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오늘 헌법재판소에서는 '성매매 특별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생긴 이래 11년 만에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에 가게 된 건데요.
오늘 공개 변론에는 과거 종암경찰서장이었던 당시 이 지역 성매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일명 '미아리 포청천'으로 알려진 분이죠,
김강자 전 총경을 비롯해 사회 가계 인사가 참여해 각자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공개 변론에 앞서, 성매매 종사자 8백 명은 헌법재판소에 성매매 처벌 조항을 폐지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는데요.
성매매 특별법의 위헌 여부는 이르면 올해 안에 결정 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성매매 특별법은 왜 입법 11년 만에 헌법재판소의 심판대 위에 오르게 됐을까요?
자세한 내용 김대호, 유선경 두 아나운서가 계속해서 정리해드립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성매매 특별법'의 위헌 논란은 사실 지난 2004년 이 법이 제정된 직후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2년까지 모두 7건의 헌법소원이 있었는데요.
당시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람은 성매매업소를 이용한 남성이나, 성매매업소의 건물주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성을 구매한 남성이 제기한 4건에 대해서는 '자기 관련성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고, 성매매업소가 있는 건물주들이 제기한 3건에 대해서는 '합헌'이라고 결정해, 모두 기각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한 건 성매매 여성이었습니다.
지난 2012년 한 여성이 서울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성매매가 아니면 생계가 어렵다"며,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북부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했는데요.
당시 법원은 "착취나 강요가 없는 한 성인 사이의 성행위는 개인 자유 결정에 맡겨야 하고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제청 사유를 밝혔습니다.
또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성 판매자만 처벌하고, 첩이나 외국인 현지 처를 두는 건 처벌하지 않는 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성매매 특별법 중 위헌 논란을 일으킨 법 조항은 성매매 특별법 21조 1항인데요.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백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성매매 특별법은 지난 2002년 군산의 한 성매매 업소에서 발생한 끔찍한 화재 사건이 계기 됐었는데요.
당시 성매매 여성 14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고, 현재까지 7개의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 앵커 ▶
공개변론이 열린 오늘, 성매매업소의 여성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성매매 특별법을 폐지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들어보시죠.
◀ 리포트 ▶
성매매 종사자 등 10여 명이 오늘 헌법재판소 앞에 모였습니다.
"착취와 강요가 없는 성매매는 피해자가 없다"며 성매매 특별법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해 음성적인 성매매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성매매 종사자]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개인 대 개인의 거래 형식인 음성 성매매는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고도 고발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성매매 금지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큽니다."
◀ 앵커 ▶
최근 헌법재판소의 연구관 60여 명이 모두 참석해 '성매매 특별법'이 위헌인지 토론회를 열었다고 하는데요.
이 자리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합니다.
어떤 부분이 쟁점인지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성매매 특별법 논란…쟁점은?]
먼저 성매매 특별법이 헌법이 보장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느냐 여부입니다.
이미 위헌 판결을 받은 혼인빙자 간음죄, 간통죄에 이어 이번에 위헌 심판을 받는 성매매죄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노영희/변호사]
"폐지된 간통죄도 결과적으로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법으로 통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므로 이번 성매매특별법에 대해서도…"
간통과 성매매는 경우가 다르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태진/변호사]
"간통죄와 논리는 유사하지만, 간통죄를 처벌하지 않는 국가들도 대부분 성매매를 규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논리가 성매매특별법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성매매가 생계수단인 사람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쟁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오경식 교수/국립 강릉원주대 법학과]
"성이라는 것을 직업적으로 그리고, 가격으로 매긴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용납하기가 참 어렵다…"
[전원책/변호사]
"처벌을 능사로 삼아서 그것을 엄단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입니다.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문제로 이해하자는 겁니다."
◀ 앵커 ▶
'성매매 특별법'이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는데요.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된 뒤 성매매업소 집결지는 줄어들었지만, 음성적인 성매매는 오히려 더 늘었다는 겁니다.
유선경 아나운서, 자세한 내용 전해주시죠.
◀ 앵커 ▶
성매매 집결지는 지난 2002년 69군데에서 재작년에는 44군데로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명 '키스방'이나 오피스텔 내의 성매매 같은 변종 성매매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2천 건 정도에서 재작년엔 4천7백 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음성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입니다.
성매매 단속을 피해 해외로 이른바 '원정 성매매'에 나섰다가 적발되는 여성도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 2009년엔 40명이 적발됐었는데, 재작년엔 2백 80여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성매매 특별법이 발효된 이후 음성적 성매매와 원정 성매매가 오히려 늘어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영상,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주택가까지 파고든 성매매]
서울 강남역.
지하철역 입구에서 나와 50미터 안에 있는 전단지를 주워봤습니다.
