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오늘 이브닝 이슈에서는 최근 인터넷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외국인 한 분을 소개할까 합니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동네 아저씨'로 불리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인데요.
아내 로빈과 갓 태어난 아기, 또 반려견의 일상까지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전하며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마크 리퍼트 대사,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농구를 함께 할 정도로 매우 친한 사이라고 하는데요.
주한 미국 대사 취임 선서식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오지 않는 게 관례였는데.
지난 10월, 리퍼트 대사의 취임식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죠.
오바마 대통령은 안호영 주미 대사에게 리퍼트 대사에게 불고기를 많이 대접해 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퍼트 대사와 오바마 대통령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지난 2005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시 상원의원이던 시절, 리퍼트 대사는 외교 안보 담당 보좌관으로 그를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리퍼트 대사는 네이비실 정보 요원으로 이라크에서 복무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캠프를 지휘했고, 외교 안보라인의 중요 인물로 등용됐습니다.
주한미국 대사가 되기 전에는 국방장관의 비서실장과 국방부의 아시아 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를 역임했습니다.
나이는 41살, 주한 미 대사로는 역대 최연소입니다.
군사 전략 전문가면서 매우 명석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가, 한국에 와서는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로 '소프트 외교'를 펼치고 있는데요.
부임 후 백여 일이 지난, 지난주 목요일 그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덕수궁 옆 고즈넉한 곳에 자리 잡은 한옥 양식의 미국 대사 관저.
이른 아침이지만 리퍼트 대사는 환한 얼굴로 방문객을 맞았습니다.
◀ 리퍼트 대사 ▶
"안녕하십니까?"
◀ 앵커 ▶
"만나서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네."
한국에 대사로 부임한 지 이제 백여 일, 그 사이 또 한 번 축하 받을 경사가 생겼는데요.
한 달 전 첫 아들이 태어났는데, 요즘 늦은 밤까지 잠을 안 잔다고 합니다.
◀ 리퍼트 대사 ▶
"요즘 제 아내, 세준도 건강해요. 그리고 세준 안 자요. 저랑 제 아내, 피곤해요."
"세" "준", 아들에겐 한국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 리퍼트 대사 ▶
"세준이가 태어나 삶을 시작하는 곳이 한국이기 때문에 늘 그 사실을 기억할 수 있게 한국이름을 지어주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베이징에서 중국어 연수를 받으면서 한자에도 친숙해진 리퍼트 대사는 아기 이름을 지을 때 한국어 어감과 의미까지 고려했다고 합니다.
◀ 앵커 ▶
"('세준'이라는) 아기 이름, 어떤 뜻인가요?"
◀ 리퍼트 대사 ▶
"깨끗하고 정직한 삶을 사는 좋은 사람이 되라는 뜻입니다.'
아내 로빈이 한국 산모들처럼 출산 후 미역국을 챙겨 먹었다는 리퍼트 대사는 육아 도우미도 한국 사람으로 구했다고 자랑합니다.
◀ 리퍼트 대사 ▶
"저희 아주머니는 아기가 따뜻해야 된다며 언제나 여러 겹으로 싸매시죠. 미국 방식과 다르긴 한데, 아기가 따뜻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좋습니다."
국방과 안보 분야의 고위관료 자격으로 대사로 부임하기 전 한국을 몇 번 들렀던 그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역사와 문화를 아우릅니다.
부임 후 첫 여행지는 안동 하회마을이었습니다.
◀ 리퍼트 대사 ▶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조상 대대로 수백년간 한 곳에서 살고 있는 분 들과 대화를 나누며 안동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그건 직접 가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 봐야 경험할 수 있는거죠."
시골집 온돌 체험이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한국의 전통 생활 방식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는데요,
한국에 있을 때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고 합니다.
◀ 리퍼트 대사 ▶
"제 목표 중 하나가 한국에 있는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를 모두 방문하는 거라, 여행계획을 짤 때 이를 반영하려고 합니다."
한국의 맛집 순례도 필수, 리퍼트 대사가, 최근 한국을 찾은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을 데려가 함께 식사한 곳은 삼계탕 집이었습니다.
◀ 리퍼트 대사 ▶
"저는 불고기와 갈비가 제일 좋아요. 고기를 좋아하거든요. 양념도 맛있고, 김치와 불고기를 같이 먹으면 최고죠."
'그릭스비'는 그가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부임할 때 데려온 특별한 가족입니다.
