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최근 용산에서 한 아파트 유리창을 향해 쇠구슬을 무차별적으로 발사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새총으로 쏜 쇠구슬은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힐 정도로 위력적이었습니다.
먼저 전예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아파트 창문에 작은 구슬 크기의 자국이 나 있습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아파트 유리창에 쇠구슬을 쏜 혐의로 47살 정 모 씨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정 씨는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 새총으로 8mm 쇠구슬 16발을 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정 씨가 쏜 쇠구슬로 해당 아파트 3층부터 9층까지 8가구의 유리창이 깨져 경찰 추산 9백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경찰은 쇠구슬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원에 감정을 의뢰하고, 유리창이 부서진 모양과 각도 등을 분석해 쇠구슬 발사 장소를 추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조사에서 정 씨는 새총으로 막걸리병에 사격연습을 했지만, 피해 아파트에 사격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취미생활로 인터넷 새총 카페에 가입해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사격연습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범행도구인 새총과 쇠구슬 등을 압수하고, 정 씨가 활동 중인 인터넷 새총 카페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방침입니다.
MBC뉴스 전예지입니다.
◀ 앵커 ▶
그런데 난데없이 쇠구슬이 날아들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최근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버스 정류장이나 자동차 유리창이 갑자기 파손되기도 하는데요.
관련 보도 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새총으로 유리창 박살]
야심한 시각, 택시 한 대가 지나가자, 버스정류장 안쪽 유리벽에 금이 갑니다.
누군가 작은 쇠구슬을 쏜 겁니다.
[양주시청 관계자]
"쇠구슬 같은 걸로 동그랗게 자국이 나 있었고요. 나선형태로 금이 다 가 있었어요."
직선도로에서 무려 14곳의 유리벽이 깨진 것을 비롯해 경기 북부지역 버스 정류장 51곳의 유리벽이 파손됐습니다.
경찰이 CCTV를 분석해 추적한 결과, 용의자는 개인택시 운전자 41살 정 모 씨로 드러났습니다.
정씨는 택시를 더럽히는 새를 잡으려고 새총을 샀는데, 성능 검사를 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총을 쐈다고 말했습니다.
[정선호/양주경찰서 강력팀]
"새총의 위력도 궁금하고 그래서 처음 버스정류장에 한두 번 쏴보게 된 것이 시작이 됐고, 그 뒤로는 재미가 붙은 것 같습니다."
[쇠구슬 새총으로 차량털이]
한 남성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세워진 차량 주변을 서성이더니, 손전등으로 차 내부를 들여다봅니다.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승용차 보조석 유리창을 향해 무언가를 쏩니다.
유리창을 깨는 데 사용한 건 다름 아닌 쇠구슬 새총이었습니다.
23살 손 모 씨는 새총으로 경기도 수원과 안양 일대 아파트에 주차된 차량 38대의 유리창을 깬 뒤, 안에 있던 현금과 노트북 등 천4백만 원어치의 금품을 훔쳤습니다.
[손 모 씨/차량털이 피의자]
"아르바이트하다가 그만뒀는데 딱히 먹을 게 없어서 하게 됐습니다."
[수능 스트레스에 '쇠구슬 테러']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
유리창에 구슬 모양의 구멍이 뚫리고 거미줄처럼 금이 갔습니다.
이웃집 거실의 대형 유리창도 난데없이 날아온 쇠구슬에 맞아 깨졌습니다.
[피해 주민]
"불안하죠. 피해를 입은 사람은 피해를 입어서 불안하지만, 안 입은 집은 혹시나 우리 집이 맞지는 않을까…"
범행이 시작된 지 다섯 달 만에 경찰에 잡힌 피의자는 이웃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생.
대입 시험은 다가오는데 성적은 오르지 않자 새총을 사서 쇠구슬을 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것입니다.
[이희규 경감/경기 남양주경찰서]
"범행 동기는 성적 스트레스 해소로 사용을 하였고…"
◀ 앵커 ▶
새총뿐 아니라 어린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 총도 개조하면 위협적인 무기로 바뀌기도 하는데요.
장난삼아 쏘기에는 파괴력이 너무 강했습니다.
지금 확인해 보시죠.
◀ 리포트 ▶
경기도 파주의 야산.
진짜 총과 비슷하게 생긴 장난감 총이 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서바이벌 게임 동호회원들이 쓰는 일명 비비탄 총입니다.
하지만 모두 불법 총기들로, 시중에서 파는 비비탄 총에서 위력을 제어하는 부품을 떼어내 파괴력을 높였습니다.
개조한 총에 쇠구슬을 넣어 직접 쏴보겠습니다.
차량 유리를 깰 정도로 위력이 강합니다.
개조한 비비탄 총의 위력은 현행 단속 기준인 0.02 킬로그램의 최대 11배를 넘었습니다.
[김대환 팀장/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불법 개조된 모의 총포에 쇠구슬을 넣어 발사할 경우 인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서바이벌 게임이나 완구용으로 일본과 대만에서 수입된 총기류입니다.
