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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다쳐도 자비 치료? 열악한 소방관 처우

[이브닝 이슈] 다쳐도 자비 치료? 열악한 소방관 처우
입력 2015-09-22 18:07 | 수정 2015-09-2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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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 주말 층간 소음문제가 발단이 된 아파트 폭발사건 기억하실 텐데요.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이 얼굴에 중증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먼저 엄지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 리포트 ▶

    소방대원 32살 이 모 씨가 눈만 내놓은 채 안면부 전체와 왼손에 붕대가 감겨져 있습니다.

    지난 20일 아파트 층간 소음에 불만을 품은 60대 남성이 일으킨 폭발 사건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진입해 가스를 빼내는 작업을 하다, 2-3도의 중증화상을 입은 겁니다.

    [부상소방관/안동소방서]
    "원래 임무가 화재 진압, 인명 구조다 보니까 제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들어갔어야 될 상황이고요."

    최소 한 달간 병원 신세를 지게 됐지만, 재해보상급여, 그러니까 공상처리 신청은 아직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신청 절차가 복잡한데다, 신청 가능한 부상의 기준과 적용범위 등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소방대원들은 화재현장에서 수시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지만, 공상 처리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박훈석/안동소방서]
    "출동 중에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자비로 치료..제가 다치게 되면 또 다른 사람이 와서 근무를 해야 하는 관계 때문에…"

    지난해 공상자로 인정받은 소방관은 모두 332명, 전체 소방관 4만여 명의 0.8%에 불과합니다.

    MBC뉴스 엄지원입니다.

    ◀ 앵커 ▶

    이처럼 화재나 구조 현장에 출동했다 부상하는 소방관들이 많은데요,

    근무 중 부상을 당한 소방관 10명 중 8명 정도가 치료비를 자비로 낸 적이 있다는 충격적인 설문조사가 나왔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먼저, 화재나 구조현장에서 일을 하다 다치는 소방관이 한해 평균 325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소방관의 0.8%를 차지하는데요.

    하지만 이 수치는 공무 중 부상을 인정받은 경우고, 실제 상황은 좀 다를 수도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남춘 의원이 소방공무원 6백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근무 중 한번이라도 다친 경험이 있는 소방관은 124명으로 5명 중 1명꼴이었습니다.

    앞서 나온 수치와는 차이가 큰 거죠.

    그런데 이 124명 중 80%를 차지하는 99명이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다양했는데요,

    공상처리 신고절차가 복잡하거나 신청 가능한 부상 요건·기준이 없다는 응답이 65명으로 절반을 넘었고요.

    행정 평가상의 불이익을 받는다는 응답도 21명,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13명이나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15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동안 나아진 게 많지 않다는 얘기인데요, 과거 보도내용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부상 소방관 자기 돈으로 치료]

    연기에 질식한 동료를 밖으로 끌어내던 소방관이 힘에 부치자 울부짖고 있습니다.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은 이처럼 늘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부상을 당하면 다친 소방관만 손해입니다.

    주택가 화재 진압 도중 척추 골절상을 입고 3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은 한 소방관의 진료 계산서입니다.

    의료보험 조합이 부담하는 치료비 외에 자신이 내야 하는 비용이 200만 원을 넘습니다.

    [김봉중(서울 노원소방서 소방관)]
    "본인이 다친 것도 억울한데 병원비도 내야 되는구나 하는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김씨는 사정을 딱하게 여긴 병원 측의 배려로 겨우 치료비 부담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물론 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왜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걸까요?

    공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연금 급여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부상과 근무와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10여 가지의 서류가 필요하지만, 모두 소방관 본인이 준비해야 합니다.

    게다가 공상처리 요건 상 치료기간이 3년 이상으로 길어지면, 이후의 치료비 역시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소방관은 근무 중 부상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데 이런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다 보니, 소방관 스스로가 치료비 부담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 앵커 ▶

    추석을 앞두고 성묘를 가거나 야외에 나갔다 말벌에 쏘일 위험이 높다는 소식, 며칠 전 전해드렸는데요,

    벌집을 제거하기 위해 출동했던 소방관이 말벌에 쏘여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습니다.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벌집 제거하던 소방관, 말벌에 쏘여 순직]

    말벌집 신고를 받고 출동한 47살 이 모 소방관.

    벌집을 제거하는 동료 소방관을 도우며 1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갑자기 달려든 말벌떼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10여 마리에 쏘인 이씨는 호흡곤란을 증세를 보여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최초 목격자]
    "(숨진 소방관이) 벌에 쏘인 것 같다면서 찬물을 달라고 해서 정중히 주니 딱 마시자마자 돌아서서 쓰러지더라고."

    ◀ 유선경 아나운서 ▶

    이렇게 공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소방관은 얼마나 될까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33명이 화재 현장, 또는 구조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해 평균 6명 이상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는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이 몇 명인지 조사해봤더니 35명이었습니다.

    올 들어서도 7월까지 벌써 7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요,

    순직자 수보다 더 많다는 얘기죠.

    물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생명을 위협받는 현장에 투입됐거나 끔찍한 상황을 직접 목격하는 경우, '우울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같은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국민안전처의 조사결과, 당장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리 상태가 불안한 소방공무원이 만 4천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소방공무원들은 일반인에 비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10배, 우울증은 5배, 수면장애는 4배, 알콜사용 장애는 7배나 많이 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치료나 지원은 미흡한 실정인데요.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불과의 전쟁' 신음하는 소방관]

    500명의 생명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구조대원으로 활약했던 민원석 대장.

