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주인 없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돌봐주는 여성을 고양이 엄마, 일명 '캣맘'이라 불리기도 하는데요.
나흘 전, 주인 없는 고양이를 돌봐주던 한 50대 여성이 아파트 위층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졌습니다.
경찰이 범인 검거에 나섰는데요.
보도내용부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
길고양이 집을 만들고 있던 55살 박 모 씨가 위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졌습니다.
박 씨와 함께 고양이집을 만들던 20대 남성인 또 다른 박 모 씨도 벽돌에 머리를 맞아 다쳤습니다.
경찰은 아파트 CCTV에 벽돌이 위에서 일직선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담겼다며, 위층에서 누군가 벽돌을 던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고 현장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의 36세대, 110여 명과 함께 외부인물 모두를 수사대상에 올려놓고 수사 중입니다.
[아파트 주민]
"가족들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집에 있었는지 그거에 대해 물었어요."
경찰은 우선 사고 당시 주민들의 행적을 파악하는 한편, 주민들의 DNA를 모두 채취해 벽돌에 남은 DNA와 비교할 계획입니다.
경찰은 또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문제로 박 씨와 주민들 간 갈등이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닷새 째지만, 아직 수사에 별다른 진전은 없는데요.
경찰은 공개 수배 전단을 배포하고 신고포상금도 내걸었습니다.
수배 전단을 직접 살펴보겠습니다.
이 전단이 바로 '용인 캣맘 사망 사건'의 수배 전단인데요,
특이한 건 수배 전단 한가운데 벽돌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용의자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보니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의 회색 벽돌의 앞면과 뒷면 사진을 담고 있는데요.
최근 2년 안에 아파트 단지에서 고양이를 괴롭힌 사람, 사건 당일 벽돌을 들고 다니거나 버린 사람, 도둑고양이 때문에 피해자들과 다툰 사람을 아는 사람, 이런 목격자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고요,
최고 5백만 원 이하의 신고보상금까지 내걸었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시멘트 벽돌은 가로 20cm, 세로 10cm 정도 크기에 옆면이 마모돼 있고 뒷면은 진하게 변색 된 상태였는데요.
CCTV 분석에서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 한 경찰은 현재 국과수에 의뢰한 DNA 분석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만약 벽돌에서 용의자의 DNA가 나온다면 주민들의 DNA를 채취해 대조하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
그런데 주인 없이 떠도는 고양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죠.
국어사전에 보면 이렇게 사람이 기르거나 돌보지 않는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정의하는데요.
요즘은 길고양이라고도 불리죠.
전국적으로 이런 주인 없이 떠도는 고양이는 100만 마리, 서울에만 2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특히 먹이를 찾기 힘든 도심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 일쑤입니다.
이런 고양이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 리포트 ▶
[최연숙]
"개체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새끼를 금방 낳고 조금 있다 또 낳고 이러더라고요. 새끼를 배게 하지 못하면 개체수가 줄지 않을까요? 짐승인데 생명을 멸할 수는 없는 거고…"
[서명희]
"쓰레기 그거 좀 뜯어놓는 것 때문에 그렇지, 그냥 사랑으로 봐주고 거둬줘야 할 것 같아요. 그것도 살려고 그러는 건데 잔인하잖아 너무."
[윤숙희]
"저는 당연히 쫓아내는 걸 좋아하지. 길고양이를 중성화시킨다는 것도 그렇고 하여튼 불쌍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고양이가 싫으니까."
[이종혁]
"혹시 병균을 옮기고 다니지 않을까 해서 좀 거부감이 들어요. 공생하는 것 자체도 돈도 많이 들 것 같고."
[고미현]
"저는 공생하는 게 차라리 옳다고 생각을 하는데, 고양이가 길에 버려지게 된 이유는 결국 사람 때문이잖아요. 그럼 사람이 책임을 지고 같이 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이런 주인 없는 도둑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이 잔인한 학대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주인 없는 동물이라도 학대를 하면 엄연히 처벌을 받게 돼 있지만,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고양이 한 마리를 커다란 개 두 마리가 끌고 다니며 번갈아 물어뜯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해쳐도) 괜찮아. 먹지만 않으면 돼
개 주인은 심지어 직접 고양이에게 발길질을 하고, 살아서 앞발을 흔드는 고양이를 걷어차 다리 밑으로 떨어뜨립니다.
주인 없는 고양이를 잡아 목을 매달아 철조망에 걸어놓는가 하면 진돗개를 훈련시킨다며 고양이를 개 우리에 던져 넣는 영상이나, 고문에 시달린 듯 끔찍한 고양이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합니다.
