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탄산음료나 다른 음료 대신, 야채주스나 과일주스 마시면 건강에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이 있으신데요.
어떤 제품은 당분이 탄산음료보다 더 많이 들어 있어서 오히려 성인병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주스의 불편한 진실, 오늘 두 번째 이슈에서는 이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소비자원이 시중에서 많이 팔리는 오렌지주스 15개 제품을 조사해 봤습니다.
200mL 한 잔에 평균 18g, 즉 각설탕 6개 정도의 당이 들어 있는데 이는 콜라와 비슷한 양입니다.
이 때문에 주스를 석 잔만 마셔도,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당 섭취 권고량을 훌쩍 넘기게 됩니다.
또 '100% 오렌지주스'라고 표시된 제품 중에서도 액상과당이나 설탕이 함유된 제품이 여럿 있었습니다.
◀ 김제란/한국소비자원 식품미생물팀장 ▶
"(음료 200ml당 당이) 20g이 넘는 제품들인 경우에는 특히 가공당류가 많이 첨가한 걸로 저희가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렌지주스뿐만이 아닙니다.
케일-키위 주스는 16.4 브릭스, 즉, 주스 100그램당 16.4 그램의 당을 함유하고 있었고, 포도 주스도 15 브릭스로 나타나, 콜라보다도 당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각설탕으로 치면, 10개를 넣었을 때의 당도입니다.
이처럼 시중제품 58개 중 19개에서는 한 병에 들어 있는 당 함량이 세계보건기구 하루 권장치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오범조/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과일 음료를 과다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혈당을 더 빨리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당뇨나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앵커 ▶
흔히 슈퍼마켓에서 파는 과일 음료는 모두 과일 주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과일즙이 들어 있다고 해서 다 과일'주스'는 아니죠.
또 과일 주스라도 농축주스 착즙 주스가 다른데요,
내가 뭘 마시는지, 제대로 알고 마셔야겠죠?
김대호 아나운서가 이 제품들이 어떻게 다른지부터 설명해 드립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먼저 과일 '주스'와 과일 '음료'의 차이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스'는 과일의 즙, 그러니까 과즙 함량이 95% 이상일 때 주스라는 말을 쓸 수가 있습니다.
시중에서 100% 오렌지 주스라고 광고하는 제품은 모두 이 과일주스에 해당 되고요.
과즙함량이 10% 이상, 95% 미만일 때는 엄밀히 따지면 주스가 아니라 과일 음료입니다.
과즙이 적게 들어간 대신 정제수 등이 좀 더 들어가고, 과일향을 내는 첨가물이나 당류가 들어갑니다.
제품 설명을 보시면, 과즙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함량과 함께 과.채 주스, 또는 과채 음료로 표시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단맛을 내는 당류 함량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종이컵 1잔 분량인 200밀리리터 기준으로 오렌지 주스에는 당류가 15 ~ 23그램, 오렌지 음료에는 13 ~ 18그램이 들어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과일 '주스'가 과일 '음료'보다 당 성분이 더 많이 들어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비타민 C 함량은 주스가 48 ~ 148밀리그램, 음료는 44 ~ 77밀리그램으로 주스가 더 많습니다.
아무래도 주스 쪽에 과즙이 더 많이 들어가다 보니,
맛은 더 달지만, 그만큼 비타민C 함량도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요즘 슈퍼에서 팔리는 주스 중엔 '프리미엄 주스'라고 해서 100% 착즙주스, 냉장유통 주스라는 것도 많이 팔고 있는데요.
일반 과일주스와는 또 어떻게 다른지 자료를 보면서 살펴보겠습니다.
슈퍼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주스들은 사실 '농축' 주스인데요.
유통과 보관상의 이유로 과즙을 한번 끓여서 농축시킨 '농축 과즙'에다 정제수를 섞어서 희석한 제품을 바로 농축주스라고 합니다.
반면, 요즘 나오는 '착즙주스'라는 건 착즙, 그러니까 과일을 짠 생과즙 그대로라는 뜻인데요.
