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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가습기 살균제 사망' 4년만에 수사, 책임은?

[이브닝 이슈] '가습기 살균제 사망' 4년만에 수사, 책임은?
입력 2015-10-16 17:59 | 수정 2015-10-1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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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4년 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검찰은 임산부와 영유아를 죽음에 이르게 한 독성물질을 사용하게 된 경위와 고의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박성원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하는 영국 업체 옥시레킷벤키저의 한국 사무소와 연구소, 유통업체 등을 최근 압수수색했습니다.

    검찰은 해당 업체가 생산한 살균제의 성분 자료와 검사보고서 등을 확보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겁니다.

    검찰은 해당 업체가 살균제 성분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 또 안전성 검사 결과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국내에서 판매 중인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임산부와 영유아가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로 사망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142명이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해당 제품을 생산한 업체를 고소고발했고, 관련 업체 15곳 중 8곳의 대표이사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송치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진행된 보건당국의 역학 조사에서도 가습기 살균제가 폐섬유화의 원인으로 확인된 상태입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옥시레킷벤키저의 영국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현지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등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성원입니다.

    ◀ 앵커 ▶

    이번 사건은 4년 전인 2011년 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 때문에 임산부들이 잇따라 숨지면서 불거졌죠.

    그 후 폐질환의 원인이 바로 가습기용 살균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불러 일으켰죠.

    유선경 아나운서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 2011년 5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입원해 있던 35살 임산부가 숨졌습니다.

    이 여성은 호흡곤란 증세로 입원해 만삭 상태에서 강제 출산을 한 뒤, 폐 조직이 굳는 폐 섬유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결국 한 달 만에 숨졌는데요.

    하지만 병명을 알 수 없어, 유가족과 의료진 모두 발만 동동 굴러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증상을 보인 환자가 한두 명이 아니고, 이 가운데 임산부와 유아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지목된 건 석 달여가 지난, 그 해 8월이었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환자 18명을 조사했더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폐 손상이 일어날 확률이 47배나 더 높았던 겁니다.

    또 가습기를 사용하지 않은 6월 이후에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당시의 보도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가습기 살균제 6개 제품 수거]

    질병관리본부는 피해자들이 주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중 두 종류에서 위해성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실험쥐에 흡입시켰더니 원인 미상 폐질환 환자와 같은 섬유화와 세기관지 염증 같은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비슷한 살균 성분을 가진 6개의 제품을 한 달 안에 수거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과 세퓨, 와이즐렉, 아토오가닉 가습기 살균제, 좋은 상품 가습기 청정제 그리고 가습기 클린업입니다.

    [전병율/질병관리본부장 (2011년)]
    "현재 시중에서 유통, 판매 중인 모든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서도 사용중단을 재차 강력히 권고하는 바입니다."

    또 공산품이던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6개월에 걸친 정부의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범 PHMG 와 PHG 라는 화학 물질이었습니다.

    살균제나 부패방지제에 함유된 일부 성분이었는데요.

    문제는 이 물질들이 피부와 접촉하거나 삼켰을 경우, 독성이 적다는 이유로,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유독물질로 분류조차 되지 않았고, 특히 분무 상태로 흡입했을 때 어떤 독성이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당시 문제가 됐던 '옥시싹싹'의 경우 성분은 '살균제', 또 '인체에 안전'한 성분으로 표기돼 있고, '세퓨'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성분은 'PGH', 그리고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라고 돼 있었습니다.

    해당 제품들은 그해 11월 판매가 중단됐고, 2년 뒤인 2013년에 가서야 이 물질들이 유독물로 지정됐지만, 이미 백여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뒤였습니다.

    ◀ 앵커 ▶

    문제의 가습기용 살균제는 지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8년 동안이나 무방비로 판매됐었는데요.

    지금까지 정부가 확인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자는 221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92명입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피해자 가족모임은 두 배가 넘는 5백 명 이상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입었고, 사망자도 142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사망자들 중에는 특히 임산부와 유아가 많았는데요.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일 수 있다는 정부 발표에 억장이 무너져야 했던 부모들.

    [현00/폐질환 자녀 엄마]
    "아이에게도 안심…. 전 이 말만 믿었고요. 제 손으로 넣은 게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게 죄스럽고…."

    [임종찬(피해자 가족)]
    "엄마, 아빠가 쓰러져 죽고 아이도 죽고 온 집안이 진짜…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후 14개월부터 지금까지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에 염증이 생기고 부어오르는 중증 폐질환에 걸린 것입니다.

    [권미애/임성준 군 어머니]
    "다른 애들 학교 가고 학원갈 시간에 성준이는 항상 집에만 있어야 하고 할 수 있는 게 전혀 아무것도 없어서 속상하더라고요."

    이번엔 예영이 어머니가 딸과 같은 증상으로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의사조차 가망이 없다며 손을 놓았고 장례식장까지 예약을 마친 상황.

    기적적으로 폐 기증자가 나타나 목숨은 건졌지만, 더 이상 햇볕에 나갈 수도 없고 항상 마스크를 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예영이의 사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걸 모르고 계속 사용했던 것입니다.

    [장종민/가명, 故 장예영 아버지]
    "(딸을) 꼭 나와 같이 묻어 달라고 내 소원이…그 아이 혼자 거기 두고, 정말 얼마나 보고 싶은지…"

    폐 기능을 잃버린 신지숙씨, 외출은 엄두도 못 내고, 세 살배기 딸이 보채도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수술비가 없어 폐 이식은 포기했고, 치료비 아끼려고, 매달 6만 원에 빌려쓰는 산소생성기에 의지하고 삽니다.

