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 주말 서울 지하철 강남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던 정비업체 직원이 전동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죠.
스크린 도어가 안전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이번 사고처럼 오히려 위험을 초래하기도 하는데요.
먼저 지난 주말 벌어진 안타까운 사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스크린 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한 남성이 끼인 채 쓰러져 있고, 스크린 도어의 유리창은 산산조각나 있습니다.
[목격자]
"(열차가) 들어오자마자 '펑'하고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러면서 (유리) 파편이 튀고…"
정비업체 직원 29살 조모씨가 선로 쪽으로 들어가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변을 당한 겁니다.
가벼운 결함이라고 생각해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작업에 나선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관계자]
"센서에 먼지가 묻으면 사람이 있는 것처럼 (스크린 도어가) 안 닫히거든요. 그러니까 그걸 닦아준다고."
스크린 도어를 정비할 땐 반드시 2명이 한 조를 이뤄야 하지만 당시 현장에는 조 씨 혼자뿐이었습니다.
서울 메트로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스크린 도어 안쪽으로 들어갔고, 지하철 운행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정비업체와 관제센터 등을 상대로 안전수칙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 앵커 ▶
불과 2년 전에도 똑같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이 전동차에 치여 숨졌는데요.
당시엔 서울메트로 측의 규정이 문제로 부각돼 규정이 개정됐는데, 이번에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고 말았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가 두 사고를 자세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 2013년 1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직원 38살 심 모 씨가 전동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심 씨 역시 주말인 토요일 오후에 스크린도어의 철로 쪽에서 작업을 하다 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에 부딪혀 당시 서울메트로 측의 점검 및 보수 규정에는 "안전에 영향 주는 점검은 열차 운행이 끝난 뒤 수리하도록" 돼 있는 규정과 "스크린도어가 고장 났을 때 즉시 수리하지 않으면 정비업체에 배상금을 물린다"는 내용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규정 중 심 씨는 곧바로 수리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토요일 오후 출근했다 변을 당한 겁니다.
메트로 측은 이후 규정을 변경했습니다.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할 때, 운행시간 중에는 승강장 쪽 정비 작업만 실시하도록 하고, 운행시간 중이지만 불가피하게 선로 쪽 작업을 해야 할 때는 사전에 보고를 하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그제 발생한 강남역 사고에서는 이 두 가지 규정이 모두 지켜지지 않았는데요.
메트로 측은 사망한 20대 정비기사가 "사전 보고 없이 혼자 스크린도어 선로 쪽에 들어가 작업을 했다"며 "개인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서 메트로 측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메트로 측 연락을 받고 출동했는데, 관제센터에서 모르고 있었던 게 문제 아니냐"는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메트로와 정비업체가 맺은 '2015년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과업지시서'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규정이 과업 지시서에 엄연히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크린도어가 고장 나면 신고 접수 후 한 시간 안에 출동해 즉시 처리해야 한다"면서, "열차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비기사가 무리하게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었겠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시서에는 또 "점검 보수 중 발생한 모든 사고의 민·형사상 책임은 업체 쪽에 있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어 불평등 계약이라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 메트로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하청업체는 이 사태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 앵커 ▶
정비 기사가 지하철이 접근하는지 조금만 더 주의했다면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지금 살펴본 것처럼 무리한 계약 내용 역시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번엔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스크린도어가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사고를 유발하고 있는 실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보도 영상부터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서울 지하철 4호선 총신대 입구역 승강장.
소방관들이 스크린도어 안쪽에서 81살 이모 할머니의 시신을 수습합니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전동차를 타다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었습니다.
전동차에 28미터가량 끌려간 할머니는 승강장 기둥에 부딪혀 숨졌습니다.
[김충환/총신대입구역장]
"역무 스크린에 이상이 감지된 거예요. 화면에 한 80대로 보이는 여자 노인분이 쓰러져 계시더라고요."