농축주스가 영어로 'From Concentrate' 니까, 농축주스가 "아니라"는 뜻에서 'Not From Concentrate' NFC가 강조돼 표시돼 있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착즙주스 쪽이 생과즙 그대로다 보니 맛과 향, 또 비타민 C 함유량 등 면에서 더 좋을 수밖에 없는데요.
대신 가격이 농축주스에 비해 2배정도 더 비싸고, 상온 보관하면 안 되고, 꼭 냉장보관해야 하는 점이 있죠.
◀ 앵커 ▶
당분을 많이 섭취하면 몸에 안 좋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뭐를 사든 일단 무설탕, 무가당이라고 적혀 있는 제품에 손이 더 가게 되는데요,
이런 제품이 훨씬 더 좋은 건지, 다시 자료를 보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무설탕'은 말 그대로 설탕을 따로 넣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설탕 섭취가 몸에 안 좋다고 하다 보니 무설탕이라는 표기까지 등장한 건데요, 그런데 여기 함정이 있습니다.
설탕을 쓰지 않고 단맛을 내기 위해 옥수수 시럽인 '액상과당'이나 '감미료'를 넣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무가당'의 경우는 당이 없다는 뜻일까요?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무가당이란 당을 '따로' 첨가하지 않았다는 얘기인 뿐인데요,
앞서 살펴본 과일주스를 예로 들면, 재료인 과일 자체에 단맛을 내는 과당이 충분히 들어 있기 때문에 굳이 당을 추가로 넣을 필요가 없는 거죠.
따라서 '무가당'이라고 써 있는 주스를 마실 때도 여전히 당류를 과하게 섭취할 가능성은 그대로 있는 겁니다.
그런데 방금 설명드렸습니다만, 설탕 대신 단맛을 내기 위해서 액상과당이나 감미료 등을 쓰게 되는데요.
몸에 미치는 영향도 다 다르다고 합니다.
김대호 아나운서,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주시죠.
◀ 김대호 아나운서 ▶
가공 식품에 단맛을 내기 위해 많이 쓰이는 게 바로 '액상과당'입니다.
쉽게 말해 옥수수 시럽인데, 설탕에 비해 1.7배 정도 달고 또 부드럽기 때문에 음료에 많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설탕에 비해 흡수가 빠른데 정작 포만감은 느껴지지 않아, 비만을 유발하는 주범입니다.
흔히 사카린이나 아스파탐으로 알려져 있는 '인공감미료'도 있죠.
설탕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단맛을 낼 수 있습니다.
한 때 발암물질이라는 오해가 있었지만, 그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요.
하지만 역시 많이 먹으면 단맛에 중독될 수 있기 때문에 조절을 해야 합니다.
◀ 앵커 ▶
사실 우리 국민의 주식, 쌀밥도 따지고 보면 당입니다.
탄수화물이 분해된 포도당은 에너지원으로 쓰이지만, 과당은 우리 몸에서 바로 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몸에 더 나쁘다고 하는데요.
당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금 확인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나친 '당' 대장암 부른다]
배가 나왔다는 건 그만큼 배 속 내장에 지방이 많이 쌓였다는 뜻,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밥으로 포도당을 섭취한 사람에 비해 같은 칼로리의 과당 음료를 마신 사람은 내장 지방이 4.7배 더 쌓이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국인은 다른 인종에 비해 쌓이는 지방이 복부 내장에 더 잘 몰리기 때문에 훨씬 위험합니다.
비만 인구가 미국의 절반 이하인 우리나라에서 최근 대장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복부비만이 늘어난 탓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 고재호/대장암 환자 ▶
"체중은 많이 나가는 편이었는데, 아무리 잘 먹고 못 먹어도 체중은 오르락내리락 안 했거든요."
또 배와 허벅지로 지방이 분산되는 여성보다, 지방이 배로만 집중되는 남성이 더 위험합니다.
실제 허리둘레가 10cm 늘어날 때마다, 여성은 대장암 위험이 16% 증가하고, 남성은 33%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파는 과일 주스가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럼 난 비싸더라도 생과일주스 마셔야지 생각하는 분도 있으실 텐데요.
생과일주스가 더 신선하고 맛이 좋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꼭 건강 음료라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무슨 얘긴지, 지금 확인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달콤한 과일주스, '혈압 높인다']
과일주스의 당도를 콜라와 비교했습니다.
