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어제 여야 의원 백 일흔 두 명이 사형제도를 폐지하자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최근 일본에선 잔인하게 살해당한 여성의 어머니가 범인의 사형을 탄원하는 서명 운동을 벌여, 결국 사형이 집행되기도 했습니다.
과연 사형 제도가 필요한지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이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새정치민주연합의 유인태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어제 사형 폐지에 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현재 최고형인 사형을 무기징역 등으로 감형하거나, 사면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하자는 건데요.
이번 법안에는 새누리당 의원 43명, 새정치민주연합 124명, 정의당 5명 등 모두 172명이 서명했습니다.
[유인태 의원/사형제 폐지법안 대표 발의]
"최근 정국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여야를 초월해 과반이 넘는 의원들이 뜻을 함께 해주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사형제도에 대해 두 차례 판결을 내렸는데, 지난 1996년과 2010년 모두 사형제도가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뉴스데스크 (2010년)]
"헌법재판소는 사형제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서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노희범 공보관 /헌법재판소 (2010년 당시)]
"사형이 다수의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 극악한 범죄에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7번째입니다.
◀ 앵커 ▶
현재 사형 제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국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가'로 분류되는데요.
상당 기간 사형 집행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형을 선고받은 죄수가 현재 60명에 이르는데요.
숫자로 보는 사형제도, 김대호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1997년-23명-0건>
1997, 이 숫자는 국내에서 사형이 마지막으로 집행됐던 연도입니다.
김영삼 정권 말기였던 지난 1997년 12월, 23명이 사형을 당했는데요,
이 이후 사형 집행은 없었습니다.
<'920명'>
이 숫자는 사형된 사람 숫자입니다.
많은 사람을 살해했던 조직폭력배, '지존파' 등 모두 920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10년'>
10, 10년은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는 기준입니다.
국제사면 위원회는 사형을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는 국가를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으로 보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죄수는 몇 명이나 될까요?
<'60'>
모두 60명입니다.
이 중 57명은 일반인 사형수이고, 3명은 국군 교도소에 수감 중인데요.
<24>
가장 오래 수감되어 있는 사형수는 원언식으로, 지금까지 24년간 사형수로 수감생활을 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사형수들이 대체 어떤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는지, 이들의 범죄 내역을 살펴보겠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사형수 최장기 수감자…당시 사건은?]
"순식간에 30평 정도의 예배당이 불길에 휩싸이자 신도들이 불길을 피해 2층에서 아래로 뛰어내리거나 뒤쪽 창문을 통해 빠져나갔으나 연단 앞쪽에 있던 신도 13명은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숨졌으며 26명은 2층에서 뛰어내리다가 중경상을 입었습니다.원 씨는 부인을 찾으러 갔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습니다."
[사형수 최고령 수감자…당시 사건은?]
"한달 새 20대 남녀 4명을 바다에 빠뜨려 죽인 70살 어부 오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키가 165cm도 채 되지 않는 왜소한 체격의 평범한 노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 배 위에서 오씨가 성추행범으로 돌변하자 상황은 달랐습니다.
오씨는 배에 오르려는 20대 남녀를 쇠붙이가 달린 어구로 찔러 떼어내는 잔혹함과 사체가 연이어 발견되는 와중에도 평소와 다름 없이 주꾸미 등을 잡아 시장에 파는 태연함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 가운데는 유영철과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도 포함돼 있는데요.
[뉴스데스크 (2004년)]
"지난해 말 연쇄적으로 발생했던 서울 강남구와 종로 일대 부유층 노인 피살 사건의 용의자가 붙잡혔습니다."
유영철은 지난 2003년 말부터 2004년까지, 부녀자와 노인 등 20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암매장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유영철 (2004년 당시)]
"이 계기로 여성들이 함부로 몸을 놀리거나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부유층들도 각성했으면 합니다."
끔찍한 연쇄살인은 몇 년 후 또 발생했는데요.
[뉴스데스크 (2009년)]
"지난 2년여 동안 군포와 수원 등 경기 서남부 지역을 공포로 몰아갔던 부녀자 연쇄 실종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군포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강호순.
2006년 9월부터 2년여 동안 부녀자 10명을 납치하고 살해한 혐의로 지난 2009년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 앵커 ▶
사형 제도는 지난 1999년 폐지 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래 계속해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영화계의 화두가 되기도 했는데요.
올해 초엔 사형제도의 존폐 여부를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 한 편이 개봉됐었죠.
영상으로 만나보겠습니다.
◀ 리포트 ▶
[영화 '살인의뢰']
우연히 잡은 뺑소니범이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드러나고, "마지막 피해자를 묻었다고 추정되는 개포동 인근의 야산에서"
마지막 피해자는 바로 형사의 여동생이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영화 '살인의뢰'에서는 사형제도가 있지만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교도소에 수감된 가해자를 향해 개인적인 복수를 꿈꾸는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형법 287조 미성년자 약취 유인죄"
"안녕하세요."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7번방의 선물'.
누명을 쓰고, 사형 집행까지 당하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그려졌습니다.
"잘못했어요. 선생님 미안해요. 살려주세요."
[영화 '집행자']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집행자'에서는 사형제도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십여 년 만에 사형을 집행하게 된 교도소, 교도관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이 교도소에서만 20년 살았어, 그런 놈을 꼭 이런 식으로 죽여야 되니?"