스크린 도어가 다 닫히지 않았지만 열차가 그대로 출발해 사고가 난 것으로 서울 메트로 측은 보고 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대부분의 지하철은 전동차 문과 스크린도어가 모두 닫히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하지만 센서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그냥 출발하면 사고로 이어지는 건데요,
실제로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4호선까지 설치돼 있는 스크린도어의 고장 횟수를 살펴봤더니, 한 달 평균 39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닫힘 불량' 문제가 49%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열림 불량'이 26%로 뒤를 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너무 싼 가격에 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스크린도어 공사와 정비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스크린 도어는 사실 지하철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꼭 필요한 고마운 시설이기도 한데요,
특히 선로로 추락하는 사고나 자살을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김대호 아나운서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호선부터 4호선까지의 지하철 안전사고 통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지하철 내에 스크린도어가 본격적으로 설치된 지난 2009년을 기점으로 봤을 때 이전 5년간은 연평균 사상자가 34.4명이었는데요,
2009년 이후 5년 동안에는 연평균 0.6명으로 나타나 크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5호에서 8호선까지의 통계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스크린도어 설치 이전 5년간은 연평균 13건의 승강장 내 선로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설치 이후 5년 동안에는 단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하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스크린도어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인데요,
아직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역사의 승강장은 여전히 추락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관련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구조대원이) 밑으로 들어가야 해. 일단은 들어가, 일단은."
한 남자가 몸을 웅크린 채 열차 아래에 누워 있고, 119대원들이 작은 틈새를 찾아 구조에 나섭니다.
"어깨 잡고 쭉 올려. 그렇지, 쭉 올려."
32살 김 모 씨가 술에 취해 승강장에서 발을 헛디디면서 선로로 떨어졌습니다.
김 씨는 선로에 바짝 엎드린 덕분에 지나가던 열차에 충돌하지 않고 목숨을 건졌지만 다리 등을 크게 다쳤습니다.
[국윤성 소방교/서울 구로소방서]
"여성 같은 경우에 빈혈로 인해서 실족하시거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실수로 플랫폼 밑으로 추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앞을 못 보는 시각 장애인 한 명이 승강장에서 추락해 크게 다쳤습니다.
역시 스크린도어만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습니다.
[배자경/시각장애인 1급]
"지팡이만 의지하고 움직이다가 조금 서두르든지, 갑자기 휴대폰 오면 받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면 (승강장에서) 떨어질 위험성이 너무 높죠."
◀ 앵커 ▶
이번에는 스크린도어에 대한 우리 시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들어보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김진이]
"안전성 면에서는 확실히 나아진 것 같아요. '어쩌다가 내가 여기서 아래로 툭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항상 있는데 스크린도어 설치된 데에서는 전혀 그런 불안감이 없으니까요."
[류가영]
"스크린도어는 꼭 설치돼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간혹가다가 게이트와 게이트 도어 문이 맞지 않아서 사람이 끼일 수 있지만 그런 작은 불편함보다는 설치됨으로써 안전해지는 게 더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임재휘]
"매일 전철을 이용하는 이용객의 한 명으로서 안전문이 이중으로 돼 있다 보니까 끼임 사고를 매일 한두 번씩 보게 되는 것 같거든요. 스크린도어가 있는 건 긍정적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안전적인 부분을 좀 더 강화하거나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앵커 ▶
지하철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지 올해로 꼬박 10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광역철도와 도시철도를 모두 놓고 봤을 때 여전히 10곳 중 3곳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정부는 설치율을 내년까지 82%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자세한 내용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전국에서 스크린도어가 가장 먼저 설치된 곳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입니다.
10년 전인 2005년 10월, 유동인구와 승강장 혼잡도를 고려해 가장 붐비는 지역 중 하나인 사당역이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1호역으로 선정됐는데요.
이렇게 첫 스크린도어가 도입된 데에는 그로부터 2년 전인 2003년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가 계기가 됐습니다.
서울의 <회현역>에서 한 정신질환자가 앞에 서 있던 40대 여성을 진입하는 열차를 향해 밀어버린 겁니다.
이 여성의 남편은 공교롭게도 서울 지하철경찰대 형사 반장이었고, "내 아내의 희생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며 스크린도어 설치를 주장했습니다.
이후 스크린도어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설치돼 왔는데요.
흔히 지하철이라고 부르는 도시철도의 경우, 서울과 인천, 경기, 대전 지역은 이미 모든 역승강장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는 반면, 부산은 80%, 광주는 55%, 대구 지하철은 17% 에만 설치돼 있습니다.
전국 평균으로는 86%의 설치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도시철도는 상황이 좋은 편인데요.
코레일 광역철도의 경우 전국 231개 역 가운데 78개 역 승강장에만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어 설치율이 34%밖에 안 됩니다.
국토교통부는 전국의 스크린도어 설치율을 현재 72%에서 내년까지 1300억 원을 투입해 8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정비하다 참변, '스크린 도어'가 사고 유발?
[이브닝 이슈] 정비하다 참변, '스크린 도어'가 사고 유발?
입력
2015-08-31 18:06
|
수정 2015-08-3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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