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일본 히로시마 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를 이탈한 아시아나 여객기는 낮은 고도로 접근하다 착륙유도장치에 부딪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본 정부는 저고도로 비행한 경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도쿄에서 이동애 특파원입니다.
◀ 리포트 ▶
승객과 승무원 81명을 태운 아시아나 여객기는 히로시마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활주로 3백 미터 앞에 있는 착륙유도장치에 부딪혔습니다.
정상대로라면 30미터 높이에서 서쪽을 통해 활주로로 접근하지만, 사고기는 동쪽에서 들어오다 6미터 높이의 유도장치에 부딪히고 활주로에 착륙했습니다.
승객들은 착륙 전 기체가 크게 흔들리더니 갑자기 고도를 낮췄다고 증언했습니다.
[탑승객]
"난기류로 계속 흔들렸고, 뭔가 번쩍번쩍 빛나는 것도 보였습니다."
착륙 직후 사고 여객기는 활주로를 천 8백 미터 이상 달리다 왼쪽으로 돌며,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고로 승객, 탑승객 25명이 다쳤고, 왼쪽 엔진관 뒤쪽 날개가 크게 부서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고 당시 히로시마 공항 주변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안개가 끼어 있었으며 사고 직전 시정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착륙 직전 불과 오분 사이에 공항 시정 거리가 2킬로미터에서 5백 미터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일본 운수위원회는 항공기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고도로 활주로 접근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이동애입니다.
◀ 앵커 ▶
오늘 이브닝 이슈에는 비행기 사고, 특히 착륙할 때 왜 사고가 빈발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번 사고의 구체적 개요부터 알아볼 텐데요.
김대호 아나운서가 전해 드립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아시아나 162편은 어제 오후 6시 49분, 히로시마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이륙했습니다.
비행기에는 일본인 46명, 중국인 9명, 한국인 8명 등 승객 73명이 타고 있었는데요. 저녁 8시쯤 히로시마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면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고기는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면서 활주로 동쪽으로 진입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활주로에서 약 300m 앞에 있던 높이 6m의 착륙유도장치에 꼬리 부분을 부딪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객기는 활주로에 내리면서 왼쪽으로 유턴하듯 미끄러지다, 활주로 중간지점에서 남쪽으로 수십 미터 떨어진 잔디밭에 반대방향으로 정지하게 됩니다.
이 사고로 승객 18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항공기 왼쪽 엔진과 날개 일부가 파손됐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이번 사고는 지난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일어난 사고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같은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라는 점 외에, 당시 항공기가 착륙을 시도하던 중 방파제에 부딪히면서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3명이 숨지고, 180여 명이 다친 사고 당시의 상황,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착륙사고 당시 영상 공개]
여객기가 활주로를 향해 천천히 날아옵니다.
낮은 고도로 해수면 위에 수평으로 바싹 붙어 접근하던 여객기는, 착륙을 시도하는가 싶더니 기체가 기울면서 순간 꼬리 부분이 바닷가 제방에 충돌합니다.
연기를 내뿜으며 활주로를 미끄러지던 여객기는 머리 부분이 땅에 박히며 흙먼지에 휩싸였고, 이내 꼬리 부분이 위로 들린 채 한 바퀴 돌더니 주저앉았습니다.
[폭발 직전 '필사의 탈출']
뿌연 흙먼지와 시커먼 연기에 뒤덮인 기체 왼쪽, 출입문 두 곳에서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가 튕겨져나가듯 펼쳐집니다.
곧이어 탑승객들이 슬라이드를 타고 황급히 빠져나옵니다.
탈출한 승객들은 발이 땅에 닿자마자 여객기에서 최대한 먼 쪽으로 전속력으로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소방차가 연신 소화분말을 뿌려대지만 기체에서는 급기야 불꽃이 일기 시작합니다.
◀ 앵커 ▶
2년 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했던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 사고의 원인은 조종사 과실로 밝혀졌습니다.
히로시마 공항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 현재 일본 항공 당국이 조사 중인데요.
두 사고에 대한 자세한 내용,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먼저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는 지난해 6월, 아시아나 항공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에 대한 11개월간의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종사의 과실이 사고의 주원인이었는데요, 사고 항공기의 조종사들이 비록 노련한 승무원들이었지만, 자동화 장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이 때문에 착륙 당시 자동화 장치를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위원회는 조종사 과실 외에도 보잉사의 해당 항공기 훈련 교범이 미흡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어제 발생한 사고의 원인은 뭘까요? 현재 일본의 운수안전위원회가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데요. 아시아나 162편의 착륙 당시 고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았고, 공항의 정밀계기착륙장치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전파를 발신하기 때문에 보통은 활주로 서쪽으로 항공기들이 진입하는데, 아시아나 162편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동쪽에서 진입하는 바람에, 계기착륙장치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사고 당시 히로시마 공항은 비구름과 안개 때문에 전방 시야가 500m 이하로 갑자기 짧아졌고, 국지적 난기류 발생 예보도 있었는데요.
일본 당국은 현지 기상 상황 때문에 조종사가 고도를 비정상적으로 떨어뜨린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 앵커 ▶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이번 히로시마 공항 사고의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Q. 아시아나 항공 사고 추정 원인은?
