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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산업현장서 잇따른 '가스 유출'…사고 계속되는 이유는?

[이브닝 이슈] 산업현장서 잇따른 '가스 유출'…사고 계속되는 이유는?
입력 2015-01-13 18:01 | 수정 2015-01-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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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어제 경기도 파주시의 LG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질소 가스에 질식돼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산업현장에서 최근 이처럼 가스가 유출되거나 질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오늘 이브닝 이슈에서는 어떤 부분이 위험하고, 어떤 해결책이 가능한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어제 일어난 사고부터 알아봅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경기도 파주의 LG 디스플레이 공장.

    어제 낮 12시 반쯤, LCD 패널을 만드는 공정 장비를 보수하던 협력업체 직원 3명이 쓰러졌습니다.

    10여 분 뒤, 현장을 순찰하던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쓰러진 직원들을 발견하고, 구하러 들어갔다 역시 정신을 잃었습니다.

    ◀ 황지원/LG디스플레이 직원 ▶
    "들어가서 그분들을 돕다가 의식을 잃어서 그 이후는 잘 몰라요."

    이 사고로 직원 2명이 숨졌고, 이들을 구하러 갔던 직원 4명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일단 회사 측이나 작업자들이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질소가 완벽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어가 유지보수 작업을 하다 질식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경찰은 오늘 합동 감식을 벌이는 한편, 담당 직원을 불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지난 연말에도 울산의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현장에서 질소 질식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3명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어떤 상황이었는지,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신고리원전 질소 유출 사고…3명 사망]

    사고는 신고리원전 3호기 보조건물 지하에서 신규 케이블 관통부 밀폐 작업 과정에서 수소가스와 질소가스가 함께 새어나오면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사고로 현대건설 직원 50살 홍모씨와 협력업체 직원 44살 송모씨 등 모두 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사고 직후 밸브룸 안의 산소 농도는 14%, 사람이 질식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 한수원 관계자 ▶
    "테스트랄지 이런 것들이 부분부분 진행되고 하니까. 질소 이런 것들도 주입이 돼 있었던 거죠."

    한수원 측은 발전소에 핵연료가 주입되지 않아 가동도 되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질소 그 자체는 유해한 물질이 아닙니다.

    공기의 78%를 차지할 정도로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기체인데요,

    그런데도 지금 보신 두 사고 모두, 질소 가스 유출이 사망 사고로 이어진 겁니다.

    왜 이처럼 인명 피해를 불러왔는지, 또 질소가 유출되면 주변 지역에 피해는 없는 건지 자료를 보면서 살펴보겠습니다.

    질소는 암모니아 등 질소화합물을 구성하는 물질이어서 산업현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말씀 드린 것처럼 질소 자체는 독성을 지닌 물질이 아닙니다.

    무색무취한 기체인데요, 유출이 됐다고 하더라도 개방된 장소라면 금방 확산되면서 공기 중에 섞이기 때문에 주변 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밀폐된 공간에 질소가 누출돼 질소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면 반대로 산소농도가 떨어지면서 사람이 제대로 산소 호흡을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사람은 공기 중에 산소가 16% 이하로 떨어지면 질식 위험이 높아지게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호흡이 빨라지면서, 근육 기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매우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질소 가스는 색깔도, 냄새도 없기 때문에, 누출이 되더라도 작업 중인 사람이 금방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앵커 ▶

    가스 유출로 인한 사고는 질소뿐이 아닙니다.

    각종 유독 가스가 유출되는 돼 사망 사고가 발생하거나 주변지역으로까지 피해가 확산되기도 하는데요.

    어떤 사고들이 있었는지 관련 보도 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구미 불산 유출 사고…허술한 초기대응]

    사고는 폭발이 아니라 가스누출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동식 탱크로리의 불산을 옮기던 중 호스밸브에서 가스가 새 나갔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사고로 5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친 것으로 최종 집계됐습니다.

    사고발생 4시간이 지나서야 주민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초기대응이 허술해 피해가 컸습니다.

    ['가스 누출' 2차 피해 봇물]

    2차 피해도 갈수록 늘어, 병원을 찾은 주민과 근로자가 약 1600명에 이르렀고, 농작물 피해는 135ha, 차량 피해 신고도 500건 넘게 접수됐습니다.

    ◀ 황원수/주민 ▶
    "오늘 50미터 그랬으면 내일은 60~70미터 말라죽고 계속 이런 식으로 퍼져갑니다."

    [하늘에서 본 '불산 유출' 현장…죽음의 땅]

    공장 바로 앞에 있는 마을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사고 지점에서 퍼져 나간 불산 가스에 노출된 피해지역이, 푸른색을 띄고 있는 주변 지역과 한눈에 구분됩니다.

