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해마다 이맘때면, 새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결심을 담은 결혼 청첩장을 자주 받게 되죠.
또 주변의 연로하신 어르신이 작고하셨다는 부음이 줄을 잇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조사에 정성껏 부조금을 전달하는 건 우리의 오랜 풍습이지만, 어느덧 경조사를 챙기는 것이 큰 부담이 돼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요즘 경조사비에 대한 조사 결과를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21만 원]
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가 지출한 경조사비는 한 달 평균 21만 원이었습니다.
지난 2003년에는 14만 원 정도였다, 2009년 19만 원, 지난해엔 21만 원으로 오른 겁니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는 경조사비 지출이 5.8%, 0.3%씩 연달아 감소했는데요.
특히 올 1분기에는 사망자 수와 결혼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늘었는데도, 경조사비 지출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통계청은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경조사비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5만 원]
경조사비의 적정 액수는 얼마일까요?
5만 원이 대세였는데요.
한 결혼정보회사가 지난해 미혼 남녀 4백여 명을 상대로 조사했더니 결혼 축의금으로 5만 원이 적정하다고 대답한 사람이 39%로 가장 많았습니다.
2위는 3만 원으로 33%, 3위는 10만 원은 13%를 차지했습니다.
조의금의 경우도 보건복지부의 지난 2011년 조사결과 평균 5만 3천 원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4만∼5만 원을 낸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66%로 가장 많았고 3만 원 이하가 17%, 6만∼10만 원은 16%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인 열명 가운데 아홉 명은 경조사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한 시장조사기관의 조사결과, '약간 부담된다'는 응답이 65%, '매우 부담된다'는 28%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경조사 때 자신이 받은 금액 수준에 따라 사람을 차별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더니, 절반에 가까운 49%가 많이 낸 사람과 적게 낸 사람을 차별 대우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 앵커 ▶
그럼 이번에는 경조사비에 대해 우리 시민들이 실제로 갖고 있는 생각은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송은지(42)]
"보통 한 달에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나가는 것 같아요. 계절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어요. 봄가을에 많은 것 같아요. 친분에 따라 틀린 데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 지출하고 있어요.가깝고 친분이 있으면 10만 원 정도 하는 것 같고요. 그냥 일반적인 경우는 5만 원 하고 있어요."
[김태성 (30)]
"예식장에 따라서도 다를 수가 있는데, 아무래도 보통 회사원들 직장인 같은 경우는 한 5만 원 정도가 기준으로 해서 나가는 상황이거든요."
[오원희 (42)]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적게 받으면 '이 친구가 친분을 이 정도 밖에 생각 안하나'생각도 했고, 또 저 역시도 부조할 때 친분관계에 따라서 금액을 더 적게 하기도 하고 많이 하기도 하고…"
[임정희 (28)]
"우리나라는 경조사비가 품앗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도 받을 수도 있는 거고, 크게 생각은 안 하는데 월급에서 많이 나갈 때는 부담이 되기도 해요."
◀ 앵커 ▶
청첩장을 받으면 다들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겠지만, 특히 살림이 빠듯한 은퇴자들에게는 청첩장이 마치 '세금 고지서'처럼 느껴진다고 하는데요, 관련 보도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73살 유종도 씨 부부.
자녀들이 매달 보내오는 생활비에서 집 임대료와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50만 원 남짓 겨우 남습니다.
그래서 요즘 같은 땐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종두/은퇴자]
"호주머니 사정이 뻔하니까…안 갈 수는 없고 가야 되고 그러니까 고통스러우면서도 가는 거죠."
자녀들 혼사 때 받은 축의금 장부를 들여다보면서도 한숨이 깊어집니다.
[한군자/은퇴자]
"(축의금)받을 때는 기분이 좋을지 몰라도 우리가 갚아야 되니까…그게 이렇게 부담이 가더라고요."
자신의 경조사에 지인들을 부르는 것도 결국은 빚을 늘리는 거라는 생각에, 3년 전엔 계획했던 칠순 잔치마저 취소했습니다.
[유종두/은퇴자]
"내 칠순 때 아들이(결혼) 피로연을 하게 됐어요. 한 해에 (지인들을) 두 번 초청하기가 부담스러우니까 내가 포기를 했죠."
축의금을 주고받는 관습은 우리의 오랜 품앗이 전통에서 비롯됩니다.
받으면 또 돌려줘야 하는 게 미덕인 겁니다.
그러다 보니, 혼사를 치르는 입장에서도 청첩장을 어디까지 돌려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축의금을 받는다고, 혼주가 큰돈을 손에 쥐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계성만/혼주]
"축의금 들어온 것이 거의 다 식비로 나가는 거거든요…애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보다 식장 비용으로 거의 다 나가는 것 같아요. 손에 쥐는 것 없이…그런 것들이 좀 변화돼야 하지 않나…"
손님을 모시는 혼주 입장에선 '축의금을 받으니 괜찮은 음식으로 잘 대접해야' 하고, 하객 쪽에선 '봉투에 밥값보다는 더 넣어야 한다'는 거북한 상황이 악순환되고 있는 겁니다.
