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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햇살·바람이 빚은 천일염, '위생 논란' 왜?

[이브닝 이슈] 햇살·바람이 빚은 천일염, '위생 논란' 왜?
입력 2015-08-28 17:33 | 수정 2015-08-2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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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바닷물을 자연의 햇볕과 바람으로 말려 얻게 되는 소금을 '천일염'이라고 하죠.

    천일염은 미네랄 함량이 높아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한 음식 평론가가 '천일염 위생에 문제가 있다'고 밝히면서 때아닌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 이브닝 이슈에서는 이 논란에 대해 짚어볼 텐데요.

    먼저 천일염은 어떻게 생산되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 보호지역인 전남 신안군 갯벌 위에 펼쳐진 염전.

    뜨거운 햇볕과 바닷바람을 받은 염전에는 새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흰 옷에 위생모를 갖춘 인부들이 고무레로 조심스럽게 밀어내면 조금씩 소금 결정이 모여 하얗게 쌓입니다.

    수레에 담은 소금은 몇 시간 동안 간수를 빼낸 뒤 나무 창고로 옮겨져 숙성에 들어갑니다.

    [최신일/신안군 천일염 장인]
    "옛날 우리 어르신들이 소금을 묵혀서 먹으라 그랬는데 실제 저희가 해 보니까 어르신들 말씀이 맞더라고요. 소금이 정말로 맛이 순해지고…"

    ◀ 앵커 ▶

    이렇게 생산된 천일염은 나트륨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천 년대 들어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벗고 '건강 소금'으로 다시 태어났는데요.

    그럼 천일염은 다른 소금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차이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가 설명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먼저 천연 소금으로는 '천일염'과 '암염'이 있고, 가공 소금으로는 '정제염'과 '재제염'이 있는데요, 천일염은 앞서 보신 것처럼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들어내는 것이고, 암염은 소금광산을 캐서 만들어내는데, 과거에는 바다였던 곳이 지각변동으로
    육지가 되면서 소금 성분이 굳은 것입니다.

    천일염은 세계 소금 생산량의 35%, 암염이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제염은 바닷물을 기계 장치로 여과해 생산하는데, 주로 과자류나 가공 식품에 많이 사용하고요.

    여기에 인공감미료인 MSG를 섞은 소금을 '맛소금'이라고 합니다.

    '재제염'이란 것도 있는데요.

    '천일염'을 녹여서 팔팔 끓였다가 다시 건조시켜 만들어내는데 '꽃소금'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런 가공소금들은 인공적인 불순물 제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당연히 천연소금보다 위생적입니다.

    하지만 염분이 99% 이상으로 너무 높고, 미네랄이 거의 없어서 같은 양의 소금을 먹는다면 건강에는 좋지 않겠죠.

    천일염이 다른 소금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함유돼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히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세계적인 명품 소금인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도 미네랄 함량이 훨씬 뛰어난데요.

    우리나라 천일염이 마그네슘은 6배 이상, 칼륨은 5배 이상, 칼슘 함량은 2배 이상 더 많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품질은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인데, 가격은 아직 그만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게랑드 소금의 가격은 1kg에 8천7백 원 선이지만, 국산 천일염은 불과 4백 원 정도로 2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천일염 같은 천연 소금과 가공소금까지 다양한 소금의 종류를 살펴봤는데요,

    그럼 우리 시민들은 어떤 소금을 선호하고 있을까요?

    저희 취재진이 직접 물어봤습니다.

    ◀ 리포트 ▶

    [조온순]
    "천일염이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소금에는 미원 같은 것도 들어 있고, 맛을 내기 위한여러 물질이 들어 있는데, 천일염은 순수하니까좋은 것 같아요."

    [이명자]
    "천일염에는 천연적으로 미네랄이라든가 이런 것들도 있고, 나트륨도 조금 낮다고 생각합니다. 꽃소금이나 다른 소금은 재염해서나트륨이 너무 높고요…"

    [이강순]
    "천일염이 미네랄이 많고 그래서요, 우리나라 것 좋다고 하잖아, 신안 거 특히. 책에서도 보고, 음식하는 주부들이 상식이잖아요. 다 알고 있는 거지."

    [안인숙]
    "천일염, 구운소금, 죽염, 이렇게 써 봤었어요. 건강에 좋다 그래서 그것만 써봤었어요. 개인적으로 그렇게 정제되지 않은 것이 순수한 것 같아요. 그래서 쓰는 거예요."

    ◀ 앵커 ▶

    지금 들으신 것처럼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입을 모아 선호하는 국산 천일염을 두고, 최근 위생 논쟁이 불거지고 있는 건데요,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인지 살펴보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논란의 발단은 한 유명 '음식 평론가'가 시작했습니다.