장난감이라지만, 겉모양이나 크기가 실제 총과 거의 흡사합니다.
형광등 대여섯 개가 우수수 깨져나갑니다.
알루미늄 캔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유리는 산산조각납니다.
장난감 총의 플라스틱 부품을 모두 금속 부품으로 바꿔 관통력을 서너 배 이상 높였습니다.
◀ 앵커 ▶
이런 장난감의 파괴력은 점점 커져 인명 피해까지 일으키고 있습니다.
새총 등은 별다른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어 단속이 쉽지 않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새총은 총기, 도검 등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현행법상 관련 규제가 없습니다.
따라서 새총과 쇠구슬은 인터넷으로 자유롭게 팔고 살 수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중구의 한 고층 건물 유리창에 쇠구슬을 쏴 깨뜨린 20대 남성은 인터넷에서 산 새총과 쇠구슬을 시험해보려고 맞은편 건물에서 발사했다가 붙잡혔습니다.
쇠구슬을 발사해 피해를 입혔다면 장난삼아 저지른 일이라고 해도 엄연한 범죄행위입니다.
따라서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데요.
지난 2012년 4월, 35살 심모씨는 서울 강남과 인천 일대에서 비비탄 권총에 지름 6밀리미터짜리 쇠구슬을 넣어 자동차나 가게 유리창을 향해 130여 차례 발사하다 붙잡혔는데.
경찰 조사에서 심 씨는 심심해서 그랬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 중앙 지방법원은 심 씨의 범행 수법과 횟수, 위험성을 비춰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이번에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장난감 비비탄총을 살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비비탄 총이 나이에 따라 판매가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8살부터 13살까지 사용할 수 있는 어린이용과 14살부터 19살까지 구매할 수 있는 청소년용, 또 20살 이상이 쓸 수 있는 성인용으로 구분되는데요.
연령 기준을 어겨서 판매할 경우, 최고 5백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문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건데요,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소비자원이 접수한 비비탄 총으로 인한 안전사고 87건 중 절반이 넘는 59%가
일곱살 이하의 어린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쇠구슬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비비탄도 이른바 '묻지마'범죄에 악용되곤 하는데요.
관련 보도내용,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노원구의 한 도로.
신호대기 중인 택시 기사에게 갑자기 비비탄이 날아들었습니다.
"뭐야 이거. 뭐 하는 거야"
옆을 지나던 흰색 승용차에서 발사된 것을 직감한 기사는 곧바로 경적을 울리며 쫓아갔지만 결국 곡예운전을 하며 내빼는 차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김 모 씨/택시 기사]
"딱 소리 나면서 BB탄을 귀 뒤쪽에 맞았거든요. 운전자하고 눈이 마주쳤는데, 빙긋 웃으면서 막 도망을 가는 거예요."
달아난 흰색 차 운전자는 15분 뒤,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에게도 비비탄을 쏴 놀라게 했습니다.
다음날에도 운전 중에 행인에게 비비탄을 쏘는 등 피해를 입혔습니다.
비록 장난감 총알이라지만 비비탄을 5미터 이내에서 쏘면 음료 캔과 A4용지 5장이 뚫릴 정도, 충분히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충격입니다.
[양호석 팀장/서울 노원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운전자에게 BB탄을 발사 시 차량 운전자가 놀라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조작해서 사고가 날 우려가 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 분석 끝에 18살 김 모 군을 용의자로 붙잡았습니다.
미성년자인 김 군은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도용해 빌린 차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앵커 ▶
안전한 곳이 아닌 데서 쇠구슬을 발사했을 때 주변에 있는 사람이 다치거나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요.
왜 이같은 사고나 범죄가 빈번한 걸까요?
쇠구슬 테러를 행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에 대해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 리포트 ▶
Q. 쇠구슬 테러 심리는?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왜곡된 형태의 자극 추구, 흥미 추구입니다. 바꿔 얘기하면 재미로 하는 것인데요.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 또 상대방이 상당히 불편해 하는 것을 통해서 희열감과 흥미를 느끼는 최근에 잘못된 현대인들의 한 병폐적 현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Q. 새총·불법 개조 총포의 문제점은?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사용되는 도구 자체가 정식의 총이라던가 흉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엄청난 범죄가 아닐 수 있다고 하는 잘못된 판단을 갖고 있는 것 같고요. 더군다나 자기의 편리함에 따라서 맞춤형으로 개작, 변작을 하고 동기 자체도 하나의 흥미, 또는 자극 추구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평가됩니다."
Q. 모의 총기류의 관리는?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사실은 새총이라던가 기타 개작, 변작을 본인이 원하면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행정적으로 제지하는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총기에 대한 외형적인 관리보다 이것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흥미를 느끼는 것에 대한 해결책, 바꿔 얘기하면 제도적인 프로젝트에 몰입할 수 있는 사회적 방안이 이것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쇠구슬 테러를 재미삼아?…규제 어려워 범죄 빈번
[이브닝 이슈] 쇠구슬 테러를 재미삼아?…규제 어려워 범죄 빈번
입력
2015-06-16 18:04
|
수정 2015-06-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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