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요즘 산과 들에 나가면 봄꽃이 서로 경쟁하듯 만개해 꽃구경하기 딱 좋은 때를 맞았는데요.
그런데 이때만 되면 괴로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인데요.
봄꽃이 만발한 이번 주는 세계 알레르기 주간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브닝 이슈에서는 봄철 알레르기 질환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관련 영상부터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산비탈을 따라 줄지어 선 벚나무들이 겨우내 품었던 보석들을 가지마다 터뜨렸습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도 봄꽃의 향연에 흠뻑 젖어 아낌없는 갈채를 보냅니다.
햇살보다 더 반짝이는 듯 빛나는 벚꽃들이 군무를 추고, 개나리와 진달래, 유채꽃도 저마다 매력을 뽐냅니다.
[안정애]
"눈도 즐겁고 또 냄새를 맡으니까 향기가 좋으니까 또 기분이 더 좋고."
하지만 꽃피는 4월이 꼭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꽃가루가 눈과 코, 피부에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인데요,
[이선주]
"재채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약을 안 먹으면 밤에 잠을 못 자니까…휴지가 머리맡에 가득, 코 닦느라고…"
[서은덕]
"계속 항상 콧물 많이 나니까 항상 코는 계속 휴지로 풀고 다녔고, 코도 항상 막히니까…"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은 이런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염뿐 아니라 결막염과 기도가 붓는 천식, 심하면 물집까지 잡히는 피부염 모두, 바로 꽃가루가 몸 안에
들어오면서 나타나는 병입니다.
[윤정순]
"눈이 가려우면서 눈물이 나고, 또 재채기도 나오고, 또 심할 때는 막 호흡하는 것도 곤란하고."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알레르기 환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3월 최저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14%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규랑 박사/국립기상연구소]
"지구온난화에 따라서 꽃이 필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꽃의 수도 더 많아지기 때문에, 꽃가루 수가 더 많이 증가하게 됩니다."
◀ 앵커 ▶
꽃가루는 우리나라에서 '집먼지 진드기' 다음으로 흔한, 알레르기 원인물질인데요,
의료계에서는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 10명 중에 3명은 꽃가루 때문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는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내용, 유선경 아나운서가 설명해 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이 사진은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본 모습인데요.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꽃가루는 대부분 크기가 1mm의 50분의 1 크기도 채 안 될 정도로 아주 작습니다.
당연히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데요.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 날아다니는 것이 눈에 보이는 '큰' 꽃가루는 알레르기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나무의 경우, 쌀알 한 톨만한 꽃 한 송이가 미세한 꽃가루 입자 만 개를 퍼뜨리는데요.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꽃가루가 사람의 기도를 통해 호흡기에 전해지게 되면 알레르기 물질에 예민한 사람의 경우, 비염을 일으키게 됩니다.
주로 재채기가 이어지다, 맑은 콧물이 흐르고, 콧속 가려움증이나 코막힘이 심해지는데요.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상당수는 알레르기 결막염을 동반하는데 눈이 가렵고 충혈되거나 눈물이 나옵니다.
또 비염 환자의 40%는 천식을 동반하는데, 기침과 가래, 심한 경우는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호흡곤란까지 나타나게 됩니다.
◀ 앵커 ▶
우리나라에서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는 한 해 약 2백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 그냥 참고 넘어가는 사람까지 더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은데요.
그렇다면 햇살좋은 봄날,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꽃놀이를 피해야 할까요?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김대호 아나운서가 설명해 드립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하얗게 만발한 벚꽃.
노란 물결의 유채꽃.
향긋한 꽃내음의 아카시아.
알레르기가 있다면 이런 대표적인 봄꽃들을 피해야 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사실 벚꽃이나 개나리, 유채꽃처럼 화려한 봄꽃들은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지 않는데요,
문제가 되는 식물은 따로 있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식물 중 하나가 바로 '참나무'입니다.
참나무는 우리나라의 양지바른 산기슭에 폭넓게 자생하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토리나무입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알레르기 원인 식물은 최근 조경수로 선호도가 높은 '자작나무'입니다.
기다랗고 하얀 줄기로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최근 대규모 단지나 공원에 많이 심는데요,
꽃가루 알레르기 있는 분들은, 봄철 자작나무 길은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는 어떨까요?