    천일염이 얼마나 더러운지 보려면 물에 직접 녹여보면 되는데, 실제로 녹여봤더니 흙모래가 보이더라는 글과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겁니다.

    [황교익/음식 평론가]
    "흙, 모래, 이거 퍼먹습니까? 먹으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허용기준이라는 걸 정해놨죠."

    ◀ 유선경 아나운서 ▶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습니다.

    천일염은 갯벌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당연히 불순물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는데, 세계 최고로 꼽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의 불용분 기준은 0.5% 이하로, 사분을 포함해 0.35% 이하로 규제하고 있는 우리나라 천일염보다 불순물에 대해 더 관대하다는 겁니다.

    즉, 불순물이 조금 나왔다고 해서 품질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얘깁니다.

    천일염 세계화포럼의 김학렬 사무국장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김학렬/'천일염 세계화포럼' 사무국장]
    "천일염에 들어 있는 불용 성분을 줄이기 위해 소위 '기준 규격'을 정해놓고 있는데, 그 기준 이내 들어 있는 불용성분에 대해 일부 식용으로 허용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인체에 심각한 위해 요소가 될 정도의 양이라고 하면, 그 천일염은 식품으로 유통이 엄격하게 금지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 앵커 ▶

    물에 녹지 않는 불용분, 즉 소금의 불순물 논란과 함께 세균 같은 미생물에 대한 논란도 함께 제기됐는데요,

    무슨 내용인지 계속해서 들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황교익 음식 평론가는 정부 기관인 농촌진흥청의 논문 가운데 '천일염에서 미생물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논란이 일자 농촌진흥청의 연구원이 직접 해명에 나섰는데요.

    "미생물이 발견된 천일염 샘플은 생산 직후에 채취한 것으로, 1년 이상 숙성된 천일염에서는 미생물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보통 천일염은 일정 기간 이상 숙성과정을 거친 뒤 출고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황교익 씨는 "미생물 검출 가능성이 있는 갓 생산된 천일염 역시 규제 없이 시장에 나와 있다"며 세균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재반박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리포트 ▶

    [황교익/음식 평론가]
    "일본이나 프랑스에서는 소금에 대해서 세균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근데 우리는 그게 없습니다. 천일염을 식품으로 등재를 하면서 위생 기준에 실수를 한 것이라고 봐야 되겠죠. '(천일염에는) 세균이 없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세균은 조건이 되면 있습니다. 그럼 우리도 세균 기준, 프랑스의 기준처럼 그렇게 만들면 되겠죠."

    [박학렬/'천일염 세계화포럼' 사무국장]
    "전 세계적으로, 국제식품기준규격인 '코덱스'에서도 소금의 미생물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소금에 미생물이 생존을 할 수가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프랑스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미생물 규정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 앵커 ▶

    이처럼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논란을 우리 천일염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소금 생산자들은 천일염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어려움을 정면 돌파하고 있는데요.

    이 내용은 양현승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산지 천일염 가격이 예년 같지 않습니다.

    20킬로그램에 5천 원으로 예년의 70%에 머물고 있습니다.

    절임배추와 김치 수입이 늘면서 소금 소비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전라남도는 오는 29일까지 서울에서 소금박람회를 열고 천일염 우수성 알리기에 나섰습니다.

    추석 명절에 앞서 판로를 개척하고, 식품이 아닌 미용 등 다른 산업분야 활용 가능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전국의 81%, 3천여 ㏊에 이르는 전남의 염전에서 시설과 바닥재 교체, 주변환경 개선 등 천일염 명품화 사업이 진행되는 것도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낙연/전라남도지사]
    "얼마나 위생적으로 처리하느냐의 문제인데 이미 95% 이상의 염전들이 친환경적으로 소금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100% 친환경적인 소금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불거진 천일염 위생 논란에 생산자들이 강력 대응하는 등 천일염 산업을 지키기 위한 주산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양현승입니다.

    ◀ 앵커 ▶

    우리 정부 역시 염전의 바닥재를 친환경으로 바꾸고, 이력 추적제를 도입하는 등 천일염 명품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드넓게 펼쳐진 염전.

    낡은 장판 대신 친환경 세라믹으로 염전 바닥재가 교체됐습니다.

    타일 등 세라믹은 바닥이 평평해 장판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것보다 작업성과 생산성이 높아졌습니다.

    친환경인데다 유지, 관리도 쉬워 자주 교체할 필요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13년부터 전국의 모든 천일염에 '이력추적제'를 도입해 전면 시행에 나섰습니다.

    각각의 천일염에 고유 식별 번호를 부여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원인 규명과 회수 조치가 가능해졌고, 물품의 생산과 유통, 최종 소비까지 정부 차원의 통제가 가능해지면서, 국산 천일염의 명품화 사업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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