    [민원석 대장/119 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
    "처참하고 비참하게 죽은 사람들의 얼굴이 꿈속에 나타나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의 눈을 안보게 돼요. 눈을 보게 되면 오랫동안 기억이 나거든요."

    심지어 철거 중인 건물만 봐도, 현기증이 나서 숨을 고르기 일쑤입니다.

    "건물 붕괴현장과 유사한 어떤 그 철거 중인 건물을 본다든지 또 유사한 소리를 듣는다든지 어떤 썩는 냄새를 맡았을 때 그럼 그때 그 당시의 환영이 이렇게 떠오르고요."

    ==============================

    잠깐 엉덩이를 붙이려 하면 다시 울리는 사이렌.

    장비 무게만큼이나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말은 없지만 대원들 생각은 한 가지입니다.

    [조운용 소방관/도봉소방서]
    "제발 이번만큼은 살아있기를, 그분이 크게 안 다쳤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 크죠."

    다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목도하며 조금만 빨랐다면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동료들의 사고 소식까지 겹치면 마음이 무너집니다.

    "그 대상이 제가 됐을 수도 있고, 솔직히 직업 특성상 겁이 나는 경우도 있는 건 사실이에요."

    ◀ 앵커 ▶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들이 장갑을 제때 지급받지 못해 자비로 직접 구입해서 쓴다는 뉴스를 지난해 전해드렸는데요.

    사용연한이 지났거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소방 장비 문제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소방관에 품질 '미인증' 방화복 무더기 지급]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들은 각종 검사를 거쳐 인증을 받은 특수방화복만 입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보급된 방화복 가운데 5천벌 정도가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재성 교수/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미인증 제품은) 고열이나 화염으로부터 소방관을 지켜주지 못하고 잘못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소방관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소방관]
    "나를 지켜주는 건 이 옷 한 벌인 데 이게 문제가 있다고 그러면 황당하죠."

    ◀ 앵커 ▶

    소방관들을 괴롭히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장난으로 신고전화를 하거나 민원성 신고를 하는 시민들이 많아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는데요.

    보도내용부터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내 마음에 불이 났어요." 119 신고 30%가 엉터리]

    다급하게 걸려온 119 신고 전화.

    (네, 119입니다.)
    "불났어요. 아저씨. 여기 불났어요."
    (어딘데요, 거기가?)
    "내 마음속…"

    전체 119 신고의 30%가 이런 허위 장난 신고입니다.

    마치 심부름센터를 찾듯 화재나 구급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민원성 신고도 빠지지 않습니다.

    "틀니가 목욕탕 하수구에 빠져버렸거든요, 끄집어 낼 수가 없어가지고…"

    출동했는데 현장에 아예 환자가 없거나, 중간에 취소되는 신고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구급차가 빈차로 돌아온 경우는 작년 한 해만 76만 건.

    한시가 바쁜 구급차 10대 중 3대가 헛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최근 5년간 접수된 장난·허위 신고 건수는 모두 7만여 건에 달합니다.

    119에 장난 전화를 하면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는데요.

    하지만 실제 과태료 처분이 이뤄진 건 35건에 불과합니다.

    "문이 잠겼으니 열어달라"는 등의 민원 신고도 여전히 많은데요.

    지난해 소방관 구조 활동 45만여 건 중 단순히 문을 열어주기 위한 출동은 3만 7천여 건으로,벌집 제거와 동물구조, 화재, 교통사고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았습니다.

    전국적으로 15초에 한 번꼴로 소방관들이 문을 열어주기 위해 출동한 셈입니다.

    ◀ 앵커 ▶

    이제까지 소방관들의 애로점을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현직소방관을 만나, 어떤 점이 가장 힘든지, 또 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는 없는지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 리포트 ▶

    Q. 근무 중 겪는 어려움은?

    [서동민 대원(양천소방서)]
    "(추석 명절 즈음해) 평소보다 이동량도 많아지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교통사고도 더 증가하고요. 일단 음식물을 많이 해먹으니까 불에 대한 사고도 좀 더 많아지고, 그리고 가족 간의 불화가 조금 있는 경우들도 있어요."

    "작은 부상에 대해서는 서로 그냥 본인이 치료를 하는 경우도 은근히 있는데요. 인원이 비게 되면 한 사람이 나와야 되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미안한 마음에 서로 그냥, 본인이 치료하는경우가 많죠."

    [김태경 대원(용산소방서)]
    "저희가 장난 전화 출동을 나가면 긴급으로 가야할 현장에 못 가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한테 도움을 못 주기 때문에 장난 전화를 절대하지 말아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앵커 ▶

    목숨을 걸고 화재를 진압한 뒤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던 어느 소방관의 사진 한 장이 시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 적이 있었는데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방관들은 이렇게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컵라면 소방관' 감동]

    중고차 매매단지 화재, 차량 570대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550여 명이 벌인 필사의 진화작업으로 가까스로 인명 피해를 막아냈습니다.

    그날 오후, SNS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

    소방대원이 건물 한 켠에 걸터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습니다.

    그을음이 잔뜩 묻은 채 끼니를 때우는 모습에 격려와 위로가 쏟아졌습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부산진소방서 소속 홍치성 소방장.

    뜨거운 반응에 얼떨떨해하면서도 큰 감동을 받았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홍치성 소방장/부산진 소방서]
    "미안하다는 말씀과 뭉클했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 내용을 보고 제가 오히려 더 뭉클했습니다." (인서트컷) "저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소방관들은 저보다 훨씬 더 맡은 바 임무를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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