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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고무줄 약값' 지역따라 천차만별

[이브닝 이슈] '고무줄 약값' 지역따라 천차만별
입력 2015-03-19 18:06 | 수정 2015-03-2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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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요즘 약국에서 파는 약들은 권장소비자 가격이 없어서 약국별로 알아서 정하는데요.

    감기약과 소화제, 진통제처럼 자주 복용하는 일반 의약품 가격이 지역에 따라 많게는 3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약값이 지역별로 어떻게 다른지 김대호 아나운서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보건복지부가 전국 시군구 2천5백여 개의 약국을 대상으로 약값을 비교했습니다.

    그랬더니, 관절염 의약품인 '트라스트 패치'의 경우 서울과 부산의 일부 약국에서는 3장들이 1팩을 2천 원에 판매하고 있는 반면, 인천 남구에서는 최고 6,500원에, 전북 진안의 한 약국에서는 7천 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이 패치의 경우,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가 3.5배나 됐습니다.

    감기약인 '하벤 허브 캡슐'을 예로 들어볼까요?

    10캡슐 들이 한 팩이 경기도 하남시에서는 최저 1,200원에 팔리고 있지만, 충남 홍성에서는 최고 4천 원에 팔려 3.3배의 가격 차이가 났습니다.

    파스 제품인 '제놀'은, 최저 판매 가격이 1,300원, 최고 판매 가격이 3.500원으로 역시 3배 가까이 차이가 났고, 소화제인 '베아제'도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졌습니다.

    ◀ 앵커 ▶

    지역별로 가격 차이가 있는 것뿐만 아니라, 같은 지역 내에서도 약국별로 차이가 많이났다고요?

    ◀ 김대호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해열 진통제인 '펜잘 큐'의 경우, 서울 시내 평균 가격은 2,226원인데요, 동작구와 양천구에서는 1,800원에, 용산구의 일부 약국에서는 5,000원에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서울에서도 약국별로 편차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관련 보도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서울 광진구의 한 약국.

    위장약을 사봤습니다.

    (000은 얼마씩 해요?)
    "3천5백 원."
    (3천 5백원이요?)
    "네."

    4개들이 한 팩에 3천5백 원.

    이번에는 서울 강동구의 또 다른 약국.

    똑같은 종류의 위장약 가격을 물어봤습니다.

    (000 얼마나 하죠?)
    "2천 6백 원입니다."
    (2천6백 원이요?)
    "네."

    9백 원이나 더 쌉니다.

    [약국 관계자]
    "받고 싶은 가격을 붙이는 거예요. 어떤 기준이나 이런 게 있는 게 아니니까. 자기가(약사가) 적당한 마진을 붙여서 받는 것입니다."

    ◀ 앵커 ▶

    같은 약을 비싼 가격을 주고 산 분들은 속이 상할 수밖에 없는데요,

    대한 약사회는 약값이 천차만별인 이유는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 리포트 ▶

    [윤영미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
    "의약품 가격은 약국의 위치, 의약품 주문량 등에 따라서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제약회사에서 의약품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 인상 전.후의 제품이 동시에 판매되어 편차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의약품의 공공성을 확립하고 약값 편차로 인해 약국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가격제도가 아니라 정찰제와 같은 보다 개선된 약가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앵커 ▶

    그런데 병원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살 때는 약값 이외에 '조제료'도 포함되는데요,

    조제료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대호 아나운서, 장기 처방의 경우 조제료가 약값보다 훨씬 비싸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일도 많다면서요?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그렇습니다.

    70대인 홍 모 씨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홍 씨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갑상선 호르몬약 두 달치를 처방받았는데요,

    약국에서 알약 60알이 든 약통을 건네받은 데 소요된 시간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약값은 한 알에 26원씩 1,560원밖에 되지 않았지만, 조제비는 총 1만 3천백 30원이 나왔는데요,

    조제비가, 조제하는 횟수가 아닌 처방일수에 비례해 책정되다 보니, 1분도 안 걸려 약통에 담아내도, 두 달치 약이란 이유로 1만 3천 원이 넘는 조제비가 나온 겁니다.

    ◀ 앵커 ▶

    약값 부담이 커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팔리고 있는 약들도 문제입니다.

    이른바 '오리지널 수입약'들인데요.

    공정위원회와 소비자연맹이 실시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해외에서 판매되는 약품의 최저 판매가와 비교해 봤을 때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약품은 위장 보호제인 '개비스콘 더블액션'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4천7백 원에 팔리고 있는데요,

    호주에서는 1천 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가격차가 거의 5배죠.

    변비약인 '둘코락스 에스'도 마찬가지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4천6백 원에 팔리고 있는데, 호주에서는 반값도 안 되는 2천백 원에 살 수 있습니다.

    다음 자료를 보겠습니다.