지난 7월, 서울 마포의 한 주택가에서는 고양이들이 입에 거품을 문 채 잇따라 죽었습니다.
[인근 상인]
"나와서 보니까 핏자국이 있더라고요."
(고양이요?) "예."
[전진경/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쥐약 등 독극물을 고양이들이 다니는 길에 놓아둔…너무 고통스러워서 호흡을 못 하고…"
평소 주인 없는 고양이를 돌봐 온 유명 중식 요리사 이연복 씨도 누군가 고양이를 죽인 채 자신의 식당 앞에 버려놨다며 SNS에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 앵커 ▶
그런가 하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길고양이들이 불쌍하다며 먹이를 챙겨주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먼저, 영상으로 만나보겠습니다.
◀ 리포트 ▶
스스로를 고양이 엄마, '캣맘'이라고 소개하는 주부 조영미 씨.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놓여진 밥그릇에 수북하게 고양이 사료를 부어줍니다.
[조영미]
"내가 안 챙겨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먹이를) 찾을 수 없으니까, 여기가 사냥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잖아요. 도심이라."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
이 학교에 재직 중인 임기환 교수는 차 트렁크에 사료를 실어놓고 하루에 두 번씩 주인 없는 고양이들의 밥그릇을 채워줍니다.
추운 겨울, 굶어 죽는 생명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시작한 일입니다.
[임기환 교수/서울교대]
"어느 날 딸아이가 어미 잃은 고양이 다섯 마리를 데리고 집에 들어왔어요. 그전까지는 무심코 지나쳤던, 길에 다니는 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런데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캣맘'들이 주인 없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 자체가 불만이라고 합니다.
자꾸 밥을 챙겨 주니 고양이들이 더 많이 몰려든다는 건데요,
심지어 최근에는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를 넘어 '캣맘'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는 글까지 인터넷 주요 포털사이트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글쓴이를 비공개로 설정한 한글에서는 "누군가 대야에 사료를 주는데, '캣맘'을 엿먹이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묻고 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설치고 다니는 캣맘을 쫓아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길고양이를 몰래 죽이는 방법에 대해 "참치캔의 기름을 버리고 차량용 부동액을 넣어서 고양이에게 주면 된다"거나, "닭뼈를 모아 고양이에게 줘라. 닭뼈는 동물 내장을 다 찢어 놓는다",
"양심의 가책은 전혀 가질 필요가 없다. 길고양이는 생태계의 일원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 앵커 ▶
상대방을 혐오하고 욕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겠죠.
길고양이도 생명체인 만큼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한 지자체에서는 공공장소에 고양이 급식소를 마련했더니, 길고양이 관련 피해 민원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합니다.
영상,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구청 현관 앞, 고양이가 그려진 나무 상자 안에 밥그릇과 물그릇이 놓여 있습니다.
이른바 고양이 급식소.
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관공서 앞마당 등 공공장소 주변에 길고양이 밥을 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준 겁니다.
길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습니다.
한입 삼킬 때마다 주위를 둘러보며 먹는 눈칫밥이긴 하지만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것보다는 확실히 형편이 나아진 셈입니다.
급식소 설치를 처음 제안한 건 웹툰 작가 강풀 씨.
[강풀/웹툰작가]
"가장 천대받고 피해받는 동물이 길고양이라고 생각을 해요. 스스로 생각했을 때 제가 제일 잘 한 일이 만화 그린 것도 아니고, 이거인 것 같아요."
1,500만 원을 선뜻 쾌척한 강풀 씨를 비롯해 지역 캣맘들의 기부와 봉사로 운영되기 때문에 세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해식/서울 강동구청장]
"쓰레기봉투 뜯고 우는소리 나는 게 배고파서 그러는 거랍니다. 그 배고픔을 해결해 주면 피해를 끼칠 정도로 그렇게 울음소리를 내거나 봉투를 뜯지는 않는단 말이죠."
시행 반년 만에, 쓰레기봉투를 뜯거나 집 앞에서 울어댄다는 피해 민원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효과를 봤습니다.
지나친 번식을 막기 위한 중성화 수술사업만 지원된다면 얼마든지 인간과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도 넘은 혐오' 캣맘 벽돌 사망 사건 공개수사
[이브닝 이슈] '도 넘은 혐오' 캣맘 벽돌 사망 사건 공개수사
입력
2015-10-12 17:59
|
수정 2015-10-1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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