[정윤식/청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히로시마 공항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공항이에요. 착륙할 수 있는 시설이 한쪽밖에 없고, 반대쪽으로는 거의 눈으로 보고 내려야 하는 그런 시설이거든요. 히로시마라는 곳이 계곡 사이에 있어서 바람 많이 불죠, 안개 많이 끼죠, 구름 많죠, 또 활주로가 낭떠러지로 돼 있어요. 그래서 상승기류라든가 그런 것이 심해요. 그걸 조종사가 잘 컨트롤해야하는데, 거기에 조종사의 요인이 좀 포함이 되죠."
Q. 활주로 진입방향 변경 가능한가?
[정윤식/청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바람만 불어도 (활주로 방향이) 바뀌죠. 게다가 (고도가) 높고, 낮은 것은 조종사가 눈으로 보고 조정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 비행장을 보기 위해 고도를 낮췄다, 그 건 틀린 게 아니거든요."
Q. 사고 원인 조사 결과는?
[정윤식/청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비행기가 부서지지 않고 조종사가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달 이내에 기본적인 자료가 다 나올 것 같아요."
◀ 앵커 ▶
항공기 사고의 절반 정도는 바로 착륙할 때 일어난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보도 내용,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미국 휴스턴 공항, 착륙하던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진흙 속으로 미끄러졌습니다.
[도나 매슨/탑승객]
"험한 착륙을 많이 겪어봤지만, 이번 건은 마치 캥거루가 뛰는 것 같았어요."
뉴욕의 한 공항에선 활주로를 벗어난 비행기가 하마터면 바다 속으로 빠질 뻔한 아찔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지난 3월엔 승객과 승무원 등 137명을 태우고 캐나다 토론토를 출발한 에어캐나다 여객기가 착륙 도중 악천후 때문에 활주로를 이탈했습니다.
이 사고로 승객 23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습니다.
많게는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 가는 항공기 사고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이처럼 착륙할 때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육중한 비행기를 사뿐하게 착륙시키려면, 동체가 바닥에 완전히 닿을 때까지, 비행기의 뜨는 힘, 이른바 양력을 유지하는 게 관건입니다.
양력은 속도와 비행각도가 클수록 더 커지기 때문에, 속도가 떨어지는 착륙 시에는 부지런히 날개를 움직이면서 비행 각도도 높여 이 뜨는 힘을 유지해야 합니다.
시속 700km 이상으로 날던 비행기들은 착륙할 땐 속도를 시속 250km까지 낮추는데, 이보다 더 낮춰선 곤란합니다.
양력은 속도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변하는데요. 속도가 30퍼센트 줄면 양력은 절반이나 감소해 갑자기 추락할 수 있습니다.
◀ 앵커 ▶
이번에 사고가 난 여객기는 에어버스사의 'A320' 기종이었습니다.
최근 이 기종의 사고가 많아, 아 기종의 조종사들을 상대로 국토교통부가 특별 점검에 나섰다고 하는데요.
유선경 아나운서, 먼저, 우리나라 항공사가 운항되고 이 A320 기종, 얼마나 되나요?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이 A320 기종은 좌석을 백56석 정도 보유한 소형 항공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아시아나가 8대, 에어부산이 3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일어난 항공기 사고 가운데 A320 기종과 관련된 사고가 많았습니다.
지난해 12월, 한국인 선교사 가족 등 승객 160여 명을 태운 채 인도네시아 자바해에 추락한 에어 아시아 항공기가 A320 기종이었고요, 지난달,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에 충돌해 150명이 숨진 저먼윙스 여객기, 또 같은 달, 캐나다 핼리팩스 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를 이탈한 에어 캐나다의 여객기가 바로 이 A320 기종이었습니다.
사실 에어버스사에서 제작한 A320기종은 1988년부터 현재까지 6천 2백여 대가 팔린 베스트셀러 기종이기도 한데요.
국토교통부는 이에 따라 A320의 국내 조종사들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는데요.
조종사들의 기량과 기체를 점검해, 사고 재발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앵커 ▶
모든 여객기는 사고가 나면 90초 이내에 탑승인원 전원이 탈출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른바 여객기 사고의 '골든타임'인데요, 하지만 정작 사고를 맞닥뜨리면,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은데, 승객들이 탈출요령을 배울 수 있는 항공안전라운지가 설치됐다는 소식입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교육요원]
"꼭 탈출 직전 비상구 앞에서 빨간 손잡이를 힘껏 잡아당겨 부풀려주시면 됩니다."
교육요원의 안내에 따라, 구명조끼 사용법을 익혀봅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영상으로 본 장면이지만, 막상 따라해 보려니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곳은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에 문을 연 항공안전라운지. 지난 2013년 아시아나 항공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당시 일부 승객이 개인 짐을 챙겨 비상슬라이드를 내려오는 등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승객을 위한 상시 안전 교육을 위해 오늘부터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이곳에서는 승객들이 알아야 할 탈출 행동요령을 전시물과 동영상, 퀴즈 등을 통해 배우고, 산소마스크와 구명조끼 등 개인구명용품 사용법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국토부는 사전에 비행기 비상구 위치나 탈출 동선을 미리 확인해두는 것만으로도 화재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적극적인 이용을 당부했습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아시아나 사고기, 원인 조사 착수…착륙사고 빈발, 왜?
[이브닝 이슈] 아시아나 사고기, 원인 조사 착수…착륙사고 빈발, 왜?
입력
2015-04-15 18:03
|
수정 2015-04-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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