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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한 때는 잘 나갔는데…'천덕꾸러기' 된 10원 동전

[이브닝 이슈] 한 때는 잘 나갔는데…'천덕꾸러기' 된 10원 동전
입력 2015-04-23 17:33 | 수정 2015-04-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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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이 밀린 임금을 달라고 했더니, 식당 주인이 체불임금을 모두 10원짜리 동전으로 지급하는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먼저, 사건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10원짜리로 밀린 임금 지급]

    지난 20일. 한 은행 지점에 50대 여성이 십 원짜리 동전으로 가득 찬 자루를 들고 왔습니다.

    [은행 관계자]
    "많이 갖고 왔더라고요. 자루로 5~6개 됐으니까요. 바꾸러 오신 분이 '급여를 이것으로 받았다…기분 나쁘다'(고 말했어요.)"

    동전을 받기 전 이 여성은 일하던 음식점을 그만뒀는데 밀린 임금 18만 원을 받지 못했다며 노동청에 진정을 냈습니다.

    그런데 업주는 밀린 임금 18만 원을 모두 십 원짜리 동전 만 8천 개로 바꿔 종업원에게 지급했습니다.

    동전 무게만 약 45㎏.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
    "조사하고 그러기 전에 당사자끼리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감정 표출이 그런 사태로 이어지는데…"

    밀린 임금을 동전으로 주는 것이 법과 규정에 어긋나지 않지만 식당주인의 감정 섞인 행동은 이른바 갑의 횡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 앵커 ▶

    요즘은 일상생활에서 10원짜리 동전을 쓸 일이 사실 거의 없는데요.

    십 원짜리 동전에 대한 시민들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안승임 (29살)]
    "거의 최근에는 사용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사용한 것은 한 거의 1년 이상은 된 것 같은데…"

    [박형우 (59세)]
    "어렸을 때 호주머니에 한 20-30원만 있어도 그냥 어디가도 든든하고 군것질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그때는) 사탕 같은 것 사먹고 군것질 주로 하죠. 풀빵도 사먹고."

    [이정철 (72세)]
    "하루 외출할 때 50원을 갖고 나가면 영화보고 자장면 먹고 미술관 가고 요즘 이야기하는 쎄시봉 가고 충분히 그럴 수 있었습니다."

    ◀ 앵커 ▶

    10원짜리 동전은 가치가 추락하면서 집안 여기저기에 굴러다녀도 잘 사용하지 않고 몇 달씩 묵혀 두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지난 1960년대만 하더라도 10원의 가치는 상당했습니다.

    김대호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10원이, 동전이 아닌 지폐로 발행된 적 있다는 걸 기억하는 분도 있을 텐데요.

    이 10원짜리 지폐는, 지난 1962년 통화 단위를 '환'에서 '원'으로 바꾸면서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아이들에게 주는 세뱃돈으로 10원짜리 지폐가 인기였다고 하는데요.

    지금처럼 10원짜리가 동전으로 발행된 건 지난 1966년 이후의 일입니다.

    10원짜리 동전이 나왔을 때, 동전 한 닢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았는데요.

    길거리 음식하면 떠오르는 '붕어빵', 예전에는 '풀빵'도 있었는데요,

    1960년대에는 10원 한 닢으로 붕어빵이나 풀빵을 대여섯 개씩 사먹을 수 있었습니다.

    또, 1970년대에는 10원짜리 얼음과자가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 시절엔 10원 한 닢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요.

    10원의 변천사,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 라면.

    라면이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건 지난 1963년인데요.

    당시 봉지 라면 1개가 10원이었습니다.

    당시 식당 백반 값은 20 ~ 30원 정도였는데요.

    라면은 구호품으로 전달되면서 서민의 대표 음식으로 불리기도 했죠.

    졸업식이나 입학식 날에 먹었던 '자장면'.

    지난 1907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뒤 외식 메뉴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자장면의 1960년대 당시 가격은 30원대, 10원짜리 동전 세 개 정도면, 자장면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먹거리 뿐 아니라 버스 요금이나 톨게이트 비용 등 공공요금이 10원짜리 동전 한 닢이면 해결됐던 시절도 있었는데요.

    1980년대까지도 공공요금은 10원 단위로 인상되기도 했습니다.

    [뉴스데스크 (1988)]
    "서울지하철은 국고보조를 줄이는 대신에 요금을 20원 범위 안에서 인상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이렇게 귀하신 몸이었던 10원짜리 동전은 물가가 뛰면서 1990년대 이후부터는 실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아, 오히려 '품귀현상'까지 나타났는데요.

    [뉴스데스크 (1994)]
    "10짜리로 공중전화를 걸 때도 사람들은 10원 동전 대신에 100원을 넣고 잔돈을 포기하기 일쑤입니다."

    한 때는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도 있었던 10원, 하지만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 앵커 ▶

    보신 것처럼 한때는 10원짜리 하나만 있으면 버스 요금을 내거나 라면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물가가 오르면서, 십 원의 가치는 떨어져, 잘 쓰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번엔 십원짜리 '동전'의 변천사를 계속해서 김대호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10원짜리 동전은 지난 2006년을 기준으로 재질과 크기가 달라졌습니다.

