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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생각해봅시다]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

[함께생각해봅시다]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
입력 2014-05-07 20:35 | 수정 2016-12-0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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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세월호 참사가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과 분노에 더해, 한국 사회의 각종 문제들이 이번 사고에 녹아있을 텐데요.

    박상후 전국부장이 세월호 참사 이후를 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침몰 현장에 오니 마음이 아프다면서 "간만에 애국하러 왔다"는 글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이광욱 잠수부는 차디찬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잠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맹골수도에서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겁니다.

    조급증에 걸린 우리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 언딘 관계자 ▶
    "들어오면 무조건 다친다, 그러니 안된다"라고 하는데도 언론에선 다 그렇게 나가고...우리한테 '인원확충을 더해라, 60명을 맞춰라..."

    실제로 지난달 24일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경찰청장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습니다.

    논란이 된 다이빙 벨 투입도 이때 결정됐습니다.

    천안함 폭침사건때 논란을 일으켰던 잠수업체 대표를 구조 전문가라며 한 종편이 스튜디오까지 불러 다이빙벨의 효과를 사실상 홍보해줬는데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가족들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이웃 일본에서도 다이빙 벨 투입 실패 직후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본의 한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19세기에 개발된 장비로 20세기에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을 21세기에 사용한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한국인이 무섭다", "깊은 수심에 다이빙 벨이라니 야쿠자도 놀랄 상술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다이빙벨도 결국은 분노와 증오 그리고 조급증이 빚어낸 해프닝이었습니다.

    사고초기 일부 실종자가족들은 현장에 간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구조작업이 느리다며 청와대로 행진하자고 외쳤습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요?

    쓰촨 대지진 당시 중국에서는 원자바오 총리의 시찰에 크게 고무됐고 대륙전역이 '힘내라 중국", "중국을 사랑한다"는 애국적 구호로 넘쳐났습니다.

    동일본 사태를 겪은 일본인들은 가눌수 없는 슬픔을 '혼네' 즉 속마음에 깊이 감추고 다테마에 즉 외면은 놀라울 정도의 평상심을 유지했습니다.

    국내를 보더라도 경주 마우나 리조트 참사 이후 한 유가족은 오히려 조문객들을 위로했습니다.

    ◀ 박규생/고 박주현씨 아버지 ▶
    "부산외국어학교 교직원 그리고 학생 여러분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당신들 책임이 아닙니다."

    이번 참사에서도 고 정차웅군의 유족들은 장례비용 전액이 국가에서 지원됐지만 나랏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며 가장 싼 수의와 관으로 장례를 치뤄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번 사고에서 초동대처 미흡은 물론이고 대책본부가 여러 개로 분산돼 일사불란한 구조작업의 사령탑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어린 넋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크나큰 슬픔은 누구라도 이해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분노와 슬픔을 넘어, 처음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따져보고 참사를 불러온 우리 사회 시스템 전반을 어떻게 개조해야 될 지 고민할 때입니다.

    MBC뉴스 박상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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