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첫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지 꼭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시험관 아기 시술이 계속 늘고 있는데요.
먼저 관련 영상부터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985년, 서울대 병원에서 쌍둥이 남매가 5분 간격으로 태어났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험관 아기였습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첫째 여아는 2.63kg, 둘째 남아는 2.56kg이었는데요.
지난 1978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스 브라운'이 태어난 뒤, 세계에서 18번째 성공이었습니다.
"이 배양 접시가 여러분들이 자랐던…(시험관이 아니라 접시네)"
'시험관 1호 남매'는 이제 서른 살의 성인으로 자라 누나는 교직에, 남동생은 학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앵커 ▶
아이를 갖고 싶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고생을 하는 난임 부부들에게 시험관 시술은 한 가닥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시험관 시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김대호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요즘 소셜네트워크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 장의 사진입니다.
귀여운 갓난아기의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하트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백 개의 주사기로 이뤄졌는데요,
아기의 엄마가 이 아기를 낳기 위해 지난 1년 반 동안 맞았던 시험관 시술 주사기와 약병의 일부라고 합니다.
아기의 엄마는 시험관 시술을 시도하고 있는 모든 부부가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진을 공개했다고 밝혔습니다.
난임 치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우선 <인공수정>이 있습니다.
인공수정은 여성의 배란 시기에 맞춰 남성의 정액을 자궁 안으로 직접 주입하는 방식인데요,
주로 배란이 불규칙한 여성들에게 시술합니다.
그다음, <시험관 시술>은, '체외 수정'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여성의 배란 주기에 맞춰 배란유도 주사를 여러 날 동안 맞은 뒤, 여러 개의 난자를 인공적으로 채취하는 겁니다.
그다음, 채취한 난자를 시험관 안에서 정자와 만나 수정시킨 뒤 3일에서 5일 정도 키운 이 수정란을 다시 자궁 내막에 이식하는 겁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의 성공률은 20~30% 정도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한해 우리나라에서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아기는 만 천 명이 넘습니다.
◀ 앵커 ▶
앞서 보신 것처럼 난임 치료를 할 때는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힘들고 어렵게 얻은 수정란을 한꺼번에 여러 개씩 자궁에 착상시키는데요.
이렇게 하다 보니 아무래도 다태아, 그러니까 쌍둥이의 출산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갈수록 쌍둥이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 실태를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쌍둥이 출산율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작년 전체 출생아는 2002년에 비해 5만 5천 명 줄었지만 쌍둥이의 수는 오히려 7천 명 정도 늘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시험관 시술 같은 인공수정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심성신 교수/차의과대학교 차병원]
"한 개만 넣어줘서 이식하는 것보다는 두 개, 세 개 넣어줘서 이식률을 높일 수가 있으니깐, 그래서 다태아(쌍둥이)가 많아질 수밖에 없죠."
또 미숙아로 태어나는 경우가 많았던 쌍둥이 생존율도 의학 기술의 발달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뭐든 두 개 이상 필요한 쌍둥이들.
쌍둥이 전용상품은 유모차뿐 아니라 아기띠, 유아복까지 다양합니다.
최근까진 미국과 유럽같이 쌍둥이가 유달리 많은 선진국에서 만든 제품을 많이 수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쌍둥이 출산이 급증하면서 국산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판매도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오로라/아가방앤컴퍼니 대리]
"(쌍둥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매장에서도 느끼고 있거든요. 신생아용품이나 쌍둥이 유모차 등 용품 찾는 것이 매년 10~15% 증가하고 있어요."
업계에서는, 앞으로 보육이나 교육 같은 서비스 분야에서도 쌍둥이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진훈/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
"앞으로도 현재와 같이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경우가 증가하게 되면 이로 인한 다태아 임신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앵커 ▶
결혼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고, 오랫동안 피임을 하는 경우도 많아 막상 아이를 갖고 싶을 때 아이가 생지지 않는 부부들이 많은데요.
이번엔 난임 실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전문가들이 말하는 '난임'의 기준은 뭘까요?
보통 <1년>으로 보고 있는데요,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부부관계를 하고도 1년 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으면 의학적으로 난임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난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수도 갈수록 늘고 있는데요,
지난 2007년, 17만 8천 명이던 난임환자는 지난해 20만 8천 명으로 16% 정도 증가했습니다.
특히, 남성 환자의 증가세가 큰데요.
여자 난임 환자는 지난 2007년 14만 9천여 명에서 지난해 15만 6천여 명으로, 7% 정도 늘어난 반면, 남자 환자는 같은 기간 2만 8천여 명에서 4만 4천여 명으로 67%나 증가했습니다.
난임의 원인이 남성에게 있는 경우, 흡연의 영향이 크다고 하는데요,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결혼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아이가 생기질 않아 병원을 찾은 30대 남성입니다.
검사 결과 난임 원인은 바로 남성 자신 때문이었습니다.
정상인 사람과 비교해보면, 이 남성의 정자는 숫자와 움직임이 훨씬 적습니다.