    1960년대 이후에 발행된 이 10원짜리 구형 동전은 구리가 65%, 아연 35%로 만들어졌는데요,

    하지만 구리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10원짜리 동전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10원 이상이 들어가 만드는 부담이 커졌죠.

    그러다 결국, 동전 주조 비용을 줄이기 위해 10원짜리 동전의 크기를 줄이고, 재질도, 가격이 싼 금속으로 바꿨습니다.

    구리 비중을 65 에서 48퍼센트로 확 줄이고, 아연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여전히 제조 비용이 화폐 가치보다 더 높은데요.

    한국은행이 정확한 가격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구형 10원 동전은 한 개 당 30원가량, 신형 동전은 20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10원짜리 동전은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셈인데요.

    이렇게 10원의 가치가 낮아지면서 동전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지만, 단돈 10원에 사활을 거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유통 업계입니다.

    고객 유치를 위해 경쟁사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겠다며 이른바 '10원 전쟁'에 돌입한 겁니다.

    영상,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대형마트 '10원 전쟁']

    5백여 개 신선식품을 년 내내 최대 30% 싸게 팔겠다.

    가격 경쟁에 불을 당긴 건 홈플러스입니다.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겼다가 재판에 넘겨지자 고객에게 사과를 하겠다며 할인판매에 나선 겁니다.

    1만 원이던 딸기 가격은 8천8백 원으로, 갈치는 4,480원에서 3천8백 원으로 바꿔 적혔습니다.

    [이병준/홈플러스 금천점 식품파트장]
    "경쟁점에서 가격 인하한다면 저희도 반드시 가격 인하하겠습니다."

    이마트도 맞불로 대응했습니다.

    홈플러스와 같은 지역에 있는 점포에 한해 1백여 개 품목의 가격을 대폭 내린 겁니다.

    [김태희/이마트 홍보팀 과장]
    "경쟁사의 상품과 가격 대응 위해 추가 할인하며 적극 응대하고 있습니다."

    ◀ 앵커 ▶

    10원짜리 동전의 원자재 가치가 액면가보다 높아지면서, 최근 들어서는 이를 노린 범죄가 많이 적발됐습니다.

    구리 함유량이 높은 구형 10원짜리 동전을 모아 녹인 뒤 구리 뭉치로 만들어 되팔아 차액을 챙긴 일당이 검거된 건데요,

    이렇게 영리를 목적으로 화폐를 훼손할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모아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구형 10원' 녹여 동파이프 장사 적발]

    자루에 동전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모두 황동으로 만든 10원짜리 구형 동전입니다.

    금속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이 모 씨는 2년 동안 10원짜리 동전 5천만 개를 모아 황동 파이프 11억 원어치를 만들었습니다.

    [김장기/경기 양주경찰서 지능팀장]
    "동전을 녹여서 판매하는 단가가 좋기 때문에 동전을 선택했습니다."

    [10원짜리 녹여 구리뭉치로 판매한 일당 적발]

    경기도 양주의 한 주물 공장.

    시뻘건 쇳물을 거푸집 안에 붓습니다.

    녹인 금속은 10원짜리 동전들.

    주물 기술자 56살 노 모 씨 등은 전국 은행을 돌아다니며 구리 성분이 많은 구형 10원짜리 동전들을 모았습니다.

    발행이 중단된 구형 동전을 구하기 위해 동전 수집업자들까지 동원했습니다.

    10원짜리 구형 동전 1개를 가져오면 많게는 18원까지 보상해줬지만 그래도 이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김재웅/포천경찰서 수사과장]
    "2~3배 정도가 남죠. 십 원짜리 팔면 23원의 이익이 남고."

    1년 동안 녹인 동전은 7천만 개.

    7억 원어치를 녹여서 19억 원어치 구리뭉치를 만들었습니다.

    ◀ 앵커 ▶

    이렇게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10원짜리 동전을 모아서 선행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김대호 아나운서, 정리해주시죠.

    ◀ 김대호 아나운서 ▶

    서울 곳곳에 생긴 건강 기부 계단입니다.

    시민들이 계단 한 칸을 밟을 때마다 10원에서 20원씩 기부금으로 적립되는데요.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10원씩 모은 기부금이 1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재작년에는 서울의 한 구청에서 10원짜리 동전 53만 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이 동전들로 동화책을 사 저소득층 가정과 방과 후 학교 등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0원짜리 동전의 환수율은 4% 대에 그쳤는데요.

    한국은행은 매년 5월이 되면 10원짜리 동전을 교환해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집 안 구석구석에 잠들어 있는 10원짜리 동전이 많다는 건데요.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10원 동전의 규모, 얼마나 되는지 한국은행 담당자에게 물어봤습니다.

    ◀ 리포트 ▶

    [박종남 과장/한국은행 발권국 발권기획팀]
    "지난 3월 말 10원화 발행 잔액은 818억 원이며, 개수로는 약 82억 개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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