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해마다 이맘때면 전세계에 환호와 탄성, 또 아쉬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큰 행사가 있죠.
바로 노벨상 수상자 발표인데요,
올해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수상자가 속속 공개됐는데, 오늘 저녁엔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올해는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에서 모두 수상자가 나와 부러움을 사고 있는데요.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가장 먼저 발표된 노벨 <생리의학상>은 '풍토병 치료제'를 개발한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가운데, 중국의 여성 과학자인 <투유유>는 중국인 최초의 여성 수상자인데다, 과학부문에서, 중국 국적을 가진 최초의 수상자입니다.
다음은 <물리학상>인데요,
핵융합이나 핵분열, 또 초신성 탄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본 도교대학의 <가지타 다카아키> 교수와 캐나다의 <아서 맥도널드>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특히 일본은 물리학상 부문에서 2년 연속 수상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어제 발표된 노벨 <화학상>은 세포가 손상된 DNA를 어떻게 복구하고 또 유전자 정보를 보호하는지를 밝혀낸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는데요.
이 가운데 <린달>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원 회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아지즈 산자르> 교수는 터키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앞으로 수상자 발표가 예정된 노벨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앞으로 2시간여 뒤인 오늘 저녁 8시엔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이 올해 수상자가 될지도 관심인데요.
노벨상 후보를 점치는 도박사이트에서는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을 8위로 예측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내일 발표 예정인 노벨 <평화상> 수상 후보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언급되고 있고, 오는 12일엔 <경제학상>이 마지막으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 앵커 ▶
앞서 보셨지만, 중국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한 '투유유'라는 과학자가 화제입니다.
중국 국적을 가진 과학자로는 처음으로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게 되자, 중국 대륙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보도 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중국 국적 첫 여성 노벨과학상 수상자 '투유유' 누구?]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85살의 중국 여성과학자 투유유입니다.
투 교수는 말라리아 치료제는 중국의 고전 의학서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중국전통의학이 인정받은 데 대해 기뻐했습니다.
[투유유 교수(중국,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중국 중의학 연구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 것입니다. 인정을 받은 겁니다."
그동안 과학분야에서 중국을 떠난 화교출신들이 8차례나 수상했지만 중국 국적자로는 투 교수가 처음입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투유유 교수는 중국에서 삼무(三無) 과학자로 불린다고 하는데요.
박사 학위와 해외 유학경험은 물론, 중국 정부가 최고의 과학자에게 부여하는 명예호칭인 '원사'도 없다는 뜻입니다.
투 교수는 지난 1960년대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하라는 마오쩌둥의 지시를 받고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190차례의 실험에서 모두 실패했는데요.
투 교수는 중국 고대 의학서에 나온 개똥쑥이라는 약초에 주목해, 191번째 실험에서 말라리아 치료의 특효 물질인 '아르테미니신'을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투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약을 실험하는 임상실험에서 스스로 첫 번째 실험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수 억 의 생명을 말라리아로부터 구해낸 치료제의 단초가 된 개똥쑥은 어떤 약초일까요?
우리나라에도 지리산 일대에 많이 자생하고 있고, 손으로 비벼보면 개똥 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요.
개똥쑥은 동의보감에도 그 효능이 나와있는데, 위벽 보호와 간 해독 기능이 있고, 최근에는 뛰어난 항암효과로도 전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몸에 좋은 개똥쑥이라고 해서 일반인들이 채취해서 먹는 것은 금물입니다.
개똥쑥과 비슷한 모습의 이 풀은 '돼지풀'인데요, 독성이 강해 복통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돼지풀을 개똥쑥인 줄 알고 잘못 채취해서 먹었다가는 약이 아니라 독이 돼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개똥쑥의 유효성분은 저열 알콜 추출법으로 추출해야 효능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 앵커 ▶
1 대 24, 시청자 여러분은 이 숫자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바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의 수입니다.
과학분야로 한정지어보면 우리는 한 명도 없는 반면 일본은 21명이나 되는데요,
일본의 이같은 저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일본은 1800년대 메이지유신 때부터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기초과학원'의 모델이 된 '이화학 연구소'를 1917년에 설립했는데요.