◀ 앵커 ▶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부조금 봉투를 줄이고 과소비 없는 알뜰한 혼례 상례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요즘 알뜰 결혼을 실천하는 연예인들도 늘었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사례들을 짚어 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영화배우 원빈과 이나영의 결혼식입니다.
소박한 결혼식으로 화제가 됐었는데요.
친척들과 함께한 피로연 음식은 '국수'였습니다.
우리 전통 혼례에서는 장수를 의미하는 국수를 대접했는데요.
1980년대 들어 결혼 피로연 음식은 갈비탕으로 바뀌었고, 뷔페 음식이나, 호텔 예식의 경우, 스테이크가 포함된 정찬을 많이 대접하는데, 결혼식 규모가 이처럼 커지고 화려해지면서 결혼 비용도 크게 늘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님들은 자녀가 결혼할 때 비용을 얼마나 부담할까요?
조사결과, 아들이냐 딸이냐에 따라 차이가 났는데요.
아들을 둔 부모는 대체로 8천만 원 이상을 지원하지만, 딸을 둔 부모는 6천만 원 이하를 썼는데, 비용 차이는 남자가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결혼한 사람들의 경우, 결혼 비용에 거품이 많다는 인식이 강했는데요.
관련 보도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허리 휘는 결혼]
드레스, 꽃 장식. 심지어 주례까지.
결혼식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호텔 예식장 직원]
"(비싸다고 다들 그러지 않아요?) 그렇죠. 그런데 저희가 꽃 장식 같은 경우가 진짜 저렴하거든요."
하지만, 평생 한 번뿐이란 생각에 눈을 질끈 감고 지갑을 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박종구]
"예단 비용만 한 5백만 원 정도 들었는데 굳이 부모님들도 입지 않고, 쓰지 않으셔서 그런 비용들은 지금 생각하면 좀 아깝습니다."
국내 한 결혼정보업체 조사결과, 예단비용을 줄이고 싶다는 의견이 41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비싼 예물, 그리고 스튜디오 촬영과 드레스를 비롯한 '웨딩패키지'가 뒤를 이었습니다.
기혼 응답자 10명 중 7명은 결혼식을 다시 한다고 가정할 경우,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줄여 최소한으로 치르겠다고 응답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장례는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복잡한 절차를 진행하다 보니 장례비용을 꼼꼼하게 따져보기가 어려운데요,
4년 전 조사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 1인당 장례비용으로 평균 약 1천 2백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상조회사와 대형병원 장례식장의 폭리가 사회문제화되면서 장례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특히, 장례식장에 즐비한 화환은 대표적인 허례허식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화환을 되파는 '화환 재활용'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관련 보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국화 재활용']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
영정에 꽃 장식을 해주는 업체의 직원이 장례가 끝난 영정에서 국화 꽃송이를 떼어내 상자에 담습니다.
잠시 뒤 이 상자에서 다시 국화 꽃송이를 꺼내더니 다른 영정사진 둘레에 달기 시작합니다.
영정사진을 장식하는 국화를 재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장면입니다.
[장례식장 음식 재활용…11억 부당이익]
부산의 한 장례식장 입구, 제단에 올렸던 조화를 싣고 나오더니 근처 꽃집에서 간단히 손질한 뒤 다시 장례식장으로 갖고 들어갑니다.
제수 음식도 재사용됐습니다.
다시 쓰려고 생선은 냉동보관했고, 수박은 흠집에 썩기까지 했습니다.
관이나 수의 같은 장의용품도 가격을 원가보다 서너 배 부풀렸습니다.
57살 정모씨 등 8명은 이런 수법으로 1천여 차례에 걸쳐 11억여 원을 챙겼습니다.
[방원범/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생선 같은 경우는 얼음이 얼었을 정도고 꽃도 지금 3번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 유선경 아나운서 ▶
[2일장]
장례 기간은 원칙적으로 정해진 기간은 없습니다.
고려사에 "공후이하는 3일이 되면 장례한다"고 나오는데요.
죽음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웠던 당시 의료수준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사흘의 유예 기간을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흘장 대신, 이틀로 간소하게 치르는 이들도 늘고 있는데요,
빈소를 찾는 문상객도 적고 형편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굳이 3일장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을 한 예로 살펴보면, 3일장 대신 2일장을 치룬 경우가 지난 넉달간 평균 6% 에 달했습니다.
2일장은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청첩장 두렵다' 부담되는 경조사비 줄일 수 없나?
[이브닝 이슈] '청첩장 두렵다' 부담되는 경조사비 줄일 수 없나?
입력
2015-09-03 18:04
|
수정 2015-09-0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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