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앞서 시내버스 보복 운전 사건을 보도해 드렸는데요.
이처럼 보복운전을 했다 뒤늦게 경찰에 적발되는 일이 최근 늘고 있습니다.
바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경찰 수사에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먼저 영상에 고스란히 담긴 보복운전의 실태를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아파트 주차장까지 따라와 보복운전]
깜빡이는 켰지만 갑작스럽게 끼어든 승용차를 택시가 쫓아가기 시작합니다.
승용차가 차로를 바꾸려고 하자 경적을 울리며 방해하고, 집 근처 이면도로까지 따라와 승용차를 한쪽 구석으로 밀어붙이며 위협했습니다.
보복 운전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은 택시 운전기사는 피해자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까지 쫓아와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보복운전이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차선을 양보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대차에게 삼단봉을 휘두른 사건.
"내려, 내려 이 XX놈아"
피해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가해자는 구속됐습니다.
폭언이나 손가락 욕은 다반사.
[보복운전 가해자]
"그 따위로 운전하지 마. 이 XXX 없는 XXX아. 블랙박스 다 있어."
1m 길이의 각목으로 위협하는가 하면, 뒤차를 향해 막걸리병 등을 던지는 운전자도 있습니다.
이 모든 장면이 차량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녹화됐습니다.
◀ 앵커 ▶
보복운전이 사고로 이어질 경우 당연히 처벌 대상이 됩니다.
또 실제로 사고가 나지는 않더라도 협박이나 위협만 가해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요,
보복운전이 기승을 부리면서, 보복운전을 처벌하는 규정도 속속 마련되고 있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 어떤 운전 행태가 처벌 대상인지 경찰이 이번에 유형을 정리했다고요?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6가지 유형인데요.
갑자기 상대 차량의 앞으로 끼어들어 진로를 가로막는다거나 고의적으로 급제동을 하는 행위, 중앙선이나 갓길로 차량을 밀어내는 행위, 또 지그재그 운전을 하는 등 고의로 진로를 방해하는 행위, 차에서 내려 폭언 등을 하면서 공포감을 조성하는 행위가 포함됩니다.
이런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운전자가 다치거나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3년 이상의 징역, 차량을 파손했거나 협박할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 앵커 ▶
이처럼 보복 운전에 대한 적발이나 또 처벌이 가능해진 건,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데에도, 블랙박스 영상이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29일.
누군가가 출근 중이던 여성에게 공기총으로 납탄을 쏘고 달아났습니다.
이 여성은 납탄이 얼굴에 박혀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해결한 건 사건 현장 근처에 주차돼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사건 직후 신호를 위반하며 달아나던 범인의 차량이 블랙박스에 촬영됐고, 결국 가해자는 살인 미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지난 4월 목포에서는 화물차 운전기사 43살 박 모 씨가 선적 작업을 하던 도중 화물이 추락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단순 사고로 마무리될 뻔했던 이 사건은 그러나 유족들이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 덕분에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항운노조 관계자들이 박씨가 혼자 사고를 당한 것으로 현장을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겁니다.
뇌물을 받고 청탁을 들어준 한 세무공무원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얘기한 전화 통화 내용이 택시의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녹음되면서 덜미가 잡히기도 했습니다.
차량 블랙박스가 범인 검거에 활발하게 이용되면서, 자치 단체와 경찰도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주민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해 범죄 예방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이처럼 블랙박스를 이용한 교통사고나 범죄 현장의 포착이 가능하게 된 것은, 그만큼 블랙박스를 단 차량이 많아졌다는 얘기겠죠.
자세한 내용, 김대호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전국적으로 블랙박스가 설치된 자동차는 450만대 정도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차량 대수가 2천만대 정도라고 하면, 도로에 운행 중인 차량 다섯 대 중 한 대꼴로 블랙박스가 설치된 셈인데요.
특히, 택시 등에 블랙박스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또 자동차 보험을 가입할 때도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 등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차량 블랙박스가 이렇게 많다 보니, 길을 걷다가도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찍히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한 번쯤은 해 보셨을 텐데요.
블랙박스 촬영과 관련된 통계는 없지만, 폐쇄회로 TV, 즉 CCTV의 설치 현황을 보면 블랙박스 상황도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설치된 CCTV 대수는 차량 블랙박스보다는 약간 적은 400만대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수도권 시민이 CCTV에 노출되는 횟수가 하루 평균 83차례에 달한다고 합니다.
움직이는 CCTV인 차량 블랙박스까지 포함하면 수도권 시민들은 하루에 2백 번 정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촬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 앵커 ▶
그런데 차량 블랙박스 영상 때문에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을 조작하는 일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블랙박스 영상을 잘못된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막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관련 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길거리에서 낯뜨거운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인, 남의 차량 위에 올라가 앉아있는 취객, 차량용 블랙박스로 촬영된 영상으로 인터넷에서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한낮에 모텔을 드나드는 차량의 종류와 번호판도 선명하게 잡히고 유흥가에서는 술에 만취해 몸을 못 가누는 남성, 한밤중에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촬영됐습니다.
블랙박스 설치와 운영이 모두 자율이고, 동영상을 유출하더라도 누가 어떤 목적으로 했는지 알 수 없고, 제재할 방법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CCTV 대신 블랙박스로 직원들의 근무태도를 감시한 업체 6곳이 국가인권위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 5인조 남성 그룹이 차량 안에서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등의 장면이 담긴 렌터카 블랙박스 영상이 유출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블랙박스 영상을 조작하더라도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블랙박스 영상, 조작도 가능]
보안 전문가에게 블랙박스 영상 조작이 가능한지 실험을 의뢰했습니다.
멀쩡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신호등 색깔을 바꾸니 무단 횡단이 됩니다.
정지선을 넘어선 차량은 정지선 위치를 옮기면 법규 위반이나 사고 책임을 피할 수 있습니다.
차량 번호판도 다른 숫자로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김형중 교수/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국과수를 보내도 위, 변조를 다 찾아내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사고 현장에서 영상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이런 부작용이 늘면서 블랙박스 설치나 촬영과 관련한 법률과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었던 CCTV의 경우에는, 설치 목적과 설치 장소, 안내판 설치, 음성 녹음 금지 등의 내용이 개인정보 보호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블랙박스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촬영 영상에 개인 영상 정보가 포함됐을 경우에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블랙박스 등록제가 검토되고 있는데요.
차량 블랙박스를 설치할 때 공공기관 등에 등록하게 하고, 설치했다는 사실을 스티커나 안내판 등 차량 앞뒤에 부착하자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개인들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건전한 목적으로만 활용하도록 권유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블랙박스 450만 시대…범죄 예방 vs 사생활 침해 논란
[이브닝 이슈] 블랙박스 450만 시대…범죄 예방 vs 사생활 침해 논란
입력
2015-06-03 18:02
|
수정 2015-06-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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