"죽이는 것이 아니고, 법을 집행하는 겁니다."
사형 집행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사형제도였는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앵커 ▶
사형제도가 필요한지 폐지해야 하는지 찬반양론이 팽팽합니다.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저희 취재진이 직접 물어봤습니다.
◀ 리포트 ▶
[김화산 (사형제도 찬성)]
"아무래도 무기징역보다는 사형제도가 더 엄중한 처벌인 것 같아서 범죄의 가능성도 많이 낮아질 것 같고."
[홍민주 (사형제도 찬성)]
"(살인범을) 국민들이 세금을 줘가면서 먹여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인권이랑 관련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한 거잖아요."
[한수희 (사형제도 찬성)]
"인권이라는 게 지켜져야 할 때가 있는 것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연쇄 살인범 등) 인권까지 지켜주면 뭔가 좀 안 맞지 않을까요."
[윤민경 (사형제도 반대)]
"사형제도가 있다고 해도 범죄가 줄어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그리고 사람의 인권이니까 그것도."
[김성중 (사형제도 반대)]
"사형제도가 인간의 기본 권리 생존권을 보장 하는 측면에서 반대 입장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고 있고요. (사형을 집행할 정도의 범죄자는) 무기징역이나 이런 쪽으로 처벌을 하는게 어떨까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앵커 ▶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될까요?
김대호 아나운서가 정리해 봤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전 세계 198개국 중 140개국이 법률상으로 또는, 실질적으로 사형을 폐지한 나라인데요.
우리나라도 이에 포함됩니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사형이 집행된 나라는 최소 22개국 이상인데요.
이 가운데 사형이 가장 많이 집행된 나라는 중국이었는데, 정확한 사형 집행 건수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2위는 289명의 사형수가 사형당한 이란이었습니다.
이어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라크 순이었습니다.
미국도 지난해 35명을 사형시켜 5위를 기록했습니다.
일본도 사형 집행국 중 하나죠.
일본에서는 얼마 전 30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남성이 사형됐습니다.
한 명을 살해한 살인범을 실제로 교수대에 세운 건 이례적인 일인데요.
피해자 여성의 어머니의 집념이 컸다고 합니다.
이 내용은 도쿄에서 이동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8년 전 일본 나고야시에서 귀가하던 31살 이소가이씨가 3인조 강도에 납치됐습니다.
범인은 범죄 사이트에서 만난 사이로, 현금 6만엔 55만 원을 빼앗은 뒤,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했습니다.
일본 법원은 피해자를 직접 숨지게 한 범인에게는 사형을, 자수한 나머지 2명은 살아서 죽는 날까지 반성하게 해달라는 호소를 받아들여 무기 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이소가이씨의 어머니는 법이 가해자를 보호한다며 분노했고, 사형수의 형 집행과 함께, 나머지 두 사람의 사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피해 여성 어머니]
"목숨으로 보상하지 않으면, 유족들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5년간 33만 명의 시민이 어머니의 호소에 응했고, 일본 정부는 사형 선고를 내린 지 6년 만인 지난달 살인범의 교수형을 집행했습니다.
[피해 여성 어머니]
"이제는 사건을 잊고 싶어하지 않을까요…딸도."
일본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이지만, 한 사람을 죽인 살인범을 교수대에 세운 것은 이례적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아베 정권 들어 사형이 집행된 사람은 모두 12명이며, 수감 중인 사형수는 129명입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이동애입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최근 미국에서도 사형제도 폐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죄수에게 독극물을 주사해 사형을 집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형수가 의식이 돌아오는 바람에 고통 속에 죽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연방대법원에서 이같은 방식이 문제가 없다고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는데요.
이 내용은 워싱턴에서 박범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미국의 독극물 주사 사형 집행장입니다.
사형수의 몸에 마취제를 주사해 의식을 잃게 한 뒤 전신 마비 약물과 심장을 멈추게 하는 약물을 차례로 주사해 사형을 집행합니다.
교수형이나 전기의자에 비해 사형수의 고통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오클라호마주의 사형수 클레이튼 라킷은 사형집행 당시 마취제로 쓰이는 미다졸람 주사를 맞고도 중간에 의식이 깨어나 고통 속에 숨졌습니다.
[사형참관인]
"몸부림치기 시작했고 베개에서 완전히 머리와 어깨를 들고 중얼거렸어요."
오하이오주의 사형수 데니스 맥과이어도 비슷하게 사형당했습니다.
[사형참관인]
"숨을 깊이 들이쉬면서 가슴이 들썩거렸고 목에서 소리가 났어요."
그러나 미국 연방대법원은 마취제로 쓰이는 미다졸람의 위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독극물 사형 방식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독극물 사형집행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판결과정에서 일부 대법관들이 사형제도 자체에 위헌소지가 있다고 밝혀 독극물 사형 논란은 사형제 폐지 논란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MBC뉴스 박범수입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존치냐 폐지냐' 사형제 또 논란…남은 사형수 누구?
[이브닝 이슈] '존치냐 폐지냐' 사형제 또 논란…남은 사형수 누구?
입력
2015-07-07 18:06
|
수정 2015-07-07 19:17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