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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범죄까지 이어지는 무서운 조울증, 치료법은?

[이브닝 이슈] 범죄까지 이어지는 무서운 조울증, 치료법은?
입력 2015-09-04 17:33 | 수정 2015-09-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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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우리 주변엔 마음의 병이라고도 부르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요.

    어제 새벽엔 조울증을 앓고 있던 한 2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친할머니를 살해하고 아버지를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관련 영상부터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 주택입니다.

    어제 새벽 6시쯤 24살 김모씨가 자신의 집에서 미용 가위를 휘둘러 81살 친할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김씨가 휘두른 흉기에 55살 김씨 아버지도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웃주민]
    "내려와서 보니까 아저씨가 피투성이가 돼서 앉아서 119 응급조치를 받고 있더라고요."

    가족들은 김씨가 평소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조울증으로 약물치료를 받아왔는데 며칠 전부터 약을 먹지 않아 증상이 심해졌다는 겁니다.

    이웃 주민들은 김 씨가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웃주민]
    "한 번도 못 봤어요. 저번에 군대 갔다는 얘기만 듣고 한 번도 못 봤거든요."

    경찰은 김 씨가 아버지와 말다툼 벌이다가 소리를 듣고 나온 할머니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고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 앵커 ▶

    올봄엔 청주의 한 시내버스 안에서 40대 여성이 70대 할머니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이 여성 역시 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관련 보도 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지갑을 챙기라고 말을 걸자 느닷없이 욕을 하며 머리를 때립니다.

    "내버려두라고. 왜 간섭해. 저쪽으로 꺼져!"

    놀란 할머니가 뒷자리로 피하자, 따라 일어나 사정없이 뺨을 내려칩니다.

    그만 하라고 말리는 젊은 여성도 때리고, 보다 못해 나선 할아버지에게도 욕을 퍼붓다가, 결국 기사가 길가에 버스를 세우고 문을 열어 강제로 내보내자, 바닥에 있던 마늘대를 버스 안으로 내던집니다.

    [폭행 피해 할머니 (75살)]
    "끙끙거리고 앓고 있었죠. 밤새도록 울었어요. 너무 여기(얼굴)가 아프고, 청심환도 먹고 또 엉엉 울었어 오늘도…"

    청주지법은 지난달 피고인이 앓고 있는 조울증이 잘못된 행동의 원인으로 보이지만 폭력적인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서라도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 징역 6월을 선고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곧장 산으로 올라서는 여성.

    1시간여 만에 산에서 내려온 이 여성은 다시 차를 타고 떠납니다.

    20분 뒤,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소나무 수십 그루가 새카맣게 탄 뒤였습니다.

    이 일대에 잇따라 불이 나기 시작한 건 지난달 말.

    그 후 열흘 동안, 50건이 넘는 화재 신고가 이어졌습니다.

    큰불로 이어진 것만 6번.

    임야 1,500제곱미터와 나무 250그루가 잿더미가 됐습니다.

    방화를 의심한 경찰이 잡은 범인은 50대 주부 정 씨였습니다.

    "우울증을 없애려고 불을 질렀다"는 게 정씨가 경찰에 밝힌 방화 이유입니다.

    [한원횡 과장/서울 수서경찰서]
    "양극성 정신 장애, 조울증이 좀 있었습니다. 좌절감, 스트레스 이런 게 생기면 산에 가서 불을 피우면서 해소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우리나라에서 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7만 9천 명이었습니다.

    2010년에는 5만 5천여 명이었는데 해마다 10%씩 증가하고 있는 겁니다.

    성별로 보면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해엔 여성 조울증 환자가 4만 6천여 명으로 58%를 차지했습니다.

    연령대별로 살펴볼까요.

    지난해 조울증 환자 가운데 40대가 20%로 가장 많았고, 30대와 50대가 18%, 20대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고령층의 조울증 환자도 늘어 60대 이상이 전체의 24%를 차지했는데요.

    특히 80대 조울증 환자는 2010년도 천 명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3천3백 명으로 부쩍 늘었습니다.

    ◀ 앵커 ▶

    조울증은 우울증과 달리 조증과 우울증이 교차해서 나타나는 병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병인지 계속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김대호 아나운서가 전해 드립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조울증이란?]

    조울증은 극단적 증상이 나타나 '양극성장애'라고도 하는데요.

    지나치게 감정이 고조되고 과민해지는 조증과 감정이 가라앉고 침울해 지는 우울증, 양극단의 감정이 불규칙적으로 반복되거나 뒤섞여서 나타나는 겁니다.

    짧게는 몇 시간씩, 길게는 몇 개월씩 주기를 가지고 조증과 우울증이 갈마들며 나타나는데요.