    이 그래프는 해외 평균가격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국내 약품의 가격을 표시한 건데요, 진통제인 '애드빌 정'은 183 로 나타났습니다.

    다한증 치료제죠 '드리클로'의 경우는 143, 종합영양제인 '센트룸'은 135, 코막힘 완화제인 '오트리빈'의 경우는 132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나라마다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 역시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약국들은 외국에서 싸게 팔리는 약이 한국에서 비싸게 팔리는 건 광고비 때문이지 약국이 이문을 많이 남겨서 그런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 리포트 ▶

    [약사]
    "처음부터 (제약사가)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수입사에서 약국에 고가로 내놓고, 예를 들면 개비스콘이라든가…

    요새는 방송에 광고를 하면 그걸로 끝나고 약국에는 마진(이문)을 안 줘요. 가격을 전부 광고비에 쏟아 붓고, 약국은 마진(이문)을 적게 하고…정말 슬픈 현상이에요, 저희 입장에서는…"

    ◀ 앵커 ▶

    또 다국적 제약회사가 만든 오리지널 약은 복제약이 나오면 대폭 싸지게 마련이지만 국내 시장에선 사정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국내 복제약 시장이 크지 않은데다, 오리지널 약을 선호하는 국내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한국소비자연맹의 분석을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강정화 회장/한국소비자연맹]
    "경쟁력 있는 제네릭(복제약)이 있으면 가격이 많이 내려가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제네릭들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가면 오리지널도 같이 가격이 내려가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의사나 의료계에 계시는 분들도 그렇고 소비자들도 오리지널에 대한 브랜드 가치를 높이, 그거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은 걸로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 앵커 ▶

    오리지널 약과 복제약이 얼마나 많이 처방되느냐는 소비자 개개인의 약값 부담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강 보험 재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김대호 아나운서가 사례를 가지고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여기 세 가지 약이 있습니다.

    제품 이름과 제약사는 다르지만, 약에 들어 있는 성분과 함량은 똑같은 '위궤양 치료제'인데요,

    가격은 어떨까요?

    A 제약사의 제품은 한 알에 30원인데, B 제약사의 제품은 197원이고, C 제약사의 제품은 352원입니다.

    A사 약에 비해 B사는 약 6배, C사는 약 12배 더 비싸게 받고 있는 거죠.

    그럼 판매량은 어떨까요?

    값싼 30원짜리 약은 한 해 동안 약 1백만 개가 처방됐지만, 가장 비싼 352원짜리 약은 23배나 많은 2천3백만 개나 처방됐습니다.

    같은 성분과 효능이라면 더 저렴한 약이 더 많이 처방되는 게 환자의 약값 부담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비싼 약이 싼 약에 비해 훨씬 더 많이 팔리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가장 비싼 C사의 약은 오리지널 수입약이고, A사와 B사의 약은 '제네릭', 즉 국산 복제약이었습니다.

    ◀ 앵커 ▶

    우리나라는 약을 처방받을 때 환자의 선택권이 거의 없죠.

    같은 성분의 싼 약을 두고도 의사가 비싼약을 처방하면, 환자는 그 돈을 그대로 지불할 수밖에 없는데요.

    의사들은 비싼 오리지널 약을 선호하고, 식약처에서는 복제약도 효능이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타기까지, 환자에겐 선택권이 없습니다.

    같은 성분의 더 싼 약이 있어도 의사가처방한 약만 복용해야 하는 겁니다.

    [구애경]
    "아는 약은 의사한테 얘기하고 싶어요. 그런데 의사가 '그 약보다 이 약이 좋습니다' 하면 의사 말에 따를 수밖에 없는 거죠."

    의사 120명을 대상으로 '같은 성분의 복제약에도 품질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차이가 있다'고 답한 의사가 91%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보통'이라고 답한 의사는 7.5%,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의사는 1.5%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의약품의 심사와 허가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 안전처는, 국산 복제약 역시 유럽 선진국만큼 품질이 확실하다는 입장입니다.

    [정수연 수석연구원]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복제) 의약품은 신약(오리지널)과 효능이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앵커 ▶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 특히 스웨덴은 어떨까요?

    스웨덴은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가장 잘 보장돼 있는 국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영상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스웨덴에서는 의사가 비싼 약을 처방했더라도 환자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동일 성분, 동일 효능의 더 저렴한 약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페르 요한손/스웨덴 약사]
    "가격 차이가 단돈 10원이라 해도 의사가 처방한 것보다 값싼 대체의약품이 있다는 것을 법률에 따라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스웨덴은 이 제도를 도입한 뒤 7년 동안 1조 원의 약값을 절감했습니다.

    복제약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 앵커 ▶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약값이 매우 비싼 편입니다.

    고가의 약값은 환자와 건강보험의 부담을 늘리는 건 물론이고, 제약사와 병원 간의 뒷돈 거래, 즉 리베이트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약값의 거품을 제거하고, 복제약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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