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내전을 피해 피난길에 오르는 난민의 수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사태로 평가되고 있는데요.
먼저, 장미일 기자의 보도부터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난민들을 제한 없이 수용하겠다고 밝힌 직후인 지난 주말 두 나라에는 3만 2천여 명의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난민]
"독일에 와 행복해요. 하지만 정말 피곤해요. 한 달 동안 (유럽을 가로질러 왔거든요.)"
독일 정부는 오늘 새벽까지 계속된 논의 끝에 난민 지원을 위해 60억 유로, 우리 돈 8조 180억 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하기로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유럽 내 5만여 개 가톨릭 교구들이 모두 난민 가족을 수용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난민 추가 수용에 부정적인 입장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영국에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난민 위기로 인해 유럽 연합 탈퇴를 바라는 국민들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고, 오스트리아는 난민 입국 허용이 '임시적 조치'라면서, 향후 단계적으로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은 야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난민을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난민의 입국 경로인 요르단 국경에 30km 길이의 장벽 건설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MBC뉴스 장미일입니다.
◀ 앵커 ▶
중동과 아프리카의 난민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요.
지난주 가족과 함께 시리아를 탈출한 한 세 살배기 꼬마와 그 가족의 안타까운 죽음이 전 세계에 알려졌죠.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온 당시 사건을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 금요일, 작은 아이 시신 한 구가 터키 해변으로 떠밀려 왔습니다.
조용히 잠자듯 해변에 엎드려 있었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은 주검이었습니다.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인데요,
쿠르디의 가족은 4년 넘게 내전 중인 시리아를 탈출해 터키에 머물다, 세 번의 시도 끝에 겨우 그리스행 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탄 작은 배는 풍랑에 뒤집혔고, 5살 난 쿠르디의 형과 어머니도 함께 목숨을 잃었습니다.
'쿠르디'의 사진은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제목으로 전세계에 번져나갔고, SNS에는 쿠르디를 추모하기 위한 글과 그림들이 끊임없이 올라왔습니다.
해변에 잠든 듯 엎드려 있는 아이의 등에 천사의 날개가 생기는가 하면, 바닷가 대신 폭신한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든 모습, 또 쿠르디가 고래를 타고 날아다니기도 그림도 등장했는데요,
SNS에는 이같은 추모 그림과 함께, 그동안 난민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유럽 각국 정부를 꼬집는 그림도 올라왔습니다.
사방이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있는 유럽 지도 위에 쿠르디가 숨져 있는 모습, 또 유엔 정상들의 회의장 한가운데 누워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유럽의 익사" "난민 위기의 진정한 비극"이라며 쿠르디의 죽음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 앵커 ▶
자유를 향해 부모님과 함께 탈출하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쿠르디의 안타까운 죽음은 전 세계를 울렸고, 유럽국가들의 난민 수용을 촉구하는 국제 사회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국의 입장은 제각각인데요,
김대호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난민 수용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독일입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최근 '시리아 출신 난민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며 가장 먼저 난민들에게 빗장을 풀었는데요.
오늘은 난민 지원에 60억 유로, 우리 돈으로 8조 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하는 통 큰 정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도 독일행을 선택한 난민 신청자는 20만 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았는데요,
올해는 무려 80만 명에 이를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에만 2만여 명의 난민들이 독일에 입국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난민 수용에 소극적입니다.
난민 정책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영국은 쿠르디의 사진이 보도된 이후, 1만 5천 명의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난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 처음으로 과반을 넘은 51%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또 서유럽으로 가는 관문이 되어버린 헝가리는 끝도 없이 몰려드는 난민들로 혼란이 가중되면서 난민촌 방화가 일어나는 등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럽연합에서는 인구와 경제력을 고려해 난민을 할당하는 쿼터제가 검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더 많은 난민이 몰릴 것"이란 우려 속에 EU 회원국의 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도 난민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바티칸 2개 교구에서 난민 두 가족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유럽의 5만여 개 가톨릭 교구가 각각 난민 한 가족씩을 받아들여 복음의 참뜻을 실천하자"고 호소했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다음 주 예루살렘에서 열리는 유럽 주교회 연례 회의에서 이를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 앵커 ▶
그렇다면 난민들은 왜 이처럼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향하는 걸까요.
쿠르디의 가족들이 떠나온 시리아를 살펴보면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에다 IS의 폭압까지 겹쳐 지금까지 수십만 명이 희생됐는데요.
이들은 결국 죽지 않기 위해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며 탈출을 감행하고 있는 겁니다.
자세한 내용,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2011년 내전이 벌어지기 전, 시리아의 총 인구는 2천3백만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4년 이상 계속돼 정부군과 반군이 내전을 벌인데다, 혼란한 틈을 타, 최근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IS까지 활개를 치면서, 전체 인구의 20%, 4백만 명 이상이 난민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조국에 남아 있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시리아 국민들이 탈출을 감행한 겁니다.
그런데 시리아 난민들이 처음부터 유럽으로 몰린 건 아니었습니다.
전에는 주로 국경과 인접한 레바논이나 요르단, 이집트 같은 이웃 국가로 건너갔는데요.