◀ 리퍼트 대사 ▶
"한국에 부임하면서 그릭스비를 데려오지 않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을 만큼 아낍니다."
'그릭스비' 이름으로 트위터 계정까지 만들었는데, 제법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부임 첫 주엔 아내와 함께 그릭스비를 데리고 청와대 앞까지 산책을 나갔는데,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털어놨습니다.
◀ 리퍼트 대사 ▶
"그릭스비 같은 종의 개를 처음 봐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릭스비 주변으로 모여들었죠. 그런데 갑자기 인파가 몰리니까 경찰은 시위가 있는 줄 알고, 사람들을 해산시켰는데 우리 개를 보더니 쓰다듬어 주더군요."
대사 부부가 살고 있는 대사관저는 1970년대 중반 부임했던 필립 하비브 대사의 이름을 따 '하비브 하우스'로 불립니다.
한국과 미국의 최고 건축가와 장인들이 공들여 지었다고 하는데요,
미국에서 들여온 전나무 목재와 한국의 전통 기와를 얹은 관저의 내부 안뜰에는 신라시대 경주 포석정을 본 딴 연못도 꾸며져 있습니다.
평안할 '녕'자가 새겨진 중앙 벽난로가 인상적인 거실에서, 외교관으로서의 첫 해외 근무지인 한국에 대한 소감을 물었습니다.
[Q. 외교관으로서 첫 부임…소감은?]
◀ 리퍼트 대사 ▶
"안보, 경제 분야는 물론, 글로벌 이슈를 풀기 위해 협력하는 것, 공공 외교 분야 등 모든 부분이 포함되는데, 외교관이라는 직업의 매력과 보람이 바로 거기 있습니다."
10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원이었던 시절부터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리퍼트 대사,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한국 대사로 부임한 의미를 물어봤습니다.
[Q.'오바마 최측근'주한 미국 대사…의미는?]
◀ 리퍼트 대사 ▶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라는 주요 동맹국을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 전례없이 4번이나 방한했으니까요. 제가 부임한 건 '이런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자'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미래 세대가 양국 간 공고한 관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이 동맹이 더 탄탄하고 견고해지도록 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 앵커 ▶
"최근 한국 국회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셨는데, 현 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Q.북미대화…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 입장은?]
◀ 리퍼트 대사 ▶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위해 미국은 진지한 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에게 여러 방법으로 다가갔는데, 회담이란 게 진지하게 논의할 마음이 있는 상대가 있어야 가능한 건데, 북한은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우리는 당분간 기다리며, 외교적, 경제적, 안보적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틈틈이 한국어 공부도 하고 있는 리퍼트 대사는 한국에서의 적응기, 또 가족의 소소한 일상까지 트위터와 블로그에 올리는 신세대 외교관입니다.
◀ 앵커 ▶
"트위터에 올리신 한국어 글은 직접 쓰신 건가요? 블로그는요?"
◀ 리퍼트 대사 ▶
"네. 트위터에 올린 한국말은 제가 올린 겁니다. 어제도 제 문법이 틀린 걸 다른 팔로워가 고쳐주셨어요. 한계가 있는 제 한국어 실력을 참아주시는 게 고맙죠. 블로그의 경우, 아직까지는 구술하면 직원들이 한국어로 써 줍니다."
◀ 앵커 ▶
"애견 '그릭스비'의 트위터 내용은 대사님이 직접 올리시고요?"
◀ 리퍼트 대사 ▶
"아, 그건 그릭스비가 올려요."
◀ 앵커 ▶
(웃으며)"정말요?"
◀ 리퍼트 대사 ▶
"아니요. '그릭스비' 건 제가 좀 올려주긴 합니다. 그릭스비가 요즘 앞발로 스마트폰에 글 올리는 걸 좀 어려워해서요."
'오바마의 복심'으로 불리며 한미일 동맹 강화를 주도해온 외교 안보 전문가.
인터넷 매체를 통한 한국민과의 소통으로 친밀도를 높이겠다는 역대 최연소 주한 미국 대사,
한국에 부임하며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밝혔던 그의 행보가 한미 양국 외교사에 새로운 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 리퍼트 대사 ▶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브닝뉴스
박선영
박선영
[이브닝 이슈] 친근한 '동네아저씨'?…리퍼트 美 대사의 한국 적응기
[이브닝 이슈] 친근한 '동네아저씨'?…리퍼트 美 대사의 한국 적응기
입력
2015-02-17 17:48
|
수정 2023-04-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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