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한때 옥수수기름으로 만든 '마가린'은 식물성이라 동물성 지방인 버터보다 건강에 좋은 것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보건당국과 식품업계의 공공의 적이 됐습니다.
미국의 식품의약국 FDA가 마가린 같은 트랜스 지방을 식품 원료에서 완전히 퇴출하기로 최종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미국 식품의약국, FDA가 건강에 해롭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트랜스 지방을 식품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마가린과 쇼트닝, 그리고 이를 이용해 만든 마요네즈나 케이크, 빵과 과자, 팝콘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는데요.
단, 식품업체들이 다른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3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트랜스 지방은 나쁜 콜레스테롤의 혈중 수치는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감소시켜,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랜스지방 사용을 중지할 경우, 미국에서만 한 해 2만 명에 달하는 심장 마비 환자가 줄어들고, 7천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식료품 제조협회는 제한적으로 트랜스 지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을 FDA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 앵커 ▶
미국의 보건당국이 마가린 같은 트랜스 지방을 아예 퇴출하기로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60녀 동안 이 문제와 씨름해 온 올해 100살의 과학자가 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은 뉴욕에서 이언주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미국 일리노이 대학 연구실, 올해 백 살의 프레드 커머로우 교수가 휠체어를 탄 채 실험에 열심입니다.
60년 전 한 지역 병원의 의뢰로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환자들을 조사했던 그는 이들의 혈관에서 공통적으로 트랜스 지방을 발견하고, 트랜스지방 금지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레드 커머로우/미국 일리노이대 교수]
"혈관 조직을 조사했는데, 트랜스 지방이 14%나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품업계도 정부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커머로우 교수는 2009년 FDA에 트랜스 지방 사용 금지 청원서를 내며 직접 행동에 들어갔고 2013년에는 FDA와 보건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결국 그는 FDA를 움직였습니다.
[프레드 커머로우/미국 일리노이대 교수]
"상상도 못할 정도의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과학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FDA는 트랜스 지방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식품업계가 앞으로 20년간 감당해야 할 비용은 7조 원이지만, 의료비 절감 등으로 얻는 효과는 145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올가을 백 한 살이 되는 노 교수는 트랜스 지방 퇴출에 만족하지 않고 튀긴 지방이 신진대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계속 연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뉴욕에서 MBC뉴스 이언주 특파원입니다.
◀ 앵커 ▶
이 시간에는 이번에 퇴출 결정이 내려진 트랜스 지방이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이고 왜 인체에 유해하다고 하는지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김대호 아나운서가 설명해 드립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서양요리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지방은, 보통 우유의 지방 성분으로 만들어진 버터, 또 돼지기름인 '라드'였습니다.
하지만 버터와 라드는 가격도 비싸고, 동물성 지방이어서 오래 보관하기가 힘든데요.
그래서 개발된 게 바로 버터 대용물질로 알려진 '마가린'과, 튀김용으로 많이 쓰이는 '쇼트닝'등 트랜스 지방입니다.
트랜스지방은 식물성 기름으로 만들지만 액체 상태인 식물성 기름과 달리 상온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합니다.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해 고체상태로 인위적으로 바꿔서 부분 경화유'라고도 불립니다.
옥수수기름처럼 싼 식물성 기름으로 만들다 보니 가격이 저렴하고 고체상태여서 보관기간도 길죠.
또 식품의 모양을 단단하게 잡아주고, 식감과 풍미까지 높여주면서, 도넛과 과자, 팝콘과 감자튀김, 또 커피에 들어가는 크림 등에 많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는데요,
혈중 콜레스테롤 중에 체내에서 분해되거나 배출되지 않고 혈관벽에 축적되는 나쁜 콜레스테롤이 있는데요.
바로 '저밀도 지질 단백질' LDL입니다.
이 나쁜 콜레스테롤은 혈관벽을 좁아지게 만들기 때문에, 고혈압과 동맥경화, 또 심근경색 등 다양한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앞서 살펴본 트랜스 지방이 이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트랜스지방의 섭취를 하루 섭취 열량의 1% 미만, 즉, 성인은 하루 2.2g, 어린이는 1.8g 이하로 제한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마가린 등 트랜스지방을 쓰지 않는 제품들이 일반적이 되어 가고 있는데요.
식품의 경우, 100그램당 0.2g 이하, 과자는 30g당 0.2g 이하면 '트랜스지방 제로' 식품으로 표기해 판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트랜스지방 섭취 실태는 어느 정도일까요?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강제헌 교수/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도 트랜스 지방의 함량을 표시하는 제도를 상당히 일찍 시작한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제조회사들이 제도 시행 이후에 함량을 대폭 줄인 상태입니다. 미국에서 선제적으로 이런 트랜스 지방의 판매 금지에 준하는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같은 수순을 밟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그렇다면 마가린이나 쇼트닝 대신, 식용유 같은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면 트랜스 지방의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트랜스지방은 식용유 같은 식물성 기름을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지나치게 고온에서 가열할 때, 또 식물성 기름으로 튀긴 음식을 오래 보관할 때도 생기는데요.
즉, 가정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는 가급적 발연점이 높은 식물성 기름을 쓰되 한 번 사용하면 버리고, 튀긴 음식은 즉시 먹는 것이 좋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앞서 들으신 것처럼 콜레스테롤이라고 해서 모두 나쁜 건 다 아니죠.
