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서울 한복판에서 호화 백화점이 송두리째 무너져내린 참사를 기억하십니까?
20년 전 바로 오늘, 그러니까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은 눈 깜짝 사이 무너지면서 무려 5백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요,
고도성장의 그늘에 가려 안전 불감증에 빠진 우리 사회에 슬픔과 충격을 안겨줬던 당시 사고 현장으로 함께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전쟁을 방불케 하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목격자]
"5층이 뻥하면서 터지면서요. 뿌옇게 연기가 덮인 다음에 와르르 완전히 무너져 내렸어요."
장보러 백화점에 들어간 어머니를 부르다 어린 아들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엄마"
"갑자기 쿵 소리가 나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일어섰습니다. 도망가라 그때부터 도망가면서…"
"돌이 다 날아가고 매대가 다 엎어지고 사람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불었거든요."
삼풍사고는 건국 이래 최대의 참사로 아픈 역사로 기록됐습니다.
[사망 502명, 부상 937명 실종 6명 ]
◀ 앵커 ▶
지상 5층, 지하 4층짜리 백화점 건물 한 동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면서 당시 5백여 명이 숨졌고, 천명 가까이 다쳤습니다.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 전 오늘, 어떻게 해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 다시 짚어봅니다.
김대호 아나운서, 전해주시죠.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지난 1989년에 개장한 삼풍백화점은 A동과 B동으로 이뤄진 대형 백화점이었습니다.
당시 고가의 수입품 위주로 진열을 해서 매출액 기준, 업계 1위에 자리매김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완공된 지 불과 6년 만에 A동 건물이 완전히 내려앉으면서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습니다.
이같은 대형 참사가 어떻게 발생했을까요?
건물 붕괴의 원인은 바로 설계 변경과 부실시공이었습니다.
삼풍백화점은 당초 일반 상가로 설계됐었습니다.
4층 높이였는데, 설계와 달리 한 층을 무단으로 더 증축했습니다.
또 일부 기둥을 없앴고, 나머지 기둥들도 기준보다 굵기를 줄여 공사했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며칠 전부터 이상 조짐이 보였지만, 대피 명령은 없었는데요, 관련 영상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붕괴 며칠 전부터 벽에 금이 가고, 천장에서 시멘트 가루가 떨어졌지만, 영업은 계속됐습니다.
[이한창 당시 삼풍백화점 전무]
"5층 옥상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그랬더니 천장이 약간 침하가 된 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백화점 고객]
"일식집에서 그쪽 화장실까지 가는데, 한 50m인데 그쪽 바닥에 물이 많이 고여 있었거든요. 이상이 있느냐, 이상이 있다. 그 소리까진 들었습니다."
사고 당일 오전, 5층 식당가
[당시 5층 음식점 사장]
"오전 9시부터 조짐이 있었습니다. 제가 집에 있을 때 오전 9시부터 직원들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바닥에 돌출 부분이 2m 생겼고 천장이 조금 내려왔다, 빨리 와서 봐라."
이 상황은 당시 회사 중역들에게 보고가 됐습니다.
[당시 5층 음식점 사장]
"콘크리트를 뜯어냈는데 그 바닥에 상무님이 하시는 말이 '철근이 없네' 그런 소리예요. 철근이 없다는 거예요."
공사 감리자는 침하 현상과 함께 붕괴가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다급해진 시설부 직원들은 회사 책임자인 사장에게 대피를 건의했지만, 묵살 당했습니다.
사고 직전, 건물이 기울기 시작하자 임원들은 백화점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고 이준 당시 삼풍백화점 회장]
"무너진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손님들에게도 피해도 가지만 우리 회사의 재산도 망가지는 거야 그랬을 적에 댁이면 어떻게 하겠어요."
◀ 앵커 ▶
처참한 붕괴사고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간혹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이들의 기적적인 생환소식이 간혹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온 국민은 한 명이라도 추가 생존자가 나오길 매일 두 손을 모으며 함께 기원했는데요,
그때 그 장면들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52시간 만에 환경미화원 24명 구조]
"지금 한 생존자의 모습이 화면에 잡히고 있는데요."
"24명의 생존자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52시간을 죽음과의 싸움을 벌이며 견뎌왔던 것입니다."
[붕괴 11일 만에 구조]
최 군이 발견된 지 1시간 40분이 지난 시각, 매몰 현장 지상 위로 최명석군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253시간 만에 구조]
매몰 13일 253시간 만에 저승에서 다시 빠져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유지환 양은 잠시 얼굴을 가린 수건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매몰 17일 만에 기적의 생환]
가느다란 빗방울이 흩날리는 주말 오전 10시 55분, 누구도 믿지 못했던 기적이 그 시간 땅속에서 열렸습니다.