    [신지숙/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숨을 참고 세수를 하는 거잖아요. 세수하는 거 자체가 너무 공포스러워요."

    폐이식을 받은 45살 임성호 씨.

    면역 억제제 때문에 감기라도 걸리면 응급실로 가야 되고, 함부로 사람을 만나지 못해 직장도 그만뒀습니다.

    [임성호/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감염될 위험이 너무 커가지고 일자리를 찾을 수도 없어요."

    치료비와 약값에 들어간 돈이 8천여만 원, 집도 팔아야 했습니다.

    [신지숙/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이 고통이 우리가 뭘 엄청나게 잘 살자고, 엄청난 제품을 쓴 게 아니라는 거죠."

    ◀ 앵커 ▶

    피해자들은 폐가 망가져 일상생활이 어려운 것은 물론, 막대한 치료비 때문에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용 살균제가 시중에 판매된 것에 대해 제조업체와 정부 모두 책임을 부인하고 있어,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상태가 5년째 계속되고 있는데요.

    유선경 아나운서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지난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제조사들을 처벌해 달라고 형사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의 관련성에 대한 정부의 조사가 늦어지면서, 검찰 수사가 1년 가까이 중단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제조사들의 책임 여부는 원인이 밝혀진 지 4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가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또 국가에 대해서도 소송을 냈는데요, 핵심은 "국가가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 있는 유독 물질에 대해 알고서도 제품의 판매 허가를 내줬나"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 1심 재판부는 "국가가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고 볼 근거도 부족하고, 화학물질이나 제품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와 가족들이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현재 2심 재판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그렇다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배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정부는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의료비와 장례비 중 일부를 지급하고,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에는 구상권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또 제조업체 가운데 외국계 업체인 '옥시 레킷 벤키저'는 배상 차원의 합의금을 일부 유족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유족들은 옥시 측이 여전히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영국 본사를 항의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보도 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 런던 항의 방문]

    "우리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피해를 입은 가족들이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습니다.

    해당 업체의 부도덕성을 비난하고 사과와 보상을 촉구하기 위해섭니다.

    [강찬호/피해자가족 공동대표]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를 반드시 받아내고 그러한 저희들의 요구가 국제사회에 알려져야 된다라고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영국까지 찾아온 것입니다."

    피해자들은 런던 교외의 제조업체 본사도 항의방문했습니다.

    업체 관계자들과 만남이 이뤄졌지만, 논의에 진전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 ▶

    날씨가 추워지고, 난방을 하게 되면 집안 습도 조절을 위해 가습기를 트는 가정이 늘게 마련인데요.

    가습게 살균제 사건으로 인해 주부들의 걱정은 커졌습니다.

    가정에서 가습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 리포트 ▶

    Q.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후, 습도 조절 어떻게 하시나요?]

    [류가영(32)]
    "가습기를 살까 생각을 하다 그런 사고가 생각이 나서 그게 꺼려지게 되더라고요."

    [유경미(31)]
    "가습기를 따로 안 쓰고 물수건을 적혀서 걸어놓는다거나…(가습기는) 세균 번식 문제도 있고, 관리가 좀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최은실(35)]
    "너무 미덥지가 않고, 좀 찝찝하고 화학약품을 써서 추가적인 문제가 있는 것보다는 좀 건조하더라도 그냥 일반 물이나 젖은 수건 빨래를 활용하는 게 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순영(47)]
    "안 써요. 아예 버렸어요, 가습기를. 숯에다가 물 뿌려서 습도조절하고, 숯이 아니면 어항 같은 것, 닫혀있지 않은 어항 있잖아요. 거실에다 놓고 습도를 조절해요."

    [이주영(37)]
    "가습기 쓰는 게 효과가 제일 큰 것 같아서, 하루에 한 번씩 귀찮더라도 수세미로 물로만 세척을 해서 쓰고 있어요."

    ◀ 앵커 ▶

    실내 적정 습도는 50% 안팎입니다.

    공기가 건조하면 감기나 독감, 폐렴 같은 호흡기질환에 걸리기 쉬운데요,

    그렇다면 가정에서 적정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리포트 ▶

    가습기 살균제 사고가 알려지고 난 뒤, 가습기를 아예 치워버리는 가정이 늘었습니다.

    [이현명(2011년)]
    "가습기 살균제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여기저기서 접해서요,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까 아무래도 걱정이 많이 돼서…"

    하지만 매일 물을 갈고, 깨끗이 씻어 잘 말리기만 하면 가습기를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전병율/질병관리본부장 (2011년)]
    "수돗물을 사용하더라도 가습기를 충분히 세척을 하고 사용을 하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난방을 하기 시작하면, 실내에 빨래를 널거나 가습기를 틀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 가습기를 작동해보면, 15분 만에 습도가 5% 이상 상승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지은(2013)]
    "청결 많이 신경 쓰면서 물로만 가습기를 사용하고 있고요."

    가습기보다 세척이 쉬운 반면, 공기청정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공기청정기 매출이 눈에 띄게 늘기도 했습니다.

    [최준원(2013)]
    "공기청정기능과 가습 기능 둘 다 있는 제품이 좋을 것 같아서 보러 나왔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가습 효과를 낼 수 있는 천연가습기도 인기입니다.

    수족관이나 숯, 그리고 개운죽 같은 수경식물도 습도 조절에 효과적이고, 물을 부어놓으면 가습기 효과를 내는 특수 부직포로 만든 아이디어 상품도 출시됐습니다.

    또 빨래를 실내에 널거나, 옷걸이에 수건을 걸고 끝 부분을 물에 담가놓는 것도 습도를 유지하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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