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올 한 해 우리 국민은 세월호 참사로 많이 슬펐고, 이순신에 열광했고, 윤일병 사건으로 분노하기도 했는데요.
다사다난했던 2014년, 대한민국을 울고 웃게 한 사람들.
또 공분을 일으키거나 옷깃을 여미게 한 인물은 누구였을까요?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미국 타임지를 비롯한 해외 언론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부터 알아봅니다.
유선경 아나운서 전해주시죠.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4년 올해의 인물은, 'The Ebola Fighters', 즉, 에볼라에 맞서 싸운 의료진들 입니다.
지난 3월 말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40%에 육박하는 치사율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는데요.
세계보건기구 통계에 의하면, 이달까지 약 2만 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7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타임지는 "우리가 지구 반대편에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건, 자신의 감염위험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에볼라에 맞선 용감한 의료진 덕분"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미국 CNN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의 인물로 팀 쿡 애플 CEO를 선정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에도 아이폰6의 대성공을 이끌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애플의 주가는 올해 최대 40%나 상승했고, 시장가치 역시 역대 최고치인 7천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 한 해 전 세계인들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찾아본 검색어는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엄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 미세스 다웃 파이어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로빈 윌리엄스는 지난 8월 향년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따뜻한 웃음과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이 시대 최고의 희극배우로 사랑받았던 만큼 압도적인 검색 횟수로 2014년 전 세계 네티즌들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 되었습니다.
◀ 앵커 ▶
그렇다면 올 한해 우리나라를 가장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물,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요?
시청자 여러분은 어떤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오르십니까?
이브닝뉴스 취재팀이 시민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Q. 올해 '최악의 인물'은 누구?]
◀ 강유정 ▶
"올해 최악의 인물로는 전 국민에게 슬픔을 안겨다 줬던 세월호 사건의 이준석 선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한 사람의 무책임함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가 생겼기 때문에…"
◀ 노창균 ▶
"최악의 인물은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인 것 같은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권력을 남용하고…"
◀ 정다연 ▶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희생자가 생겼기 때문에…"
◀ 박상언 ▶
"2014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의 부진한 성적을 이끌게 한 홍명보 감독이 최악의 인물이라고 생각하고요."
[Q. 올해 '최고의 인물'은 누구?]
◀ 안나경 ▶
"유엔 반기문 총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를 계속 빛내주셨고, 자기 소신 있는 발언으로 계속 유엔 일을 하고 계셔서…"
◀ 구본민 ▶
"올해 방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시고요. 정해진 일정대로 가지 않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이나 세월호 유가족들 먼저 만난 점에서…"
◀ 김영환 ▶
"최고의 인물은 류현진이라고 생각하고요. 스포츠로 인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뭔가 홀가분하게 벗어날 수 있는 느낌을…."
◀ 조혜인 ▶
"김연아라고 생각하는데요. 올해가 은퇴인 걸로 알고 있는데,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 보여줬던 게 참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 앵커 ▶
유독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이번에는 가장 뜨거웠던 화제의 인물을 월별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 전해주시죠.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지난 1월에는 '동양 그룹 부실 사태'로 개인 투자자들을 비통에 빠뜨렸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구속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2월에는 송파구 세 모녀의 죽음으로 우리 사회 복지 사각지대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3월에는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이 일당 5억 원이라는 황제노역 논란의 중심이 되면서 향판과 기업인의 유착 문제가 제기됐고, 4월에는 수백 명의 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세월호를 탈출한 이준석 선장이 온 국민의 지탄과 국제사회의 조롱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지난 5월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죠.
이후 삼성전자는 경영구조를 개선하는 등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7개월째 투병 중이지만, 아직 인지기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6월에는 강원도 고성의 육군 GOP에서 관심병사였던 임모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사망했는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윤일병 구타 사망사건 등이 추가로 불거지면서 병영문화 혁신의 단초가 됐습니다.
7월에는 세월호 선사의 실질적 소유주인 유병언 회장의 시신이 발견됐죠.
부패가 심해 사인을 규명하지 못한데다, 검찰의 무능력 논란까지 일면서 온 나라가 유병언 이름 석 자로 크게 술렁였습니다.
8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했는데요.
교황은 4박5일 동안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살피며, 종교인을 넘어 영적인 멘토로 각인됐습니다.
9월의 인물은 누구일까요? 바로 이순신 장군입니다.
영화 '명량'이 천7백만 관객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면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이 화두가 됐고요,
10월에는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 경비원의 분신자살을 계기로,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약자에 대한 인권 유린이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의제로 대두됐습니다.
11월에는 가수 신해철 씨가 수술을 받은 뒤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면서 우리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했습니다.
12월의 인물은 단연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입니다.
이른바 '땅콩 회항' 파문은 사회적인 공분을 일으키며, 재벌가 오너 가족의 이른바 '슈퍼 갑질' 문제로 확대되기도 했는데요.
어제 구속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여동생인 조현민 전무가 "복수하겠다"고 말해 또다시 논란이 되는 등 이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 앵커 ▶
앞서 보신 것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신해철 씨는 갑작스러운 의료 사고로, 또 '영원한 공주' 배우 김자옥 씨는 암으로, 올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영상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거머쥔 뒤 그는 '무한궤도'라는 밴드 이름답게 1990년대 가요계를 굴리는 한 축을 맡아 록음악의 대중화를 이끌었습니다.