17일 377시간, 박승현 양의 고독하고 긴 시간이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 앵커 ▶
20년 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아직도 당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브닝뉴스 취재팀은 오늘 삼풍백화점 희생자들의 유족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 리포트 ▶
삼풍백화점 참사 희생자들의 위령탑이 세워져 있는 양재동 시민의 숲.
20년 전 어렵게 박사 논문을 제출한 뒤 학자의 꿈을 좇다,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한 동생이 눈에 밟혀 누나는 해마다 꽃다발을 챙겨 이곳을 찾았습니다.
[박성순 (65)/고 박준규 누나]
"여기는 해마다 나와요. 지금 20년 동안 이제 해마다 계속 나왔고 내가 건강할 동안에는 늘 나오고. 다른 유족들이 왔는데 우리 애 유족이 안 왔다. 꽃바구니 하나 꽃다발 하나 없으면 서운할 거 같아서 꼭 챙겨서 내가 건강할 동안에는 꼭 오려고 해요. "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참사, 지금도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박성순 (65)/고 박준규 누나]
"무너져 가지고 폭탄 맞은 것처럼 말도 못하죠. 어떻게 그렇게 그런 건물이 무너지게 지었는지지금도 생각이 믿어지지가 않아요."
당시 5백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자리엔 대형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선지 오래입니다.
[연규찬/73살]
"퇴근하다 이제 한 여섯 시인가 그 사이에 사고가 나서 혹시 우리 집안 식구가 또 불행을 당하지 않았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
[김주호]
"글쎄 벌써 20주년이 됐는지는 제가 모르겠는데…. 흔적은 거의 없게 도시가 새롭게 정비가 됐는데 사실은 뭐 그 이면에 숨어있는 우리 과거를 잊지 않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20년 전, 사고 현장에서 자원 봉사에 나섰던 할머니는 처참했던 현장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김춘자/자원봉사자]
"지금 이렇게 생각하면은…어떻게 했는지 참 지금 생각하면 마음도 안 좋고 내가 그래서 왜 그냥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이거를 시작하려고 하나. 내가 그런 생각도 했어요, 했는데…정말 그냥 그럴 때는 힘든 줄을 몰랐어요."
당시 사고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했던 소방관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간발의 차이로 구하지 못했던 희생자가 떠올라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경광숙/사고 당시 소방관]
"무전을 듣고 거기를 갔더니 목소리가 굉장히 가냘프게 들리는 젊은 여자분이었는데 1미터 정도를 파고 들어가서 얘기를 하는데 그분 얘기가 더 이상 못살 것 같아요 하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근데 거기까지가 그분하고 저하고의 마지막 그 어떤 대화였던 것 같아요."
◀ 앵커 ▶
삼풍백화점이 붕괴 조짐을 보였을 때, 대피 명령만 제때 내려졌어도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요.
고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영진이 마지막 순간, 몰래 건물을 빠져나왔다는 점에서 최근 발생했던 세월호 사고를 떠오르게 합니다.
안전 규정만 지켰어도 피할 수 있었던 부끄러운 대형 인명 피해 사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
1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원인은 경찰 조사결과, 부실 공사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체육관 설계 시 건축사가 보조기둥의 볼트를 4개에서 2개로 변경했고, 건축구조기술사는 돈을 받고 시공업체에 도장을 맡겨 구조계산서 검토도 허술했습니다.
또 기둥을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잘 녹슬지 않는 고강도 몰타르로 시공해야 하지만 시멘트로 마감 처리했고, 부실 자재를 쓴 점도 확인됐습니다.
[배봉길 차장/경북지방경찰청]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은 설계, 시공, 감리상에 많은 문제점들이 내포된 부실공사였다는…"
리조트 측의 안전 관리도 소홀했습니다.
체육관 지붕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고, 안전점검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또 리조트 측이 적정인원보다 많은 학생을 수용해 사고 당시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판교 환기구 붕괴 사고]
문제의 환기구가 부실 시공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테두리 받침대를 콘크리트에 고정시키는 40곳 가운데 11곳의 용접이 불량했고, 2곳은 아예 너트를 끼우지도 않았습니다.
또 철제 지지대도 짧은 관을 용접해 붙였는데, 용접 또한 제대로 하지 않아 무게를 견디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부실하게 만들어진 환기구 위로 사람들이 올라가면서 철제 지지대와 받침대가 쉽게 휘어져 사고가 났다는 것입니다.
[노동렬/경기경찰청 계장]
"사람들의 하중에 의해서 부재(지지대)의 굽힘 변형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일부 부적절한 시공 형태가 보인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입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순식간에 '와르르' 삼풍 참사 20년…안전불감증 여전
[이브닝 이슈] 순식간에 '와르르' 삼풍 참사 20년…안전불감증 여전
입력
2015-06-29 17:34
|
수정 2015-06-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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