    급하게 떠난 듯 농가에는 집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개 한 마리만이 바싹 마른 몸으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 '불산가스 누출' 5명 사상]

    삼성반도체 공장 화성 사업장 생산 11라인에서 불산밸브가 녹아 불산가스가 두 차례 누출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산배관 수리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 5명이 가슴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 옮겨졌지만 37살 박모씨가 숨지고 다른 직원 4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박연택/유가족 ▶
    "앰뷸런스에 실려서 왔더라고요. 말도 못하고 몸이 부어서 붕대를 감고 온몸을 감고 왔으니까…"

    [구미, 이번엔 '염소가스' 누출 사고]

    염소가스가 대기 중에 확산되면서 사고현장 부근은 3시간 가까이 화학물질 냄새로 뒤덮였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던 서 모 씨가 호흡곤란 증세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고, 인근 공장 직원 10여 명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또 부근 공장 직원 160여 명이 한때 대피하고 주변 교통이 차단됐습니다.

    ◀ 앵커 ▶

    이같은 화학물질 관련 사고는 해마다 증가 추세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이 위험하고,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김대호 아나운서, 공장 지역 주변에 거주하는 분들의 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 예민하실 것 같은데, 최근 주민들이 직접 신고하는 경우가 실제로 늘었다고요?

    ◀ 김대호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화학물질 관련 사고는 한 해 평균 스무건 정도가 발생했는데요.

    지난 2012년,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유출 사고 이후 주민들의 신고율이 크게 늘면서 2013년은 87건, 지난해인 2014년은 104건으로 계속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환경부에서는 특히 취급빈도가 높거나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69가지 물질을, '사고 대비 물질'로 관리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황산과 염산, 질산과 같은 위험물질은 피부와 닿으면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온에서 액체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을 때 현장통제만 잘 된다면 큰 사고로 번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문제는 이런 물질들이 기체화돼 가스로 바뀔 때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주변의 지역 주민들까지 대피해야 하는데요.

    불화수소, 흔히 불산가스라고 하죠.

    2012년 구미의 산업단지와, 2013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유출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불화수소는 흡입할 경우 눈, 코, 목 안의 점막이 자극을 받아 따끔거리고 폐렴과 기관지염이 생길 수 있고요.

    체내에서 반응이 천천히 일어나다 보니 노출되더라도 처음엔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염산이 유출돼 기화되면 염화수소로 바뀌게 되는데, 흔히 염소가스라고 하죠.

    2013년에 경북 상주와 구미에서 각각 유출사고가 일어났는데요.

    염소 가스 또한 눈, 코, 목의 점막에 닿으면 피부나 살이 짓무르게 되고 폐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요.

    극소량에 30분에서 60분만 노출돼도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물질입니다.

    일단 이런 물질들이 유출됐다고 하면 신속한 신고가 최우선입니다.

    인근 주민들은 소방이나 경찰, 환경청 등 관계기관의 지시에 따라 오염되지 않은 지역으로 대피해야 하고요.

    또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복귀도 관계기관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 앵커 ▶

    이렇게 위험물질 유출사고가 잇따르는 데는 기업의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또 사고가 날 때마다 주로 하청업체 직원들이 숨지거나 다치는데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보도 내용,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계속되는 위험물질 유출, 왜?]

    위험물질이 유출됐는데도 은폐 축소하기에만 급급한 기업들의 태도가 우선 문제입니다.

    LG 실트론 구미공장에서 불산과 질산이 섞인 폐수가 유출된 시간은 밤 10시 25분이었지만 회사 측은 4시간이 지나서야 신고를 했습니다.

    염소가 유출된 SK 하이닉스 청주공장도 4시간 동안 사건을 덮었다가 주부들의 인터넷 카페에서 사건이 먼저 알려졌습니다.

    ◀ SK하이닉스 관계자 ▶
    "경미한 사고로 보고 신고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죠."

    신고가 늦어지는 만큼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정도도 커집니다.

    위험물질을 다루는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는 관행도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최저가 입찰로 싼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게 된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남기려고 무리한 작업을 하게 되고 그만큼 사고 위험도 커진다는 분석입니다.

    ◀ 앵커 ▶

    이런 유해물질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 평상시에, 산업시설에서 어떤 가스를 다루는지 지역 주민들에게도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전문가의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 김정수 소장/환경안전건강연구소 ▶
    "사용하고 있는 물질들이 어떠한 위험성을 갖고 있고, 또 피해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주변 지역에 충분히 알리고 주변지역 주민들은 그러한 사고시 어떻게 대피해야 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하고 훈련이 돼 있어서 사고시 커다란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는 매우 미흡한 편이고요. 특히나 최근에 도시화가 확장되면서 공장 지역과 주거지역이 밀접하게 연계되는 이런 상황에서 그러한 정보들은 더 상세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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