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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노인 90% "연명 치료 반대"…임종, 어떻게 맞아야?

[이브닝 이슈] 노인 90% "연명 치료 반대"…임종, 어떻게 맞아야?
입력 2015-04-10 17:44 | 수정 2015-04-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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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누구나 반드시 언젠가는 맞게 되는 죽음.

    혹시 나는 임종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고민해 보신 적이 있나요?

    우리나라 노인 대부분은 질병이나 상처를 근원적으로 치료하지 못하고 단지 사망 시기를 연장하는 일명 연명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는데요.

    자세한 내용, 김대호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의 65살 이상 노인 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연명치료에 단 4%만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10명 중 9명꼴인 89%는 연명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또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병원이 아닌 집에서 임종을 맞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건강보험 정책연구원이 전국의 스무 살이 넘는 남녀 천오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종을 맞기 원하는 장소로 57%가 집을 택했습니다.

    집 다음으로 호스피스 의료 기관이 20%를 차지했고, 병원과 요양원 등의 순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같은 바람과는 동떨어져 있는데요,

    관련 영상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치매·중풍·파킨슨병·암 등으로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는 환자 10명 가운데 3명꼴로, 임종 직전까지 연명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강보험 정책연구원이 지난 2008년부터 4년 동안 장기요양 등급을 받고 숨진 노인 27만 명을 분석한 결과, 숨지기 전 중환자실을 이용하거나,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 같은 연명 치료를 받거나 CT, MRI 촬영 등 고가의 검사를 받은 사람이 7만 5천여 명으로 3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임종 직전 한 달간 진료비 지출도 급격하게 늘었는데요.

    숨지기 전 1년 전 진료비는 한 달에 65만 원이었지만, 6개월 전에는 119만 원으로 뛰었다 숨지기 한 달 전에는 209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임종을 맞이하는 장소도 병원이 가장 많았는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에는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46%였지만, 2012년에는 70%로 증가했고, 집에서 숨진 비율은 39%에서 19%로 줄어들었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그럼 연명 치료는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 걸까요?

    '연명 치료', 또는 '연명 의료행위'는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이거나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인공적인 영양공급과 혈액 투석, 또 항암치료 등을 통해 사망 시점을 조금 더 연장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연명 치료가 무의미한 과잉 의료라거나 환자에게는 오히려 고통이라는 지적이 그동안 많았는데요.

    하지만, 현행법상 연명치료 중단은 불법입니다.

    국내에서도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한 논란들이 있었는데요,

    먼저, '보라매병원 사건'이 있었죠.

    지난 1997년 12월, 가족의 요구로 퇴원한 환자가 사망하자 퇴원을 시킨 의사에게 살인죄가 적용돼 실형이 선고된 겁니다.

    '김할머니 사건'도 기억하시죠?

    지난 2008년, 8개월간 의식불명 상태였던 김할머니의 가족들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품위있게 죽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병원 측에 요청했지만 병원이 거부했고, 이에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대법원은 최초로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했는데요.

    대법원은 김할머니의 경우, 회복 가능성이 없어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더 부합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009년 6월, 결국 김할머니의 호흡기를 제거했는데, 할머니는 2백일 넘게 생명을 유지하다 별세했습니다.

    두 사건 이후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는데요.

    국가 생명윤리 심의위원회는 2013년 '무의미한 연명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을 내놓았고, 보건복지부는 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연명치료 결정에 관한 법안을 검토 중입니다.

    ◀ 앵커 ▶

    이같은 연명 치료에 대해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브닝 뉴스 취재진이 직접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 리포트 ▶

    [양희승(74)]
    "연명치료에 대해서는 본인 의견에 맡기겠죠. 본인이 싫다 그러면 그건 기어코 오래 사려할 필요도 없는 거고 본인에 맡기는 거지."

    [이현일(54)]
    "중단해주는 게 오히려 더 편할 것 같은데…왜냐하면 만약에 내 자신이 그런다 그래도 내 자식한테 그렇게 하라고 얘기를 하겠어요. 그래야지 서로 요새 살아가는 게 어려우니까 편하게 서로 편한 마음에서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좋죠."

