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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바뀌는 음주 문화…순한 술 열풍 '14도 소주' 등장

[이브닝 이슈] 바뀌는 음주 문화…순한 술 열풍 '14도 소주' 등장
입력 2015-05-21 17:29 | 수정 2015-05-2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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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요즘 이른바 '순한 술'을 선호하는 애주가가 늘면서 이제는 알콜 도수가 14도인 소주까지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처음 17도짜리 소주가 나왔을 때, 더 낮은 도수의 소주가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예상이 빗나간 건데요,

    유선경 아나운서, 순한 소주 열풍, 어느 정도인지 설명해주시죠.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우리 국민의 알코올 소비량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2천 년대 들어와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국민 1인당 연간 알코올 섭취량이 9.62 리터 정도였는데, 해마다 감소하면서, 지난해에는 연간 8.73 리터까지 줄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추세 속에서, 유독 돌풍을 일으키는 술이 있습니다.

    바로, 14도짜리 순한 소주입니다.

    지난 3월 롯데주류가 출시한 이 술은 낮은 도수에 유자 농축액을 첨가한 칵테일 소주인데, 시장에 나온 지 불과 한 달 만에 130만 병이 넘게 팔려나갔고, 지금도 여전히 품귀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인기를 끌었던 과자 이름에 빚대 '주류계의 허니버터칩'이다, 이런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앵커 ▶

    14도짜리 칵테일 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기존 소주들도 앞다퉈 각종 과일향의 소주를 내놓고 홍보에 나섰습니다.

    이렇게 도수가 낮고 과일맛 나는 소주에 대한 시민들 반응은 어떨까요?

    저희 취재팀이 한 주점에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유자맛 소주부터 석류맛, 블루베리맛 소주까지.

    과일향을 첨가해 순하게 출시된 소주들이 인기입니다.

    [이재림]
    "이거 맛있다고 해서 먹어보고 싶었는데, 여기 있고 그래서 와서 먹고 있어요. 상큼해서 먹기 쉬운 것 같아요. 그전에 것은 역해서 별로 먹고 싶지 않았는데…"

    [김아름]
    "확실히 알코올 맛이 좀 덜하기 때문에 과일 맛이 많이 나기 때문에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여자들은. 제 친구도 그렇고요."

    술을 처음 접하거나, 잘 못 마시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는 반응입니다.

    [박철민]
    "일반 소주 같은 경우에 쓴맛이 너무 강한데, 이 소주의 경우에는 끝 맛이 달달한 향이 있어서 처음에 접하시는 분들도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형태의 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맥주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던 소주 업계에도 활력이 붙고 있습니다.

    주점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돕니다.

    [이재만/주점 사장]
    "지금 수도권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게 어렵게 해서 구해놓고 보니까 반응이 상당히 좋은 것 같아요."

    ◀ 앵커 ▶

    '소주는 20도'라는 공식이 깨진 지 이미 오래입니다.

    9년 전인 2006년부터 이미 20도의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는데요,

    소주의 알콜 도수가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김대호 아나운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우리나라 첫 소주는 1924년에 출시된 진천 양조 상회의 소주입니다.

    이때 소주의 도수는 35도였습니다.

    약 40년 뒤인 1965년, 최초의 희석식 소주가 등장했는데, 이때 도수는 5도 낮아진 30도로 출시됐습니다.

    그리고 1973년, 드디어 우리 머릿속에 기억되고 있는 대표적인 정통 소주인, 25도짜리 진로소주가 시장에 나오게 됩니다.

    온 국민이 경제 성장을 위해 허리를 졸라매며 살아온 70년대와 80년대, 25도 소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민의 술로 여겨지며, 20여 년간 국민의 애환을 달래줬습니다.

    그런데 진로 소주가 출시된 지 23년 만인 지난 1996년, 부산에서 23도짜리 시원소주가 출시되면서 '소주는 25도여야 한다'는 편견을 무너뜨렸고, 10년 뒤인 2006년, 파격적으로 16.9도까지 낮춘 국내 최초의 저도주 '좋은데이'가 등장하면서 소주 업계의 판도를 바꿔놓게 됩니다.

    일부 소주 애호가들은 '그게 무슨 소주냐'며 비아냥대기도 했지만, 예상 밖의 인기를 끌면서 이후 '낮은 도수의 소주 열풍'을 이끌게 됩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19.5도짜리 '참이슬 후레쉬'와 '처음처럼'이 앞다퉈 출시되며 20도의 벽을 무너뜨렸고, 점차 도수가 낮아져 지난해에는 17도 대의 소주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 구도를 만들었는데요.

    더 순한 술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뚜렷해지면서 올해는 14도짜리 소주까지 출시됐습니다.

    ◀ 앵커 ▶

    이처럼 순한 술을 원하는 소비 트렌드는 소주 시장뿐 아니라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는데요.

    계속해서 김대호 아나운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지난해 국내 위스키 판매 성장률을 조사해 봤더니, 알코올 도수 40도의 대표 위스키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윈저'는 마이너스 2%에 그쳤지만, '임페리얼'은 마이너스 13.5%, '스카치 블루'는 마이너스 9.9%로 판매 부진을 겪었습니다.

