났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맥주를 즐길만한 곳이 많지 않습니다. 퇴근길, 하루의 피로를 털어버리는 동료들과의 맥주 한잔.

    이런 고깃집 냉장고 안에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딱 두 회사 맥주뿐입니다.

    한 해 4조 원에 이르는 국내 맥주 시장을 두 회사가 사이좋게 양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맥주 박람회.

    색다른 맛에 대한 갈증이 커지면서 수입 맥주 판매율은 두자릿수로 늘고 있습니다.

    반면 온라인 빅데이터 16억 건을 분석했더니 국산 맥주는 부정적 평가가 수입 맥주보다 두 배 이상 많았습니다.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해외언론의 혹평도 더해졌습니다.

    ◀INT▶ 앤드류/미국인
    "한국 맥주는 모두 맛이 같습니다. 미국서는 굉장히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맥주가 나오는데 모두 다른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맛의 차이는 제조공법에서 비롯됩니다.

    상온에서 숙성시키는 에일과 저온에서 만드는 라거 두 가지인데, 에일은 맛이 묵직한 반면, 라거는 깔끔한 청량감이 있습니다.

    국산 맥주는 둘다 라거방식.

    공기와 접촉을 차단해 맛을 지켜준다는 거품을 비교했습니다.

    카스는 3분 반, 하이트 5분, 하이네켄 7분, 아사히 7분 반.

    국산맥주의 거품이 더 빨리 꺼져버립니다.

    ◀INT▶ 류강하/독일 브루마이스터 (맥주 장인)
    "한국 맥주 같은 경우는 한국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탄산을 주입하기 때문에 거품이 쉽게 꺼지지만 청량감과 톡 쏘는 맛은 강조됐다고 생각합니다."

    국산 맥주가 맛이 있다, 없다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라거 일색이라 소비자 선택권이 없다는 건 분명합니다.

    이런 가운데 색다른 맛을 보여주겠다며 한 중소업체가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ANC▶

    우리 맥주 역사상 78년 만에 선보인 제3맥주입니다.

    틈새시장을 노린 에일 맥주입니다.

    한 대형마트에 납품을 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합니다.

    세금에 발목이 잡혔다는 것입니다.

    ◀SYN▶ 김강삼 대표/ 중소맥주업체 대표
    "절반이 세금입니다. 나머지 반으로 마케팅이나 연구 개발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제조원가가 5백 원이라면 주세에다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더해져 세금만 564.8원, 원가보다 많습니다.

    이 하우스 맥주 양조장도 세금 부담에 못이겨 최근 문을 닫았습니다.

    한 때 백 개가 넘던 이런 양조장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국회에서는 최근 중소 맥주회사의 세금을 30%선으로 줄이자는 법안이 나왔습니다.

    오비와 하이트진로를 회원사로 둔 주류협회는 부정적입니다.

    ◀SYN▶ 서정록 이사/한국주류산업협회
    "다른 산업들도 우리도 중소기업이니까 대기업과 (세금을) 차등 부과해달라고 했을 때 형평성 문제가 (생깁니다.)"

    현재 주류협회장은 전직 대구국세청장.

    이밖에도 국세청 출신 10여명이 20년 넘게 협회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SYN▶ 국세청 국정감사(2012년)
    "(주류)협회장 임면에 관해서 (국세청이) 승인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공생 관계에 있습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주류협회 등기이사이자 주류업체 대표들로부터 거액의 자문료를 받아 법정에 서기도 했습니다.

    대가성은 없다며 무죄로 면죄부를 받았지만 국세청과 협회는 이른바 주류 마피아라 불리며 유착 관계를 의심받고 있습니다.

    국세청의 관리 감독 속에 국산 맥주는 독과점 산업으로 커왔습니다.

    연구개발비는 전체 산업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이익율은 두 배입니다.

    맥주 독과점을 깬다면 맥주 맛이 더 좋아질 거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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