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몸이 너무 아픈데 치료까지 쉽지 않다면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게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이겠죠.
그런데 이런 절박한 심리를 악용해 무면허 시술을 해 놓고 돈을 받아 챙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제는 백 명 넘는 환자들을 상대로 불법시술을 해 온 50대 화가 부부가 구속됐는데요.
'나를 믿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없다'며 병원 치료도 막았다는 황당한 이들, 먼저 보도 내용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청계산 인근의 한 주택.
집안 곳곳에서 침과 의료용 바늘,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료기기들도 쏟아져 나옵니다.
[경찰]
"직접 제작하신 거에요?" (아니요, 얻었어요.)
"어디서 얻었어요?" (그건 저는 잘 몰라요.)
"아깐 만드셨다고 했잖아요."
유명 서양화가인 59살 한 모 씨 부부는 이 집에서 난치병 환자들을 상대로 불법 시술을 해왔습니다.
골반이 틀어져 다리가 아픈 환자에게 마늘 발효액을 치료제라며 발라주고, 뇌병변장애가 있는 아이에게는 머리에 전기를 흘려보내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10살 이전에 뇌를 고쳐야 바보가 안 된다고. 자기를 믿고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하지만 효과는 없었고 일부 환자들은 피부 발진과 같은 부작용에 시달렸습니다.
한씨는 "자신을 믿어야 효과가 있다"며 환자들의 병원 치료를 막기까지 했습니다.
한씨가 지난 일 년여 동안 불법으로 시술한 환자는 140여 명.
한번 치료를 할 때마다 20만 원씩 받아 억대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 앵커 ▶
뇌에 전기자극을 주고 마늘 발효액을 약처럼 바르는 게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방법이지만 절박한 처지의 환자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는데요.
이런 심정을 악용한 무면허 시술자들의 그야말로 엽기적인 치료 행각, 김대호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인형에 침을 놓아 환자를 치료한다", 일명 '아바타 침술'입니다.
스스로 '기 치료사'라고 주장하는 쉰 살 김 모 씨가 경기도 성남에 이른바 '치료방'을 마련해 놓고, '원격 기 치료' 방법이라며 행해 온 요법인데요,
김 씨가 운영한 '아바타 치료' 인터넷 카페에는 회원이 1천500명이나 가입해 있었습니다.
문제는 지난 2월 일어났습니다.
한 유방암 환자가 '효과가 없다'면서 항의를 하자 김 씨가 환자의 복부에 '직접' 침을 놨고 환자는 나흘 만에 숨진 겁니다.
어떤 말로 환자들을 속여 왔는지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 리포트 ▶
자칭 '기 치료사'인 김 모 씨의 치료실입니다.
수납공간에 손바닥 크기의 인형 70여 개가 있는데 인형마다 침이 빼곡하게 꽂혀 있습니다.
김 씨는 인형에 환자의 이름을 써 붙인 뒤 침을 놓는 방법으로 큰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00]
"뼛속에 있는 병기를 끌어내는 게 목적이에요. 아바타 통해서요."
원격 기치료, 이른바 '아바타 치료'입니다.
침 시술도 잘한다고 자랑합니다.
[김00]
"제가 원래 침을 제일 잘 놓아요. 인대가 60% 끊어진 사람도 침 한 번 놓고 완치시켜놔요."
하지만 김 씨는 무자격자였습니다.
실제 유방암 환자에게 13cm 길이의 침을 놓았는데 환자는 4일 만에 숨졌습니다.
[김석봉/대구 달서경찰서]
"침 시술 부위에 세균이 감염돼서 패혈증 쇼크로 사망했다는 부검 결과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침 시술 과정에서 소독이나 위생 도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함께 침을 맞았던 또 다른 유방암 환자는 다행히 병원에서 염증 치료를 받고 생명을 구할 수 있었는데요.
무자격 침술을 행한 김 씨, 결국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길이가 1미터를 넘는 침, 상상이 되십니까?
자신을 '전통의학 연구회장'이라고 소개하며 환자를 모은 예순한 살 장 모 씨는 의사 면허도 없이 무려 105cm의 장침을 만들어서 환자의 몸을 꿰뚫는 행위를 해 오다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주로 난치병 환자들이 몰렸다고 하는데요.
말만 들어도 황당한 장침 시술,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 리포트 ▶
1미터가 넘는 장침을 중풍에 걸린 환자 어깨에 놓습니다.
침은 어깨를 관통해 겨드랑이 아래로 빠져나옵니다.
61살 장 모 씨가 난치병을 고친다며 만든 침입니다.
암 환자의 암 덩어리를 빼낸다는 부항 시술도 합니다.
병원 치료를 포기한 중증 환자와 수강생 6백여 명이 그를 찾았습니다.
[김사철/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
"각종 시침이나 각종 부황 등을 암을 앓는 사람에게 시술하고…"
하지만 장씨는 한의사 면허는 물론 한의학 교육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장00/무면허 의료 시술자]
"제가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 같이 회원들하고 공부하는 입장이에요."
이런데도, 1미터가 넘는 장침으로 환자의 팔이나 다리, 몸통 등을 관통하는 불법 시술을 해오다 적발된 겁니다.