    전반적인 위스키 소비 감소 속에서 폭풍 성장률을 보인 위스키가 있는데요.

    지난 2009년 출시된 G사의 이 제품은 국내 최초의 알코올 도수 40도 미만의 위스키였는데, 주류업계에서는 당시 '위스키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며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무려 57.3%이라는 판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대약진했습니다.

    위스키의 도수를 36.5도로 낮춤으로써, 양주도 순한 걸 찾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같은 열풍은 위스키 판매 순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동안 윈저와 임페리얼, 스카치블루가 줄곧 1위와 2위, 3위 자리를 지켜왔는데요,

    올해 1분기의 경우, 판매 부진 속에 출고량이 각각 15만 7천 상자, 11만 6천 상자, 5만 천 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36.5도의 G 제품은 출고량 6만 1천 상자를 기록해, 단숨에 국내 3위로 올라섰습니다.

    위스키 업계에 18년 만에 나타난 순위 변동이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 앵커 ▶

    이렇게 낮은 도수의 술이 잘 팔리고 있는 건 술 소비층이 다양해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여성 애주가가 늘면서, 부드러운 술로 여심 잡기에 나선 건데요, 영상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이탈리아 식당.

    여성들이 둘러앉은 테이블에도 와인은 빠지지 않습니다.

    [안은정]
    "한 번 마시면 사람들이 더 많이 마시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와인 마시면 한두 잔에서 끝낼 수 있는 분위기가 있어서…"

    마트에서도 카트에 맥주를 담는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지상희]
    "시어머님과 힘들게 음식 만들고 나서는 맥주 간단하게 한 잔 정도 하는 것 같고요. 남편이 직장 갔다가 피곤하고 하면 아이들 얘기,집안 얘기하면서 한 잔 정도는 가볍게…"

    텁텁한 막걸리도 여성고객 잡기에 가세했습니다.

    젊은 층을 겨냥해, 전통주 칵테일 같은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화음]
    "맛이 정말 은은하면서도 부드럽고 약간 캬라멜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맛이었어요."

    사과나 꿀 등 피부에 좋은 천연재료를 이용한 술도 개발돼 여성의 입맛 유혹에 나섰습니다.

    [신동민/마트 주류매장 매니저]
    "여성들의 술 소비가 늘어나면서 낮은 도수의 소주나 캐주얼한 와인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큰 고객으로 떠오른 만큼 주류업계의 '여심' 공략은 더 다양하고 거세질 전망입니다.

    ◀ 앵커 ▶

    맥주에 독주를 섞어 급하게 빨리 마시고, 그래서 빨리 취하는 폭탄주가 한 시대를 풍미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런데 이제는 '빨리 취하기'보다 '가볍게 즐기자'는 쪽으로 음주문화가 바뀌면서, 인기 주종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서울 이태원의 한 주점.

    여러 가지 재료들이 바텐더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한잔의 칵테일로 완성됩니다.

    원래는 위스키 종류가 많이 팔렸지만 요즘 칵테일이 대세입니다.

    [장수정]
    "(칵테일을) 나가서 마시기도 하고 직접 사와서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친구들도 많은 것 같아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보드카에 주스나 탄산수를 섞은 칵테일이 인기입니다.

    알콜 도수가 낮고 상대적으로 값도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이상이/신은진]
    "소주보다도 마시기가 편해서 좋아요."
    "숙취도 많이 없어요."

    이 맥주 카페에서는 생 과즙이 들어간 과일 맥주가 하루에 많게는 3백 잔이 넘게 팔리고 있습니다.

    [이지환/맥주 카페 점장]
    "일반적인 맥주는 심심하고 재미가 없으니까…"

    대형마트에서도 위스키의 판매는 줄어든 반면 도수가 낮은 칵테일용 술의 경우는 최근 1년 사이 40퍼센트 이상 늘었습니다.

    이같은 변화에 한 주류업체는 순한 맛을 강조한 새로운 디자인의 위스키를 내놨고, 집이나 야외에서 손쉽게 마실 수 있는 칵테일 제품도 등장했습니다.

    [김연수 과장/위스키 업체 관계자]
    "마시기 편한 쪽으로 많이 집중을 해서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술을 만들었습니다."

    일찌감치 도수 낮추기 경쟁을 벌이던 맥주와 소주 업체들도 좀 더 낮은 도수의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알콜 도수가 낮은 술이 인기를 끄는 현상은 주류업계도 환영할 일이라고 합니다.

    유선경 아나운서, 왜 그런지 설명해주시죠.

    ◀ 유선경 아나운서 ▶

    일단 알코올이 덜 들어간 술이 많이 팔리면 주류 회사는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희석식 소주는 고농도 에틸알코올인 '주정'을 물에 타는 방식으로 제조하는데요.

    업계에서는 알코올 도수를 1도 낮추면 병당 10원 정도의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알콜 도수가 내려가면 소비량도 증가하게 되는데요,

    기존 소주보다 순한 술은 같은 양을 마셔도 덜 취하기 때문에 실제 판매량은 늘어난다는 겁니다.

    실제로 20도로 도수를 낮춘 소주가 인기를 끌던 지난 2007년엔, 전년도에 비해 소주 출고량이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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