무대 위에선 거침없는 외침, 무대 밖에선 사정을 두지 않는 독설 덕에 팬들은 그에게 마왕이란 별명을 지어줬습니다.
마흔여섯. 세상을 등질 나이가 아니어서 안타깝지만, 음악계에선 마흔여섯에도 이런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낸 것에 놀라워하고, 그래서 더 슬퍼합니다.
신해철 본인이 "내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곡이고, 가사는 묘비명이 될 거"라며 아끼던 15년 전 노래 '민물장어의 꿈'은 음원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환갑이 넘었어도 '공주'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았던 해맑은 미소의 배우 김자옥 씨.
1970년 MBC 공채 2기 탤런트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고, 데뷔 초기에는 '청순미'의 대명사로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했습니다.
때로는 자식들을 가슴으로 품어주는 따뜻한 어머니가 됐고, 망가지고 웃기는 연기도 겁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암이라는 시련 앞에 섰을 때 가냘픈 외모의 '공주'가 아니라 누구보다 강한 사람임을 보여줬습니다.
◀ 김자옥(지난해 8월) ▶
"(암이라고) 절망적일 필요가 없어요. 더 나빠지면 그 때를 대비해서 준비를 좀 해야 되겠네…"
공황장애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 초까지 여행프로그램에 출연할 만큼 새로운 도전을 겁내지도 않았습니다.
사랑스러운 미소, '영원한 공주'란 별명은 고인만의 것이었습니다.
◀ 앵커 ▶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안타깝게도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건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또 찬찬히 돌이켜보면, 상처입은 대한민국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작은 손길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요,
다음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세월호와 함께 가족을 잃고 무너져 내리던 희생자 가족들.
"제발 우리 아이들 따뜻한 물 한컵 먹일 수 있게, 우리 품에 안을 수 있게 해주세요."
그들의 곁에는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었습니다.
올 한해 진도를 다녀간 자원봉사자 수는 5만 5천여 명.
10대부터 70대까지, 휴가를 내고, 가게 문을 닫으면서 개인 주머니를 털어 진도에 내려왔습니다.
◀ 자원봉사자 ▶
"저희가 김밥집을 하고 있습니다. 사고소식을 듣고 가슴 아파 문을 닫고, 쌀 수 있는 만큼 싸서 가보자…오늘은 1000개를 싸왔습니다."
행여나 국이 식을까 가족들 식사를 챙기고,
◀ 자원봉사자 ▶
"이거라도 하고 있으니까 마음은 편해요."
학생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변 정리를 도왔습니다.
슬픔을 가누기 어려운 가족 곁을 묵묵히 지켜준 자원봉사자들.
◀ 자원봉사자 ▶
"힘들어도 가족들보다 힘들지 않기때문에 이런 작은 도움이라고 도움이 된다면…"
그들은 '소리 없는 천사'였고, 가족을 잃은 이들에겐 든든한 이웃이었습니다.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성모승천식에 나타난 교황의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습니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직접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했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
"국가적인 대재난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합니다."
물질주의와 이기주의, 무한 경쟁 속에 내몰린 청년들에게는 용기를 전했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사람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고,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었던 프란치스코 교황.
낮은 곳에서 소통하는 교황의 손길은 아픈 대한민국을 따뜻하게 어루만졌습니다.
지난 1월, 살얼음 낀 개천에 10살 김모 군이 빠졌습니다.
차가운 물속에서 의식을 잃은 김군을 구한 건 당시 임신 6개월이던 정나미 씨였습니다.
◀ 정나미/당시 임신 6개월 ▶
"저도 임산부라 망설이긴 했는데 아기가 위급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정 씨는 직접 물속에 몸을 던졌습니다.
◀ 정나미/당시 임신 6개월 ▶
"아기를 가졌으니까, 소중한 걸 아니까…그래서 들어갈 수 있었어요."
10년째 대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67살 김방락 씨.
지난달, 불우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성금 1억 원을 쾌척했습니다.
한 달 120만 원 남짓한 월급을 쪼개어 안 먹고, 안 쓰면서 10년을 꼬박 모은 돈입니다.
◀ 김방락 (67) ▶
"언젠가는 내가 한번 해야 되겠다. 그 생각은 항시 하고 있었어요. 결단을 이번에 내린 거지."
81살 홍계향 할머니도 지금 살고 있는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통째로 기부했습니다.
미역장사와 지하철역 청소 등 온갖 궂은 일을 해가며 번 돈으로 지은 집입니다.
◀ 홍계향 (81) ▶
"뭐가 아까운 게 있어요. 제가 못 살면 정부에서 수급자 해 줄 테고, 내가 어떻게 살까 그런 마음 하나도 없어요."
이웃과 사회를 보듬어 어루만지는 곱고 따뜻한 마음이 모진 세파를 이겨내야 하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2014년 '화제의 인물'…올해 울고 웃게 한 사람들은?
[이브닝 이슈] 2014년 '화제의 인물'…올해 울고 웃게 한 사람들은?
입력
2014-12-31 18:00
|
수정 2014-12-3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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