사실 제일 억울한 식물이 소나무인데요,
소나무는 굉장히 많은 꽃가루를 생산하기 때문에, 대기 중 꽃가루 밀도로만 보면 1등입니다.
그래서 알레르기 주범으로 억울하게 지목받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알레르기 질환에 그렇게 크게 영향을 주는 식물은 아니라고 합니다.
◀ 앵커 ▶
그런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인 참나무와 삼나무 같은 나무는 도심보다 교외에 더 많이 자라고 있죠.
그래서 이런 나무가 많지 않은 도심에선 괜찮을 것 같지만, 답은 '아니오'입니다.
도시엔 공해물질 때문에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하는데요,
뉴스 영상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수십 킬로미터에서 멀게는 수백 킬로미터까지 퍼집니다.
'꽃가루 안전지대'는 없습니다.
도시에는 꽃과 나무의 개체 수가 적지만, 공기 오염 때문에 꽃가루 독성은 더 심합니다.
미국 농무부의 실험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가 되면 꽃가루당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단백질이 2배 가까이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서울 강남역과 경기도 포천 지역의 꽃가루 독성을 비교했더니, 강남역 쪽이 50배 이상 높았습니다.
[오재원 교수/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
"이산화탄소가 많을수록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독성이 훨씬 강하게 표현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와 황사도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코가 막혀 입으로 자주 숨을 쉬다 보면 먼지 같은 이물질을 걸러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
[정도광/이비인후과 전문의]
"황사나 먼지가 많을 때 코로 숨 쉬지 않고 입으로 쉬니까 직접 먼지나 황사가 입으로 들어와서 인후염이 잘 생깁니다."
◀ 앵커 ▶
그럼 세계 알레르기 주간을 맞은 이번 주, 서울의 꽃가루 위험 지수는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계속해서 김대호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서울의 이번 주 꽃가루 예상도 입니다.
오늘부터 수요일까지, 꽃가루 위험 지수는 35에서 53 정도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 말은 서울의 공기 1세제곱미터당 오늘은 평균 35개, 내일은 53개의 꽃가루가 포함돼 있을 것이란 뜻입니다.
이 정도면 알레르기 유발 수준은 '조심' 단계인데요,
그럼 목요일부터 주말까지는 어떨까요?
네, 목요일은 207, 금요일은 무려 470까지 꽃가루 지수가 치솟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1세제곱미터당 300개에 가까운 꽃가루가 떠다니면서, 호흡기 건강을 위협한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면 알레르기 유발 수준은 '위험' 단계로 분류됩니다.
'조심' 단계에서는 일반 알레르기 환자들에게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위험' 단계에서는 평소 알레르기가 있는지 잘 모르고 지내던 증상이 약한 환자들에게까지 콧물과 코막힘, 재채기, 결막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혹시 알레르기 증상이 걱정된다면 이번 주말 산과 들로 꽃놀이 갈 때 황사 마스크를 써서 증상을 완화시키는 게 좋겠습니다.
◀ 앵커 ▶
그럼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은 어떻게 관리하고 예방해야 할까요?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의료계는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 627만 명 가운데 30%인 약 180만 명 정도가 꽃가루 때문인 것으로 추산합니다.
현재로선 약한 꽃가루 성분을 혀 밑에 넣거나, 팔에 주사해 면역을 강하게 하는 게 최선의 치료법입니다.
[양민석 교수/서울대 보라매병원 알레르기 내과]
"항원(꽃가루)을 매우 적은 농도부터 조금씩 체내에 주입해서 그 항원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치료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에 3,4년 이상 걸리고 모든 꽃가루 반응이 다 치료되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평소 알레르기 증상이 있다면 이맘때엔 꽃가루를 우선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봄에는 미세먼지 경보가 없는 날이라도 마스크와 긴팔 옷을 착용하고,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시간을 피해 외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신재민교수/고대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아침에는 오히려 농도가 높습니다. 꽃가루든지 또는 오염물질이든…가벼운 운동을 하시려면 오후에 나가시는 게 좋습니다."
또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창문을 닫아두고, 실내에선 화초 등을 키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봄 불청객 알레르기 '비상'…예방·치료법은?
[이브닝 이슈] 봄 불청객 알레르기 '비상'…예방·치료법은?
입력
2015-04-13 17:43
|
수정 2015-04-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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