하지만 난민 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급증하자, 올 들어 이들 국가들이 속속 난민을 밀어내는 정책으로 돌아섰고, 난민들은 할 수 없이 멀고도 험한 유럽행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국민이 조국을 떠나 난민 신세로 전락한 나라, 시리아 만의 얘기는 아닌데요,
중동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의 수단과 리비아, 콩고, 말리 등 현재 여러 국가에서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 난민의 수는 우리나라 인구 수에 육박하는 5천120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유럽으로 가는 길은 험난합니다.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이 매년 수천 명씩 목숨을 잃어 이 바다는 '난민의 무덤'이라 불리고 있고,
유럽으로 향하는 육로 역시 '죽음의 길'로 불리고 있습니다.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이 급증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2천6백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이런 혼란을 틈타 난민들의 밀입국을 돕는 브로커들도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이들이 난민의 목숨을 담보로 돈 장사를 하면서, 수많은 목숨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관련 보도 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난민선 침몰 현장에서 구조된 생존자는 28명에서 더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배에 탔던 인원이 950명이라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사망자가 9백 명이 넘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명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난민 브로커들이 소형 선박 대신 대형 화물선에 수백 명의 난민을 한꺼번에 실어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당 많게는 8백만 원까지 돈을 받는 브로커들이 40년이 넘은 오래된 배를 싸게 구입한 뒤 선원도 없이 이른바 유령선에 태우고 있는 겁니다.
올 2월에 300명, 지난해 9월에도 500명과 200명이 각각 한꺼번에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난민]
"죽음의 경로로 불리는 지중해로 내몰리고 있어요. 이제 이곳은 지중해의 무덤이라 불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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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고속도로.
갓길에 방치된 냉동트럭에서 난민 70여 구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브로커들이 검문을 피하고자 밀폐된 냉동차에 난민들을 몰아넣고 나서, 이들이 질식사하자 트럭을 버리고 달아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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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남부 알메리아 항구.
배에 실려있던 한 차 의 트렁크 안 여행가방에서 27살 모로코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 5월 스페인의 국경검문소.
엑스레이 판독기를 통과시키자 여행가방 안에 웅크린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밀입국을 시도하던 코트디부아르 출신 8살 소년입니다.
유로터널에서는 최근 난민 1명이 달리는 트럭에 올라타려다 숨지는 등 지난 2개월 동안 1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수단 난민]
"미래가 없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먹을 것도, 잠잘 곳도, 샤워도 못하고 집도 없어요."
◀ 앵커 ▶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어제 목숨을 걸고 헝가리의 임시 난민촌에 도착한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목숨을 건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헝가리 난민촌의 시리아 어린이들은 천사 같은 미소를 완전히 잃진 않았습니다.
머나먼 길을 함께 동행한 곰인형을 안고 있는 어린 여자 아이.
자신과 가족에게 어떤 역경이 닥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무작정 피난길에 올랐던 아이들은 두려움 속에서도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부모와 함께 무사히 이곳에 도착한 아이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인데요,
일부 아이들은 여정 중 부모를 잃고 홀로 난민촌에 도착하기도 합니다.
이곳에 앞으로 얼마나 더 머무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안전한 울타리 안으로 자신들을 받아 줄 국가를 향해 다시 험난한 여정을 떠나야 합니다.
◀ 앵커 ▶
난민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모두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닌데요.
레바논의 경우, 난민 유입 이후 실업률이 배로 뛰었고, 수조 원의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난민 인정률이 단 4%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자세한 상황,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7천7백31 킬로미터. 시리아에서 한국까지의 거리입니다.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 중 일부는 이 먼 거리를 돌고 돌아 우리나라까지 와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760명의 시리아 국민이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했는데, 이 가운데 단 3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570여 명은 난민은 아니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국내에 머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난민 인정률은 4%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요.
최근 20년 동안 우리나라에 난민을 신청한 외국인은 1만여 명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5백여 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도 내용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전쟁 중 폭격으로 집을 잃은 31살 A씨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폐차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A 씨/2012년 시리아 탈출]
"안전하고, 일해서 돈을 벌 수 있고, 자유롭게 머무를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나 우리 법은 정치적 박해를 받은 경우 등 뚜렷한 이유 없이 단순히 본국을 이탈한 경우는 '인도적 체류자' 지위만 줍니다.
'난민' 인정을 못 받아 가족을 데려올 수 없고 건강보험 가입도 불가능합니다.
[이일/변호사]
"보험료를 납부할 의사가 있어도 가입할 수 없는 실정이고요.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역시 시리아를 탈출해 우리나라에서 2년째 정비공으로 일하는 B씨도 시리아로 송환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좌불안석입니다.
[B씨/2013년 시리아 탈출]
"비자 갱신을 거부당할까 봐 두려워요.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비자를 어떻게 받는지 잘 몰라요."
이처럼 우리 정부가 '난민' 지위 부여에 인색해 보이는 건 현실적 어려움 때문입니다.
[송소영/법무부 난민과장]
"체류 기간 연장 목적으로 한다든지, 강제 송환하려고 할 때 난민 신청을 하는 (악용 사례가 많습니다.)"
법무부는 난민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엄정한 심사로 진위를 가릴 계획입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난민 비극 알린 '3살 꼬마' 죽음, 유럽 반응은?
[이브닝 이슈] 난민 비극 알린 '3살 꼬마' 죽음, 유럽 반응은?
입력
2015-09-07 18:02
|
수정 2015-09-0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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