    [박영아(42)]
    "솔직히 자식들 입장에서는 계속 이어가기를 바라는 건 자식의 도리죠. 제가 본인이었으면 만약에 아픈 사람이었으면 저도 중단을 원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자식입장에서는 이어갔으면 하는 게…'

    ◀ 앵커 ▶

    그럼 해외에선 연명 의료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요?

    나라마다 허용대상과 관련 제도가 제각각인데요.

    자료를 보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네덜란드인데요.

    네덜란드는, 존엄사에 대해 가장 관대한 나라이죠.

    세계 최초로 존엄사는 물론, 안락사까지 합법화한 나라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진정제를 통한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이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른데요.

    오리건주 등 5개 주에서만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고, 40여 개 주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스물아홉 살 여성이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존엄사를 예고한 뒤 숨졌습니다.

    이 여성의 선택을 두고 미국 내에서는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는데요. 관련 보도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뇌종양 말기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29살 브리트니 메이나드 씨.

    결혼한 지 1년 된 새 신부는 존엄사를 택했고, 마지막 추억이 담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브리트니 메이나드]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기도 한데 기다리다 때를 놓치면 최악이잖아요."

    이를 위해 그동안 살던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존엄사를 허용하는 오리건 주로 이사했습니다.

    동영상 조회 수가 9백만 회를 넘겼고, 메이나드 씨는 남편의 생일인 10월 30일을 가족과 보낸 뒤 다음날 예고했던 대로 스스로 약물을 복용해 삶을 마감했습니다.

    [브리트니 메이나드]
    "존엄사를 선택하면 뇌 속에 있는 암덩어리가 제멋대로 내 삶을 끝내도록 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이번 일을 계기로 품위있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존엄사에 대한 찬성론과, 자살행위를 방조할 수 없다는 반대론이 다시 첨예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 앵커 ▶

    요즘 들어서는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가 주관해 자신의 장례식 계획을 미리 세우거나 유서를 미리 써 보는 교육도 이뤄지고 있는데요,

    유선경 아나운서,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네요. 어떻습니까?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한국 보건 사회 연구원의 조사 결과인데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느냐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대부분이 장례 절차와 관련된 준비를 얘기했습니다.

    "묘지를 마련했다"가 29%로 가장 많았고, "수의를 마련했다", 또 "상조회에 가입했다"는 응답이 뒤를 이어, 주로 물질적인 준비였습니다.

    하지만, 유서를 작성하거나, 죽음을 준비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등, 죽음에 대해 심리적, 정신적으로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이번엔 서울대 병원이 암환자들에 대해 조사한 내용인데요,

    "언제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는지" 알아봤더니 임종 1주일 전에 결정한 경우가 80%를 넘었습니다.

    숨지기 이틀 전에 치료 중단을 결정한 경우도 절반 정도 됐는데요.

    전문가들은 막상 병이 생기면, 죽음을 생각하기가 더 두렵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건강할 때 미리 자신이 어떤 임종을 맞이할 것인지 생각해 보고, 준비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와도 연결되죠.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위해서라도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도움이 된다는 건데요.

    관련 보도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생의 마지막 순간을 미리 겪어본다는 '임종 체험 수련'.

    영정 사진을 찍고 삶을 돌아보는 명상에 이어, 가족 앞으로 보내는 유언장을 씁니다.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가 보는 입관 체험.

    컴컴한 나무 관 속에서 불과 10여 분을 누워 있다 나온 사람들은 눈물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김태연/임종 체험 수련자]
    "항상 좀 나누고 살아야겠다는 게 제1번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병에 걸렸을 경우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인 '사전의료의향서'.

    [손명세/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대표]
    "닥치거나 당하는 죽음을 맞기가 싫고, 맞이하는 죽음으로 갖고 갔으면 좋겠다는 의식의…"

    50대 이상 고령층부터 10,2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합니다.

    [배정옥/사전의료의향서 작성자]
    "(주변에) 연명치료하는 분들 많아요. 그냥 살이 다 빠질 때까지 끝까지 고통을 받으시더라고…"

    삶의 궤적과 추억, 사후 희망하는 장례 절차 등을 미리 기록해 두는 이른바 '엔딩 노트'를 마련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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