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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풍년의 역설'…채소 대풍년, 농가는 흉년

[집중취재] '풍년의 역설'…채소 대풍년, 농가는 흉년
입력 2014-02-13 20:56 | 수정 2014-02-1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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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올해 대파, 배추는 37년 만에 풍년이라고 할 정도로 농사가 잘됐다고 합니다.

    ◀ 앵커 ▶

    하지만 농민들은 깊은 한숨에 심지어는 밭을 갈아엎기까지 하고 있는데요.

    김진희 기자가 농민들을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 리포트 ▶

    국내 최대 대파 산지인 전남 진도군.

    대파밭을 농부가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습니다.

    대파 농사가 그 어느해보다 잘됐지만, 가격이 폭락해 팔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입니다.

    ◀ 김성호/대파 재배 농부 ▶
    "파 자체가 매워요. 트랙터에 앉아있으면 매운 것도 눈을 자극하지만, 기분도 자극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고."

    대파 산지 시세는 3.3제곱미터에 3천 5백원으로 지난해 1/4 수준.

    밭떼기로 사가던 상인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진도 전체 대파밭 가운데 1/10쯤이 이미 대파를 폐기했습니다.

    ◀ 변순남/대파 재배 농부 ▶
    "기계빚이며 농자재 빚이며. 돈을 못드리니까 날마다 전화가 와요. 빨리 돈좀 갚으라고."

    배추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작년엔 한 포기에 1천3백 원을 받고 팔았지만, 올핸 1/4 밑으로 가격이 떨어져 밭마다 수확을 안 한 배추가 널려 있습니다.

    수확에 참여해 소득을 올리던 주민들도 올 겨울엔 일감이 없어 놀고 있습니다.

    ◀ 여효임/ 마을 주민 ▶
    "노는 팀들이 많아요. 지금 일들을 못해가지고 굶게 생겼어라."

    농민들이 한숨을 쉬게 된 건 한마디로 날씨가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가뭄이나 태풍이 없었고, 특히 겨울 기온이 남부 지역은 작년보다 3도 이상 높아, 주요 채소 수확량도 예년에 비해 30%나 껑충 뛰었습니다.

    ◀ 정구조/ 진도군 농업지원과장 ▶
    "자연재해가 없던 한 해였기 때문에 37년만의 풍년으로 판단됩니다."

    풍년에 가격이 폭락해 소득이 줄어드는 이른바 '풍년의 역설'입니다.

    ◀ 박병회/대파 재배 농부 ▶
    "도시민은 풍년이어요. 농촌은 최고 흉년이요. 평생 이런 흉년 처음이요."

    이런 날씨가 계속된다면, 5월에 출하하는 양파와 6월부터 수확하는 마늘 등 다른 채소도 제 값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김진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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