미국 보건당국은 콜레스테롤의 위험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면서 40년 만에 위험 경과를 풀기도 했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방의 일종인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쌓여 혈관을 막히게 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콜레스테롤 먹는 양이 하루 300mg 이하로 정해져 있는데 달걀 하나만 먹어도 그 양을 넘습니다.
의학계 일부에선 이 기준이 과한 것은 물론 일정량의 콜레스테롤 섭취가 건강을 해치진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졌습니다.
이에 미국 보건부의 자문기구인 식사지침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미국인 식사지침에서 "콜레스테롤 위험 경고"를 40년 만에 없애기로 결정했습니다.
"건강한 성인이 아침 식사로 달걀프라이를 한 개 먹어도 몸속 콜레스테롤 농도가 크게 높아지거나 심장질환 위험이 커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의학계는 "이번 결정이 음식과 콜레스테롤의 관계에 대한 것으로 건강한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얘기이고 과도한 콜레스테롤은 여전히 위험하다"고 조언합니다.
[심경원 교수/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혈관질환의 가족력, 또 본인의 기왕력이 없어야 하고,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 같은 성인병이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일부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성급하게 결정한 게 아니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새로운 식사 지침서는 올 하반기 중 나올 예정입니다.
◀ 앵커 ▶
그럼 지방 섭취에 대해서 우리 시민들은 평소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을까요?
저희 취재진이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박정자(68)]
"아무래도 살찌면 안되니까. 또 그것도 그렇고 혈압도 있어요, 제가. 콩 종류로 단백질 주로 섭취를 하는 편이고요."
[이영철(42)]
"우유도 보면 저지방이 많잖아요. 그래서 저지방 우유 많이 챙겨 먹고요."
[김미진(33)]
"다이어트를 많이 하기 위해서 기름진 것보다는 야채(를 먹는다든지) 튀김류 이런 것들은 좀 안 먹고…."
◀ 앵커 ▶
식물성 지방은 몸에 좋고 동물성지 방은 몸에 나쁘다는 것도 많이 알려져 있는 건강상식 중의 하나죠.
동물성 지방에 많이 함유돼 있는 포화지방이 심장병과 성인병을 일으킨다는 건데 실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합니다.
무슨 얘기인지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 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구운 고기가 식은 뒤에 허옇게 드러나는 기름이 바로 '포화지방'입니다.
일반적으로 육류의 '포화지방'이 총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켜 심장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지난 2013년 < 아심 말로트라 > 라는 한 의사가 심근 경색 환자들을 조사해 봤더니, 전체의 75%는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총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장병과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얘기인 거죠.
특히 포화지방의 섭취를 아무리 줄여도 심장병과 직접 연관되는 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연구결과는 또 있습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 라지브 초우두리 > 박사팀이 지방섭취와 심혈관계 질환은 다룬 논문 78건을 분석했더니 동물성 식품에 든 포화지방을 많이 먹어도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은 높아지지 않았고, 특히 유제품 속에 든 포화지방은 심혈관 질환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불포화지방'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도 많이 알려져 있죠.
뇌 건강에 도움을 주는 DHA 나 EPA는 대표적인 불포화지방에 속하는데, 등푸른생선에 많은 동물성 지방입니다.
오메가 쓰리 역시, 생선에 많이 함유돼 있는데요, 그런데 불포화지방은 식물성 기름에도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들기름'에는 오메가 쓰리, 또 '포도씨유' 와 '옥수수유'에는 오메가 식스, '올리브유'와 '참기름'은 오메가 나인의 함량이 높은데, 각각 콜레스테롤 감소와 노화예방 등에 도움을 줍니다.
내용을 종합해 보면, 결국 심장병과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범은 따로 있다는 건데요.
보도내용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지방 안 먹기 열풍이 분 지난 30년간 미국의 식품회사들은 앞다퉈 저지방 식품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비만율은 두 배로 급증했습니다.
저지방 식품이 맛이 떨어지자 대신 설탕을 넣었고, 과다한 당분섭취가 몸속에서 내장지방 등으로 바뀌어 쌓였다는 얘기입니다.
비만과 심장병의 주범은 따로 있다는 주장입니다.
[아심 말로트라 박사/영국의학저널 기고]
"나타나는 증거들을 봤을 때 포화지방을 설탕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신진대사 증후군에 잠재적으로 더 해롭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방은 억울한 악명을 뒤집어썼고, 그 빈자리를 성인병의 주범인 설탕이 차지했다는 이 도발적 주장은 서구언론을 통해 자세히 소개되고 있습니다.
◀ 앵커 ▶
그렇다면 지방을 어떻게 섭취하는 게 똑똑한 방법일까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지방 섭취법 알아보겠습니다.
전문가의 설명 들어보시죠.
[강재헌/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
"(올바른 지방 섭취 방법은?) 지방은 몸의 에너지원이고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에도 도움을 줍니다. 그 이외에도 호르몬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고, 뇌를 비롯한 신체 장기의 유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지방 중에도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그런 지방은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오히려 권장이 됩니다. 포화지방이 들어 있는 육류를 섭취할 때는 쌈 채소나 기타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방법으로 문제점을 많이 줄일 수가 있습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美 FDA '트랜스지방 퇴출' 최종 결정
[이브닝 이슈] 美 FDA '트랜스지방 퇴출' 최종 결정
입력
2015-06-18 18:00
|
수정 2015-06-1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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