멜론 생과일주스의 당도는 10브릭스.
콜라는 9.5브릭스, 멜론 주스가 콜라보다도 조금 더 단 것으로 측정됐습니다.
시판되는 냉장 사과주스와 콜라의 당분 함유량도 100mL당 사과주스는 10.9g, 콜라는 11.2g으로 당분 함유량에 별다른 차이는 없습니다.
과일주스의 당분은 혈압을 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습니다.
호주 농촌 160곳의 성인들을 조사한 결과 주스를 매일 마신 사람들의 혈압이 가끔 마시는 사람보다 3-4 정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섬유질과 당분의 균형이 깨진 과일주스는 과일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앵커 ▶
그런데 당 함량, 잘 알고 조심해서 마셔야 할 게 주스만은 아닙니다.
어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설탕이 들어 있는데요.
오늘 마신 커피에 설탕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이번 기회에 한번 확인해 보시죠.
김대호 아나운서, 커피 종류에 따라 설탕 함량도르다고 하는데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주시죠.
◀ 김대호 아나운서 ▶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어른들이 좋아하는 커피죠, 바로 커피믹스입니다.
소비자원이 조사해봤더니 12g 한 봉지에 절반 정도가 당류였습니다.
가장 높은 제품은 7g에 달했는데요,
커피믹스를 탈 때 보통 100밀리리터 정도의 물을 붓기 때문에 100mL당 당류가 10g 들어 있는 콜라 등 탄산음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캔커피는 더합니다.
커피 한 캔에 들어 있는 설탕은 20g 정도 각설탕 8개 분량입니다.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라떼에도 20g, 모카엔 16g 정도 설탕이 들어 있어 하루 2잔만 마셔도 권고량에 육박합니다.
몸에 좋다고 해서 먹는 떠먹는 요구르트도 역시 당의 함정에서 빠지지 못했습니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떠먹는 요구르트 제품 45개를 조사했더니, 개당 평균 12.4g의 당을 함유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작은 포장컵 하나에 평균 3g짜리 각설탕이 4개 넘게 들어 있는 셈입니다.
인기 과자인 초코파이 한 개보다 당 함량이 높고, 같은 용량으로 비교하면 탄산음료, 콜라와도 비슷합니다.
설날이 가까워져 오면서 전통음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데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혜와 수정과를 끓여봤더니 끈적끈적한 설탕 진액이 나왔습니다.
이런 명절 음료들에도 이처럼 설탕이 많아 식혜의 경우 한 대접에 각설탕 10개 정도, 수정과에도 비슷한 분량이 포함돼 있습니다.
몸에 나쁜 음료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탄산음료. 끊기가 쉽지 않죠.
그나마 콜라보다는 사이다가 덜 해로울 것 같지만, 실제로 콜라 한잔에 당이 26g 정도라면 사이다 한 잔에도 20g 이상의 당이 들어가 있습니다.
오렌지주스와 비교해도 별로 다르지 않은데요.
어떤 음료든 많이 마시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 앵커 ▶
우리가 매일 마시는 주스나 음료에 들어 있는 당 함량 때문에 우리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 살펴봤는데요,
그렇다면 과일이나 과일 주스는, 어떻게 섭취하는 게 좋은지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 리포트 ▶
◀ 전혜진 교수(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학과) ▶
"우선 당관리가 필요한 분들이 주스를 드실 때는 이게 과일주스인지 과일 음료인지 확인을 하셔야 하고요. 영양성분표를 반드시 확인을 해서 당분함량과 우리 몸의 필수영양소인 비타민C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확인을 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정에서 주스를 만들어 드시게 되면 아무래도 액상과당이나 설탕은 첨가하지 않겠지만 결국에는 짜서 먹게 되면 과육으로 섭취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당을 자주 섭취하게 되는 거고요. 만약에 갈아드시게 되면 오렌지 껍질이라든지 하얀 섬유질에 들어 있는 식이성분인 펩틴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통째로 드시거나, 짜먹기보다는 갈아 드시는 게 더 좋습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오렌지주스, 콜라만큼 달아…음료 속 '당' 건강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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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0 18:00
|
수정 2015-01-2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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