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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젖소는 천덕꾸러기…키우면 더 손해 '처치 곤란'

수컷 젖소는 천덕꾸러기…키우면 더 손해 '처치 곤란'
입력 2014-07-09 18:29 | 수정 2014-07-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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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그런데 낙농업 관계자들은 수송아지가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는 이 소식을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요즘 젖소 수송아지의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키워봤자 사료값도 안 나온다' 이런 분위기라고 하는데요.

    왜 그런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 설명해 주시죠.

    ◀ 유선경 아나운서 ▶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젖소, 즉 '얼룩소'로 알려진 홀스타인종입니다.

    젖소 중에서 우유 생산량이 가장 많아서, 국내 젖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요.

    이 젖소가 새끼를 낳으면, 암송아지냐 수송아지냐에 따라 대우가 극단적으로 달라집니다.

    송아지가 암컷이면 우유를 생산하는 본래 목적에 맞으니까, 비싼 값에 팔리게 됩니다.

    그런데, 수컷일 경우, 문제가 되는데요,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니까, 적당히 키워 '식용'으로 소비하게 되는데, 이를 '육우'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누렁소, 즉, 고급 이미지가 강한 '한우'와는 다르다 보니, 국산 쇠고기인데도 소비자들이 잘 찾지를 않습니다.

    이 '육우'의 가격, 지난 10년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폭락했습니다.

    2005년만 해도 송아지 한 마리에 50만원을 훌쩍 넘겼는데요.

    그후 2008년도에는 20만원 정도, 반값도 안 되게 떨어졌죠.

    그리고 2011년도에는 13만원, 2012년도에는 4만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송아지 한 마리 값이 1만 9000원까지 폭락했습니다.

    값이 비싸도 한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렴한 미국산과 호주산 쇠고기의 물량 공세에 밀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하는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의 여파가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처럼 육우의 소비는 뜸한데 젖소는 계속 새끼를 낳고, 이러다 보니 올 초 육우, 즉 젖소 수송아지의 가격은 1만 4천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시장에서 수송아지를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거래 자체가 실종됐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축산 농가에선 팔지도 못하는 수송아지가 태어나면 처치 곤란이 되는 건데요.

    분유와 사료까지 먹여서 키우면 오히려 손해가 나니 그냥 굶겨서 폐사시키는 게 낫다는 흉흉한 얘기까지 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 만도 한 게, 육우 사육 농가들의 손실이 워낙 커 도산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송아지 입식 비용 30만 원, 사료값 250만 원, 여기에다 건초값과 톱밥 가격까지 합치면 인건비를 빼도 들어가는 원가가 330만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산지 육우 시세는 한 마리당 280만 원에 불과하다 보니, 한 마리를 팔면 오히려 50만 원씩 적자를 보는 실정인 거죠.

    그럼, 이번에는 실제 육우 농가의 사정을 들어보겠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낙농가 밀집지역인 경기도 안성.

    송아지 네 마리가 막 태어난 이필기 씨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 이필기 ▶
    "금방 태어난 건 이렇게 탯줄이 안 말랐어요."
    "(송아지들이 주인한테 막 달라붙네요?)"
    "우유 달라고 저 엄마인 줄 알고."

    암송아지 한 마리에 수송아지 세 마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젖소로 키울 수 없는 수송아지들은 한 마리에 30만 원 정도를 받고 육우 농가에 팔아왔지만 지금은 판로가 완전히 끊겼습니다.

    육우 송아짓값이 만원까지 떨어지면서 공짜로 줘도 가져가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 김명순 ▶
    "운임비가 더 들어가는 거야, 가져가려면. 만원이라는 게…버릴 수도 없고."

    근처 육우 농가를 찾아가 봤습니다.

    자동화된 현대식 축사, 그런데 안에는 소가 한 마리도 없습니다.

    주인 김장식 씨는 축사를 고치다 다쳐 병원에 입원 중이었습니다.

    김 씨는 40년 동안 소를 키운 끝에 남은 건 9억 원의 빚과 병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김장식 ▶
    "22개월, 23개월씩 길러서 팔면 보통 150만 원에서 200만 원씩 밑지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차라리 먹고 노는 게 나은 거예요."

    ◀ 서월석 (김장식 씨 부인) ▶
    "진짜 조마조마하죠. 항상 축협에서 차압이나 들어오지 않을까 항상 걱정이에요. 생각하면 눈물나요, 너무 불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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