[홍성욱/한의사]
"불법으로 제작한 침을 사용할 경우에는 감염의 우려뿐만 아니라 신경과 조직의 손상같은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이번에는 실제 맞아본 분들도 많을 텐데요.
꿀벌의 독을 이용해 치료한다는 이른바 '봉침'입니다.
관절염 등에는 효과가 있다고 의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시술인데요.
어디에서 누구한테 맞느냐가 문제입니다.
지난해 한 50대 여성이 무면허 '봉침'을 맞고 숨진 사건,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 리포트 ▶
안방에 죽은 벌들이 휴지에 싸여있고 벌을 모아뒀던 플라스틱 통도 발견됐습니다.
57살 이 모 여인은 집주인 김 모 씨가 놔준 봉침을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습니다.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고 있었는데 종아리와 손등 10여 군데에 맞았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경찰은 벌의 독성에 의한 과민성 쇼크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재흥/마취통증의학 전문의]
"가정집이나 사설(기관에서는) 절대로 맞으시면 안 되고요. 의료원이나 한의원 등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주사를 맞으셔야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대처를 할 수가 있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이번에 보실 건 '소금물 관장'입니다.
두 달 전 '말기 암도 낫게 해 준다'며 무려 4만여 명에게 '소금물 관장' 시술을 해 온 목사 부부가 구속됐죠.
대장암으로 4년을 투병하다 지난 2011년 별세한 야구선수 최동원 씨도 이 목사에게 '소금물 관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는데요.
대부분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나 암처럼 쉽게 치료가 되지 않는 난치병 환자들이 찾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소금물로 장을 씻어내는 것, 의료계에서는 자칫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말합니다.
대장에 주입된 소금물이 몸에 흡수되면 바닷물을 다량 마신 것처럼 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게 되고, 삼투압 현상으로 세포가 쪼그라들어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또 소금물을 주입할 때 압력 조절을 제대로 못할 경우엔 장에 구멍이 뚫리는 '장 천공'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 앵커 ▶
다양한 사례 보셨는데요.
불법 무면허 시술 사례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하니까 낫더라','잘 고치더라' 하는 그럴듯한 치료 후기로 환자들을 혹하게 만드는 것도 그 중 하나인데요.
다른 특징들, 어떤 게 있는지 계속해서 김대호 아나운서가 설명해 드립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무면허 시술의 가장 큰 특징은 '입에서 입으로' 정보가 전해진다는 점입니다.
아는 사람 소개로 무면허 의료업자를 알게 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기를 통해서 정보를 얻는 일이 많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환자의 기대 심리를 자극한다는 건데요.
절박한 심정의 환자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이 시술만 하면 나을 수 있다."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을 이걸로 고칠 수 있다." "유명한 사람 누구누구도 이 치료를 받고 좋아졌다"고 하면서 귀에 솔깃한 거짓 홍보를 하는 겁니다.
비용도 잘 살펴봐야 하는데요.
사례마다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대부분 비싼 편입니다.
인형에 침을 꽂은 '아바타 침술'의 경우 인형 하나에 3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를 받았고, 목사 부부의 '소금물 관장' 캠프는 9박 10일에 참가비 120만 원을 받았습니다.
어제 구속된 유명 화가 부부 역시 불법 시술을 하면서 한 번에 20만 원씩을 받아 챙겼는데요.
무면허 성형수술의 경우는 보통 병원보다 싼 값으로 유혹하는 반면에 난치병 치료를 내세우는 무면허 의료행위는 이렇게 다소 비싼 치료비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앵커 ▶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놓고 돈벌이를 하는 이런 무면허 시술,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먼저 무면허 의료행위 어떻게 처벌되는지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합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무면허 의료행위'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적용을 받는데요,
의료법보다 훨씬 형량이 무겁습니다.
의사나 한의사, 치과의사가 아닌 사람이 해당 의료행위를 직업적으로 해 온 경우, 무기징역이나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고, 100만 원에서 1천만 원 사이의 벌금도 함께 부과됩니다.
생명이 달린 문제인 만큼 최고 형량이 높은 건데요.
그런데 실제 재판 결과를 보면 징역 1년에서 2년 정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앵커 ▶
이렇게 실제 형량이 낮은 이유는 불법인 걸 알면서도 시술을 받은 환자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고 보는 경향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무면허 시술 때문에 장애가 생겨도 손해배상은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법률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봅니다.
◀ 리포트 ▶
Q. '알고도 시술받은' 환자 탓?
[신현호 변호사/의료 소송 전문]
"의료 행위에 있어서 환자 측에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환자는 생명 앞에서 굉장히 나약하고 자기결정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약한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어떤 책임을 묻는 것은 법률상 책임 원칙에 어긋납니다."
Q. 손해배상 받을 수 있나?
[신현호 변호사/의료 소송 전문]
"무면허 침술, 부항 이런 것을 통해서 악결과(안 좋은 결과)가 발생한다 해도 그것이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것인지 환자의 질병의 자연적인 악화로 인한 것인지에 대해서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무면허 의료행위로 장애가 발생해도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장침에 전기치료까지…환자 울리는 '불법 시술'
[이브닝 이슈] 장침에 전기치료까지…환자 울리는 '불법 시술'
입력
2015-04-02 17:35
|
수정 2015-04-0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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