립 카페, 마사지 등 종류만 8가지.
한곳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성매매 업주]
"8번 출구로 지금 오시면 돼요. 그럼 저희가 모시러 가서 바로 들어가실 수 있어요."
약속 장소로 나가보니 한 남성이 근처 대형 오피스텔로 안내합니다.
[성매매 업주]
"단속을 당해도 손님들은 괜찮아요. 000호로 올라가세요. 노크 세 번 하면 아가씨가 열어줄 거예요."
안내받은 곳의 현관문을 두드리자 짧은 치마를 입은 한 여성이 나옵니다.
성매매 업소입니다.
[성매매 업주]
"자주 오시는 분들 많아요. 낮에도 영업하구요."
이런 오피스텔은 강남역 일대에만 1백여 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피스텔뿐만이 아닙니다.
키스방, 귀청소방 같은 유사성행위 업소부터 일부 노래방과 찜질방까지 성매매 업소로 둔갑해 있었습니다.
최근엔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매매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단속 경찰관]
"단속은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신변
종 업소가 생기니까요. 하나 단속하면 또 생기고, 또 생기고 하니까. 그런 부분이 좀. (어렵습니다)"
◀ 앵커 ▶
오늘 공개변론 현장에는 서울의 첫 여성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성매매에 대해 집중적으로 단속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김강자 전 총경도 직접 나와 이목을 끌었습니다.
함께 보시죠.
◀ 앵커 ▶
'국내 첫 여성 총경'인 김강자 전 총경.
지난 2000년, 서울 종암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성매매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특히 지난 1960년대부터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였던 일명 '미아리 텍사스촌'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데요.
[김강자/당시 서울 종암경찰서장 (2000년)]
"저는 엄마 입장에서, 어머니 입장에서 너무너무 그때 괴로웠고 반드시 내가 척결하고야 말겠다,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거예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내 일선 서장으로 부임한 김 서장은, 농촌지역의 티켓다방을 근절시켰던 경험을 살려 미성년자의 불법윤락영업을 뿌리 뽑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김강자/당시 서울 종암경찰서장 (2000년)]
"여기다가 우리 경찰관을 고정근무를 시킵니다. 24시간 고정근무 시켜가지고, 또 여기 들어가는 손님은 전부 검문검색을 합니다."
성매매와의 전쟁을 벌였던 김강자 전 총경은 그러나 성매매 특별법에 대해선 반대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김강자 전 총경]
"성매매를 단속하는 과정 중에 이 여성들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려운 여성들이더라고요. 단속을 하면 더 어려운 처지에 몰리겠구나 해서, 2002년 성매매 특별법을 제정하려고 할 때 관련 국회의원이나 여성부 장관을 찾아가서 반대를 했어요."
오늘 공개변론에서도 김강자 전 총경은 참고인으로 출석해, 성매매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 앵커 ▶
럼 해외에서는 이 성매매 관련 법규나 제도가 어떻게 돼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떤가요?
◀ 유선경 아나운서 ▶
해외 성매매 관련 제도는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우리나라처럼 성매매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곳인데요,
일본은 성 판매자를 처벌하고, 스웨덴은 성 구매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성매매를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며, 국가가 개입한 곳도 있습니다.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의 경우인데요,
제도 안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하는데, 정기검진이나 사회보험 등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매매 양성화로 인해 시장규모만 더 커졌다거나,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벨기에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신체적 권리를 보장해 개인 성매매를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매매 업소는 불법인데요,
문제는 개인 성매매와 업소형 성매매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에서도 최근 성매매 관련 제도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영상으로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2년 전 프랑스 하원이 성을 사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습니다.
[성매매 여성]
"그래도 아무 소용없어요. 매춘을 금지한 나라들에서 여성들은 몰래 일을 하고, 더 힘들어지고…"
결국 지난달 말 상원은 이 법안을 부결시켰습니다.
[마리솔 투렌 보건부장관]
"(법안부결은)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는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원에서 재논의하겠습니다.)"
이렇게 되자 정부가 새로운 법안을 준비하고 나서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 성매매는 합법이지만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거나 호객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짧은 치마나 하이힐을 신는 등 야한 옷차림을 하고 성을 파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즉, 성을 파는 사람들에게 청바지나 티셔츠 등 캐주얼한 옷을 입도록 강제하겠다는 얘개입니다.
성 매수자를 처벌하게 하는 것이 집권당의 목표이지만, 그전에 소극적인 호객행위도 금지해 성매매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성매매 처벌' 위헌 여부 첫 공개변론…쟁점은?
[이브닝 이슈] '성매매 처벌' 위헌 여부 첫 공개변론…쟁점은?
입력
2015-04-09 18:00
|
수정 2015-04-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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