    간혹 우울증은 없이 조증만 반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울증 발병 시기는?]

    조울증은 대개, 20대 초반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르면 10대에 이르기 전, 8살 정도부터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의 경우,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진단을 내리기 힘들고, ADHD 즉,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구별하기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노년기에 처음으로 조울증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뇌졸중이나 뇌혈관질환과 연관돼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앵커 ▶

    조울증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전문가의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Q.조울증의 치료는?

    [조현상 교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존 우울증 치료와는 조금 다릅니다. 기존 우울증 치료제는 아무래도 신경전달물질이라는 물질에 초점을 맞춘 반면에 조울증은 뇌신경 흥분도를 조절해주는 약을 씁니다. 그래서 기존 우울증 약과는 다른 기전의 약을 쓴다고 할 수 있겠죠.

    Q. 치료기간은?

    [조현상 교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울증의 치료는 급성기와 유지기로 나뉩니다. 급성기 같은 경우, 조증이나 우울증이 아주 심한 상태를 얘기하는데 그때는 1~2개월 정도의 집중적인 치료를 하면 증상이 좋아지고요. 증상이 완전 소실된 다음에도 재발이 잘 되는 질환이 조울증이기 때문에 유지 치료, 즉 재발 방지를 위해서 증상이 좋아짐에도 불구하고 약물을 농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발병인 경우에서는 증상이 완전히 회복되더라도 1년 내지 2년 동안 유지 치료를 하는 게 좋습니다."

    ◀ 앵커 ▶

    누구나 일시적으로 기분이 가라앉아 우울해 하거나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기분이 들뜨면서 때론 과감해지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나의 감정 상태가 혹시 '조울증'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 진단 기준은 무엇일까요?

    조울증 자가진단법을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조울증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 '기분 장애 진단' 질문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기분이 너무 좋거나 들떠서 평상시 모습이 아니라는 말을 듣거나 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다.

    두 번째는, 지나치게 흥분해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싸움을 건 적이 있다.

    또, 평소보다 더 자신감을 느꼈다거나, 잠잘 필요를 느끼지 않았는지 여부입니다.

    다섯 번째는, 말이 더 많아졌거나 말하는 속도가 더 빨라졌는지, 또, 머릿속에서 생각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거나, 집중하기가 어려워서, 할 일을 계속하지 못한 적이 있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여덟 번째는 평소보다 활력이 넘쳤는지, 또 평소보다 활동적이어서 더 많은 일을 한 적이 있는지 여부도 확인해 봐야 하고요.

    열 번째는 평소보다 더 사교적이 돼 적극적이 됐다거나, 평소에 비해 성적인 것에 더 관심이 갔는지,또 남들이 보기에 바보 같거나 위험한 행동을 한 적이 있는 지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돈을 낭비해 곤경에 빠진 적이 있는지 여부인데요,

    지금 보신 이 13가지 항목 중에서 7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 앵커 ▶

    조울병은 적절한 치료를 받고 관리를 잘하면 얼마든지 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데요.

    문제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탓에 병을 숨기거나 치료를 기피한다는 데 있습니다.

    관련 보도 내용,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병원치료는 기피]

    문제는 주변을 의식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아직도 열 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평생을 대학 교수로 일해 온 이 60대 남성도 30년 전부터 앓아온 조울증을 남들에게는 철저히 숨겼습니다.

    [조울증 환자]
    "다른 사람 보기에 '같이 일 못할 사람이다. 이상한 사람이다.' (하니까.)"

    대전에 있는 한 재활시설.

    정신질환 회원들이 미술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증상 관리가 잘 되고 있는 환자들이 10명 이내의 소규모 인원으로 가정집과 같은 환경에서 살며 재활을 하는 '그룹홈'입니다.

    그룹홈 회원 중에서도 입원 기간이 짧았던 젊은 환자들은 빨리 사회로 복귀합니다.

    2년 전 취업에 성공한 최경섭 씨.

    조울증을 앓고 있는 최씨는 올 초 한 달가량 다시 입원하는 위기도 있었지만 지금껏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최경섭(가명)/조울증 치료 환자]
    "(사장님과 동료들이) 많이 챙겨주세요. 걱정도 많이 해주시고요. 기회를 다시 줬기 때문에 그 기회에 제가 실망을 끼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정신질환자들을 돕는 이런 소규모 그룹홈들은 현재 전국에 280여 개.

    [이옥자 원장/정신질환 그룹홈 '섭리가정']
    "(환자를) 10년 20년 병원에 두면 한 달에 150만 원씩 하면 1년이면 얼마입니까. 1,500만 원입니다. 10년이면 1억 5천만 원이에요. 다 국가 돈입니다. 재활시설을 활성화해서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가게 하는 게 훨씬 더 (이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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