[난임 치료 남성]
"항상 여자가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제가 조금 문제가 있다고 그러니까 조금 많이 충격이었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이런 난임 남성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원인을 조사해봤습니다.
키와 몸무게, 질병 여부는 정상인과 차이가 없었고, 다만 정자 상태가 좋지 않은 남성은 흡연 기간만 2배 가까이 더 길었습니다.
흡연 기간이 길수록 정자 상태는 더 나빠져, 5년에서 10년간 담배를 피운 남성은 10명 중 5명이, 10년 이상 담배를 피운 경우는 10명 중 8명에서 정자 기능에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서주태/단국의대 제일병원 교수]
"담배를 태울 때 나타나는 일산화탄소, 니코틴, 카드뮴 등이 정자 DNA 구조에 악영향을 미쳐서 정자의 숫자와 운동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남성은 금연을 하거나, 어렵다면 정자가 새로 만들어지는 기간인 석 달만이라도 담배를 끊는 게 좋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다 보니 난임 치료를 받는 40대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으로 병원을 찾는 40대는 4년 전 1만 7천여 명이었는데, 2년 만에 2만 6백여 명으로 16% 정도 늘었습니다.
30대 난임환자는 더 많았습니다.
같은 기간, 13만 6천여 명에서 14만 2천여 명으로 4% 정도 늘었습니다.
◀ 앵커 ▶
노산의 기준은 35살로 보고 있는데요.
나이가 들수록 난소의 기능이 떨어져 자연 임신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건강할 때 난자를 미리 냉동 보관해 나중에 결혼했을 때 쓰겠다는 여성들도 생겨나고 있는데요.
관련 보도 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30대 중반의 직장인 김 모 씨, 결혼도 출산도 아직 부담스러운 이야기입니다.
[김 모 씨/30대 직장인]
"지금 하는 일이 우선 재미있고, 결혼을 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러나 언젠가는 엄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난자 냉동보존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김 모 씨/30대 직장인]
"모르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해서…아무래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맡기면 더 좋지 않나 싶어서 (관심 갖게 됐어요.)"
채취된 난자는 영하 210도로 급속 냉동한 뒤 임신을 원할 때까지 냉동 탱크에 보관됩니다.
정자와 달리 난자는 나이가 들수록 같이 늙어가는데, 젊을 때 자신의 난자를 냉동보존하고 필요할 때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가지면 건강한 2세를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입니다.
◀ 앵커 ▶
일과 육아를 양립하는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큰 고민거리죠.
미국의 일부 기업에서는 우수한 여성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난자를 냉동시키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바쁜 직장 생활 탓에 결혼을 미루고 있는 전문직 여성.
최근 2개의 난자를 추출해 냉동 보관했습니다.
[레아/직장 여성]
"나에게 선택권이 있길 바랐어요. 경력을 쌓는 데 집중하고 싶고, 결혼하고 싶은 남자도 아직 못 만났어요."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난자 추출을 위한 시술 한 번에 만 달러, 보관 비용으로도 매년 5백 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 IT 기업인 애플과 페이스북이 여성 인력 확보를 위해 난자 냉동 비용으로 2만 달러, 우리 돈 2천만 원까지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직장에서 경력을 쌓는 시기와 생물학적 임신 시기가 충돌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건강한 아이를 낳도록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가정보다 경력 중심, 일 중심 풍토와 지나친 경쟁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과학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과 고민도 늘고 있습니다.
만약 남편이 숨지기 전에 보관해 놓은 냉동정자를 통해 부인이 아이를 얻었다면, 법적으로 이미 숨진 남편의 아들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지금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09년 남편 정 모 씨와 결혼한 41살 홍 모 씨는 결혼 2년 만에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첫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남편 정씨가 위암에 걸렸습니다.
남편은 투병 중에 "둘째 아이도 갖고 싶다"며 정액을 냉동 보관했습니다.
남편이 숨지자 아내 홍 씨는 이 정자로 시험관 시술을 받아 둘째 아이를 낳았습니다.
[홍 모 씨/ 숨진 정 모 씨의 아내]
"남편이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내가 아이 키우면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어렵게 아이를 낳았지만 문제는 또 생겼습니다.
관할 구청이 "숨진 남편을 친부로 등록할 수 없다"며 편모 자녀로만 인정한 겁니다.
홍씨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친부 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법률상 부부였고, 유전자 검사로 남편과 아이의 혈연관계가 성립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서연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일단 자녀가 태어난 이상 그 자녀에 대한 실체 관계에 부합하는 법적 지위를 인정해 주는 그런 판결…"
홍 씨의 둘째 아이는 태어난 지 6달 만에 숨진 아버지의 법적 자녀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시험관 아기 30주년' 난임 원인과 치료법은?
[이브닝 이슈] '시험관 아기 30주년' 난임 원인과 치료법은?
입력
2015-10-13 17:33
|
수정 2015-10-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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