국가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R&D 예산을 GDP의 2% 이상 확보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일본 기초과학계의 저력은 수상자들의 면면을 통해서도 알아볼 수 있는데요,
출신 대학만 살펴보더라도 도쿄대 4명 외에 교토대 6명을 비롯해 나고야대, 홋카이도대 등 지방의 국립대 출신들이 많고요.
해외유학을 가지 않고 순수하게 일본에서만 연구한 학자들도 상당수입니다.
10여 년 전에는 대학 학부 과정만 이수한 회사원이 노벨 화학상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 도쿄대의 가지타 교수.
지난 2002년, 역시 중성미자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스승 고시바 교수 밑에서 수학하며 연구를 업그레이드 시킨 공로로 자신도 노벨상의 영예를 얻었습니다.
[가지타 다카아키 교수(노벨 물리학상)]
"인류의 지적 지평선을 확대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나카무리 슈지 교수는 일본 오지 중의 오지인 시코쿠의 도쿠시마 대학 출신이었고,
[나카무라 슈지(2014년 노벨 물리학상)]
"시코쿠 오지의 고등학교를 나왔고, 지방대학을 나와 시골에 있는 기업에 취직했습니다."
201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스즈키 교수 역시,홋카이도 어촌에서 태어나 대학도 홋카이도에서 나왔습니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석.박사 과정을 모두 일본에서 마친 국내파 과학자였습니다.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마스카와 도시히데는 유학은커녕 시상식 참석이 첫 해외여행이었습니다.
[마스카와 도시히데(2008년 노벨물리학상)]
"죄송합니다. 저는 일본어 밖에 하지 못합니다."
교수도 아니고, 석박사 학위도 없는 평범한 회사의 연구원이 노벨상을 받아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다나카 고이치(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
"아닌 밤중에 홍두깨입니다. 지금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지방대의 높은 경쟁력이 기초과학 강국 일본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은 이미 여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우리나라는 노벨 평화상을
제외하면 아직 수상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국적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왜 그런지 계속해서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과학 분야 등 다른 분야에서는 아직 수상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요.
지난해엔 한국인 과학자 2명이 수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없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과학연구가 시작된 것은 1966년 <한국과학 기술연구원>이 설립되면서부터였는데요.
하지만 1990년대에 와서야 기초연구 분야에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순수기초과학연구를 지원하는 <기초과학 연구원>은 불과 4년 전에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기초과학 연구의 역사가 150년인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거죠.
반면, 과학자들이 연구 업적을 세운 뒤 노벨상을 수상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계속 길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투유유 교수는 1971년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했지만 44년 만에 노벨 상을 수상했고, 일본 오무라 교수도 1979년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지만, 36년 만에 그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지난 2010년 노벨 과학상 수상자의 경우 연구성과 발표에서 성과까지 평균 24.3년이 걸렸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즉, 우리나라 과학계가 2000년대 이후 성과를 내고 있지만, 노벨상 수상은 최소 10년 이상 내다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도 한국 과학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국제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낸 수상자 3명 가운데 1명이 기초과학 계열이 아닌 의대에 진학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는데요.
우리 과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Q. 한국인 노벨상 수상 전망은?
[김수봉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현재 우리 과학 기술 수준은) 양적인 팽창이 상당히 발전을 했기 때문에 세계 10위 안에는 들어가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10년이나 20년 내에 노벨상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김수봉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자 하는 열정이 필요한 거죠. 그렇기 때문에 4~5년 정도의 짧은 주기의 성과만을 기대하는 연구투자가 아니라 적은 연구비라 할지라도 오랜 기간동안 꾸준하게 한 분야를 팔 수 있는, 파고들 수 있는 연구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과학분야 노벨상 중·일 쾌거, 문학상은?
[이브닝 이슈] 과학분야 노벨상 중·일 쾌거, 문학상은?
입력
2015-10-08 18:01
|
수정 2015-10-0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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